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도 남자도 아닌 ‘히즈라’를 아시나요? 다큐 ‘우리가 만난 히즈라, 제3의 성’

인도 히즈라ⓒ김재영 감독 제공

여성도 남성도 아닌 제3의 성을 가진 사람이 있다. 바로 히즈라다. 2014년 인도 법원은 이들을 하나의 성으로 인정했다.

히즈라에 대한 개념이 명시돼 있긴 하지만, 여전히 그들이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사는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김재영 감독은 그런 히즈라들을 만나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다큐 '우리가 만난 히즈라, 제3의 성'에 그들의 생로병사를 풀어냈다.

"인도에 대해서 잘 몰랐다"는 김재영 감독이 히즈라들을 만난 것은 2019년 4월이었다. 촬영 목적이 아닌 여행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다. 인도에서 신성한 존재로 여겨지는 히즈라들은 아기가 탄생한 집이나 결혼식에 방문해 축복을 내리고 돈을 받는다. 김 감독은 그들을 만나 밥도 먹고 춤도 추고 이야기도 나눴다.

귀국 후, 김 감독은 당시 찍은 영상을 보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고 했다. 히즈라에 대해 궁금했던 그는 검색을 하고 조사도 했다. 인도 히즈라 공동체, 인터섹스의 정의 등을 조사하게 됐다. 또 한국에 성소수자는 있어도 인터섹스는 찾을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는 "히즈라는 인터섹스가 많고, 트랜스젠더도 들어간다. 거세한 남자도 있었다. 우리도 히즈라에 대해 구분해 보려고 인도에 갔다. 구분 안 되는 게 어딨나 싶었다"면서 인도로 다시 떠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게 김재영 감독은 같은 해 10월 촬영을 위해 다시 인도로 떠났다. 아내 강향미 씨도 함께였다. 강 씨는 히즈라들을 만나 중점적으로 인터뷰했다. 그렇게 다양한 히즈라들의 이야기가 모여 다큐 '우리가 만난 히즈라, 제3의 성'이 완성됐다.

다큐는 히즈라의 사랑, 역할, 돈, 거주지, 정치·사회적 위치, 진짜 히즈라와 가짜 히즈라, 히즈라에 대한 인도인의 인식, 히즈라의 가족, 히즈라의 죽음과 장례 등을 넓고 깊게 담아냈다.

다큐 '우리가 만난 히즈라, 제 3의 성'ⓒ김재영 감독 제공

히즈라를 둘러싼 모순들을 담아내다

다큐는 한 발자국 더 깊게 들어가 히즈라를 둘러싼 다양한 입장과 모순적인 모습들도 함께 담아냈다.

가령, 히즈라를 바라보는 인도인의 시선이 그런 경우다. '히즈라는 어떤 존재냐'고 질문을 하면, 인도인들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신성한 존재'라고 보통 대답을 한다. 히즈라들은 신의 축복을 내리는 특별한 존재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히즈라가 우리 옆집에 산다면?'이라는 질문을 하자, 인도인들은 난색을 표현한다. 이웃으로 사는 건 좀 어렵다고 설명한다.

이런 인식은 자연스럽게 거주 문제로 이어진다. 히즈라를 신성한 존재로 여기지만, 정작 히즈라들은 살만한 곳이 없다. 그래서 히즈라들은 아무도 살지 않는 곳에서 산다고 말한다.

또한, 어떤 히즈라들은 사랑을 하고 있지만, 어떤 히즈라들은 사랑을 할 수 없다고도 말한다. 히즈라는 돈을 벌고 먹고살 만하다는 입장과 그렇지 않다는 입장도 존재한다.

'히즈라'라는 이름 역시 슬픈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히즈라는 가족공동체로부터 쫓겨난 것을 의미한다. 누군가에게 축복을 내려주는 역할과 대비되는 뜻이다.

이런 다양한 입장들이 모여 히즈라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를 통해서 히즈라는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다양성 자체를 상징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27일 서울극장에서 열린 다큐 '우리가 만난 히즈라, 제 3의 성' 시사회 현장. 다큐에 출연한 강향미 씨(왼쪽)와 김재영 감독(오른쪽)의 모습.ⓒ김재영 감독

김재영 감독은 "그게 인도 모습이다"라며 "인구가 약 14억이나 되고 엄청난 다양성이 존재한다. 특히 히즈라처럼 오랜 역사를 가진 문화를 한 번 보고 단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 교육은 모호하거나 모순 있는 것을 못 참는다. 모호하거나 아이러니하거나 모순이 있으면 분석하고 정리하려는 게 우리 모습"이라며 "인도는 '모호한 것이 뭐가 어떠냐. 모호함은 다양성이다' 하면서 의미심장하게 느낀다. 또 신적인 힘으로 승화시키는 게 문화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관점은 우리가 성소수자를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다"라며 "판단과 정의를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는 것처럼 히즈라를 볼 때도 우리 생각이나 교육으로 판단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말미에 등장하는 가우리는 말한다. "우리는 살아남을 겁니다. 당신이 자신을 먼저 인정하고 존중해야 다른 사람도 그럴 수 있습니다. 게이든, 레즈비언이든, 양성애자든 자부심을 가지세요. 권익을 위해 싸우세요!"

가우리 역시 히즈라다. 그는 일반적인 히즈라 공동체 개념을 또 한 번 뛰어넘어 일반인도 포용하는 히즈라 공동체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이렇듯 다큐 속에서 만난 히즈라의 삶은 껍질을 벗길수록 모호하고 애매한, 동시에 열려있고 포용 가능한 인도의 문화를 보여준다.

'우리가 만난 히즈라, 제3의 성'은 지난 31일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전체관람가 등급 판정을 받았다. 2년간 제작 기간을 거쳐 지난 27일 서울극장에서 시사회를 열고 관객을 만났다.

이날 시사회 종료 후 열린 관객과의 대화 '질의응답' 시간에 김 감독은 "저 멀리 인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히즈라 제3의 성 인정이 과연 한국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라고 반문하며 "한국은 2007년 차별금지법이 국회에 발의된 후 15년이 흘렀지만, 논의조차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지금이라도 모두 차별금지법 국민청원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강조했다.

차별금지법 제정 국민동의청원 바로가기(클릭)

인도의 히즈라 모습.ⓒ김재영 감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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