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 알아야 할 노동법]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업주 징역형 가능할까?

현행 법엔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사용자에 대한 벌칙 조항 없어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이유로 피해자에 불이익 준 경우엔 처벌 가능

최근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은 근로기준법 위반을 이유로 모 병원 구내식당 위탁업체 대표에게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 120시간 및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했습니다.

이 회사 노동자는 직장에서 관리자로부터 폭언·욕설, 화장품 강매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고, 이것을 사용자에게 신고했습니다. 그러나 사용자는 가해자에게는 견책의 경징계를 내리고, 피해자는 거리가 먼 다른 사업장에서 일하도록 발령을 냈습니다.

또 사용자는 이 과정에서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살핀다며 직원들과 간담회를 하였는데, 간담회 증언을 녹취해 가해자에게 전달했습니다. 이후 가해자가 녹취를 근거로 피해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노동자에게 불이익 조치를 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업체 대표는 피해자의 신고에 의해 벌금형을 받게 되자 정식 재판을 청구했습니다. 그러자 재판부는 징역형을 선고했습니다.

청주지방법원 깃발.ⓒ사진 = 뉴시스

재판부는 “일련의 단계에서 피고인 회사가 취한 개개의 조치를 살펴보면, 근로자에 대한 배려를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피고인의 경영 마인드라는 것이 현행 규범에 못 미치는 매우 낮은 수준으로 근로자를 대상화하고 인식하는 것에 기인한다”, “재범 예방을 위해 특별 준수 사항을 담아 보호관찰을 부과하고, 피고인에게 노동의 의미를 일깨우기 위해 사회봉사를 부과한다”라고 하였습니다.

소위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된 지 2년 이상 지났지만, 실효성에 대해 여러 의문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 사건은 그런 와중에 직장 내 괴롭힘 사건과 관련하여 최초로 징역형이 선고된 것이라 상당히 화제가 되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사용자에 대한 벌칙 조항 없어

현행법 상 누구든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되면 객관적 조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조사 기간 동안 피해자 보호 조치(근무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를 취해야 하고, 이 경우에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직장 내 괴롭힘이 확인되면, 가해자에 대한 징계나 근무장소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되, 피해자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 달리, 근로기준법엔 직장 내 괴롭힘을 한 가해자나 사건이 발생한 사업장의 사용자에게 벌칙을 줄 수 있는 법 조항은 없습니다. 이는 노동부가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사용자에게 시정 명령은 내릴 수 있지만 처벌을 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조항의 취지가 사업장 내 해결을 우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법의 실효성에 대해 문제제기가 끊이질 않아 왔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되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직장갑질119가 직장 갑질 대처법 십계명을 발표하고 ‘슬기로운 직장생활 캠페인’을 하고 있다. 2019.07.16ⓒ김철수 기자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이유로 불이익을 준 경우엔 처벌 가능

다만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에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충북 음성에서 사용자가 징역형에 처해진 것도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피해자에게 부당한 전보 발령을 내는 등 불이익한 처우를 하였기 때문입니다.

많은 노동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공식 문제 제기를 꺼리는 이유는, 문제 제기 후 오히려 불이익을 당할까 봐 두려워서입니다. 실제로 직장 내 괴롭힘, 직장 내 성희롱 등의 사건이 벌어지면 사건 그 자체보다 그 이후 벌어지는 2차 가해가 더 심각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판결은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의미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사라지려면, 직장 문화 개선 선행돼야

직장 내 괴롭힘 관련하여 바로 노동부에 신고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직장에 직장 내 괴롭힘 관련 해결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면 이에 따라 먼저 대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법령은 처벌보다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사업장 내에서 피해자가 문제제기를 할 권리를 보장하고 사용자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 이 두 가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단순히 가해자가 악한 사람이라 벌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수직적인 직장 질서, 권위적인 직장 문화, 노동자를 한 명의 주체로 생각하지 않는 인식이 만연한 사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과 2차 가해는 언제나 벌어질 수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 관련 법령과 이번 판결이 직장 문화 및 제도의 개선 계기로 작용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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