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년노동자 故 이선호 49재에 부쳐

지난 6월 7일 고용노동부는 평택항에서 작업 도중 사망한 이선호씨의 사망사고와 관련하여, 이선호씨가 속한 ‘우리인력(인력공급업체)’과 원청회사인 ‘동방’ 간 맺은 계약이 ‘불법파견’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선호씨가 근로계약을 맺은 것은 ‘우리인력’이었으나 동방의 실질적인 작업지시를 받아왔던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고현장의 안전조치에서도 위반사항이 다수 적발됐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중량물 취급 작업을 여러 명이 할 때 지켜야 할 적절한 신호나 안내도 없었으며, 컨테이너 날개의 고정핀 장착 등 날개가 넘어질 것에 대비한 조처도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작업자들에게는 보호구조차 지급되지 않았다. 이선호씨가 사고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는 그야말로 전무했던 상황이다. 부실한 안전관리와 불법파견까지, 산재 사망을 부르는 위험천만한 현장을 그대로 보여준 셈이다.

고용노동부는 동종 재해 예방을 위해 전국 5대 항만(부산, 인천, 여수, 광양, 울산)에 대한 특별점검 결과도 발표했다. 그런데 안전통로 미확보, 추락방지를 위한 안전난간 등 미설치, 작업계획서 미작성, 신규 근로자에 대한 안전교육 미실시 등 안전관리 면에서는 평택항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사고가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비용 절감을 이유로 한 사람에게 여러 일을 시키거나 안전장치 없이 위험한 일을 지시하는 등 사업주의 불법․편법 행위를 막지 않는 한 산재 사망사고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해온 유족들은 이선호씨가 사망한 지 46일이 지나서야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사망원인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 무려 51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김용균의 죽음 이후에도, 이선호의 죽음 이후에도, 매일 하루 한 명 이상 노동자가 죽어가고 있음에도, 제대로 처벌받고 책임지는 이가 없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었으나 이 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훨씬 더 많고, 하청업체에서 벌어지는 산재, 일용직 노동자들의 산재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법·제도 강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중대재해법 시행령을 튼튼하게 만드는 것을 포함하여,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와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등 노동법 개정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9일은 이선호씨가 사망한지 49일째 되는 날이다. 이선호씨의 유족과 친구들은 오늘 광화문에서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 ‘노동자 산재사망 근본대책’을 요구하며, 이선호씨의 49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여야는 산재를 막을 수 있는 중대재해법을 누더기 입법으로 만든 책임을 통감하고, 유족과 친구들의 요구에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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