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의원 ‘부동산 투기 검증’, 여기서 끝내선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결과 부동산 거래·보유 과정에서 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명 국회의원 전원에게 8일 탈당을 권유했다. 정식 수사 착수는 물론 당사자 소명도 받지 않은 시점에서 과도하다는 항변도 있지만, 고위층의 부동산 투기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분노가 심각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라고 본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에 대한 조사가 끝난 다음 할 일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2명 등 다른 당 국회의원에 대한 조사다. 야당 의원이라고 부동산 투기에서 자유롭다고 볼 근거는 없다. 하루 빨리 검증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권익위 조사를 믿기 어렵다고 감사원 조사를 주장했다. 하지만 현행 감사원법 제24조에 따르면 감사원은 정부조직법에 따른 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에 속한 공무원의 직무 관련 사항을 감찰할 수 있을 뿐, 국회와 법원, 헌법재판소는 제외된다. 처음부터 성립될 수 없는 말이다.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주장이다. 국민의힘도 뒤늦게 이 사실을 인정하면서 “감사원보다 더한 곳이 있다면 조사를 받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봐달라”고 해명했다. 설득력 없는 변명이다. 국민의힘은 더 이상 불필요한 논란으로 시간을 끌지 말고, 즉시 권익위 조사를 수용하기 바란다.

권익위 조사의 정치적 당위성과 별도로, 한계도 분명하다. 국민의 상실감과 분노는 12명 의원의 위법 의혹 때문만은 아니다. 권력을 갖고 있는 정치인들 다수가 평범한 국민은 꿈도 못 꿀 막대한 재산을 갖고 있는 현실 그 자체에 있다. 취득 과정에는 법률적 하자가 없지만 수십억 수백억원 대의 부동산을 갖고 불로소득을 취해도, 권익위 조사로는 이런 실태를 전혀 드러내지 못한다. 설사 앞으로 더 많은 의원들의 부동산 투기가 밝혀지더라도, 부동산 보유와 거래로 인한 재산 증식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정치권의 위선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해소될 수 없다.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투기 실태 조사 뿐 아니라 제도적 해법도 필요하다. 최소한 ‘부동산백지신탁제’ 정도는 이번 기회에 도입해야 한다. 그동안 부동산백지신탁제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많이 나왔지만, 그 때마다 위헌 소지 등을 이유로 한 정치권의 소극적 태도 때문에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해충돌을 이유로 주식에 대한 백지신탁제도가 한참 전에 도입됐으니, 부동산이라고 이런 이치를 적용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국민의 대표’라는 사람들이 부동산으로 재산을 늘리면서 부동산 정책을 왜곡시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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