학교 급식실, 포스코 제철소, 반도체공장 등 현장에서 일하다 암이 발병한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산업재해를 신청하면서 직업병 심의 제도 개선 등을 촉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직업성·환경성 암환자 찾기119(직업성암119) 등은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업성 암을 얻은 노동자 74명의 집단산재를 신청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4월 28일 세계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개최한 '직업성 암환자 찾기운동 선포식' 이후 5월 한달 간 접수된 노동자들이다. 이번 집단산재신청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학교 급식실 노동자 24명을 비롯해 플랜트건설 19명, 포스코제철소 15명, 전자산업 8명, 지하철 2명, 화학산단 2명 등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고 있었다.
이들이 산재를 신청한 암 분포를 보면 폐암이 33명(45%)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백혈병 12명(16%), 유방암 9명(12%), 갑상선암 5명(6%), 방광암·위암·대장암이 각각 2명이었다. 이 밖에 뇌종양, 내분비암, 식도암, 간암, 신우암, 담낭암, 직장암, 루게릭, 파킨스 등에 걸린 노동자도 이번 집단산재신청에 참여했다. 나이대는 40대에서 70대의 중년 이상이 대부분이었지만, 20대 후반부터 30대 사이 젊은 노동자도 있었다.
이번 산재신청은 세번째 이뤄진 것으로 앞서 두 차례 신청한 21명을 포함하면 누적 신청자는 99명이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나라 한해 직업성 암 신청자가 평균 200명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신청은 대규모 산재신청"이라며 "하루 평균 2건 이상의 상담전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일반 암 중 직업성암 비율이 0.06%로, 세계보건기구(WHO)와 전문가들이 추정한 4%에 현저히 미치지 못해 비정상에 가깝다"며 직업병 심의 제도에 문제 제기하면서 "직업성 암 환자가 산재보상보험법에 의해 보호받고 적절한 보상과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직업성 암 환자를 관리하기 위해 병원의료체계를 통한 감시체계를 법제화할 것을 촉구했다. '병원의료체계를 통한 직업성암 감시체계'는 암환자들이 처음 접하게 되는 병원을 통해 직업성 암 환자를 찾아내는 시스템이다.
직업성암119는 "암으로 진단되면 기본적인 직업력을 확인하고 해당되는 작업과 암발생 가능성 여부를 평가한 후 자동으로 산재보험 체계로 연결되게 하는 제도"라고 설명하면서 "만약 이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직업성암환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또한 직업성 암 심의기간을 줄이기 위해 '추정의 원칙' 적용을 법제화하고 적용기준도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직업병을 심의하는 곳은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에서 운영하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인데 평균 처리 기간은 172일, 특히 직업성 암의 처리 기간은 평균 334일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에 판정위원회는 처리 기간을 줄이기 위해 최근 일부 사례에 한해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추정의 원칙'은 작업기간, 노출량 등에 대한 인정기준을 충족할 경우 반증이 없는 한 직업병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만일 인정기준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의학적 인과관계가 있다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게 된다.
직업성암119는 "'추정의 원칙' 적용 대상이 너무 한정되어 있어 이를 확대 적용하기 위한 법 개정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며 "만약 이 제도가 확대된다면 직업병 심의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함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외에도 직업성 암의 예방과 관리를 위해 △건강관리수첩 제도 대상 발암물질 및 노출기준 확대 △노동자 알권리 보장 위한 산업기술보호법 개정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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