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재용 가석방 주장, 법리 모순 핵심은 “재범 위험성”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위원 “사익 추구 유혹 상존 가운데, 삼성 준법감시 시스템 미흡…가석방은 거래 대상 아냐”

박근혜 전 대통령·이재용 부회장 등 국정농단 사건 대법 판결 비평 긴급 좌담회가 열린 지난 2019년 8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김남근 민변 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2019.08.30.ⓒ뉴시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 요구에 대해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위원·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개혁입법특별위원회 위원장(변호사)은 “법률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가석방심사위원회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8일 강조했다.

이 부회장이 가석방 요건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가석방 심사에서 재범 가능성을 고려하게 돼 있다”며 “이 부회장은 그룹 내 제왕적 지위에 있는 재벌 총수로서 사적 이익을 위한 기업 범죄의 유혹이 상존하는데, 삼성은 총수 위법 행위를 방어할 준법감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대통령 통치행위인 사면과 달리, 가석방은 대통령이나 법무부 장관 한 명의 명령이나 처분에 의해 이뤄지는 게 아니다”라며 “심사 절차와 요건을 무시한 채, 마치 거래를 하듯 삼성의 투자 대가로 이 부회장을 가석방하면, 가석방 제도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법치주의를 흔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석방, 법률에 절차·요건 규정…대통령·장관 독단 권한 아냐
제왕적 재벌 총수 이재용, 재범 유혹 상존…삼성 준법감시 시스템도 미흡

김 변호사는 가석방이 법률적 절차와 요건에 따라 이뤄져, 대통령이나 장관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가석방은 수감자 본인이 신청해 교도소장 추천을 받고 심사위를 통과하면 법무부 장관이 최종 결정한다”며 “심사위 통과 안건을 장관이 거부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이 요건을 충족하면 가석방하고, 충족하지 못하면 가석방하지 않으면 될 일”이라는 게 김 변호사 입장이다.

이 부회장은 조만간 가석방 심사를 위한 형기를 채우게 된다. 형법에 따르면, 유기형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난 후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된다. 다만, 하위 법규인 장관 예규상으로는 복역률이 65%가 돼야 한다. 법무부는 오는 7월부터 가석방 요건 복역률을 60%로 완화한다. 징역 2년 6개월을 받은 이 부회장은 8월이 되면 복역률 요건을 갖추게 된다.

복역률은 가석방을 위한 기초적인 요건이다. 가석방 업무지침에 따르면, 재범 가능성을 비롯해 범죄 동기와 내용, 공범 관계, 건강 상태 등 다각적인 심사가 진행된다.

이 부회장 가석방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재범 가능성이다. 가석방은 재범이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걸 전제로 한다. 이 부회장이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서야 가석방이 가능하다. 김 변호사는 “가석방 요건에서 이 부회장이 충족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면서 “재범 위험성이 있다는 점은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부회장은 사회에 나오면 재벌 총수로서 그룹 내 제왕적 지위에 앉게 된다”며 “사적 이익을 취하기 위한 기업 범죄의 유혹이 상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삼성 측에 총수의 범죄를 방어할 준법감시 시스템을 구축해 재범 가능성이 없다는 걸 법원이 확신할 수 있도록 하라고 기회를 줬음에도, 실효성 있는 준법감시 시스템이 갖춰지지 못했다”며 “판결 이후에 삼성이 준법감시 시스템을 강화했다는 얘기는 없다”고 꼬집었다.

앞서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재판 과정에서 이 부회장 측에 삼성 내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를 권고하면서 준법감시위 실효성을 평가해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후 출범한 준법감시위는 전문심리위원단 점검 결과 실효성이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 집행유예 없이 실형을 선고했다.

이 부회장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형법상, 가석방에는 ‘행상(行狀)이 양호해 뉘우침이 뚜렷한 때’라는 요건이 붙는다. 김 변호사는 “이 부회장은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반성하지 않고 재판에서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면서,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대응했다”며 “불법승계 과정에서의 위법 행위로 기소돼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서도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1심이 진행 중인 ‘불법승계’ 사건 재판에서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은 범행을 부인하며 맞서고 있다.

최근 이 부회장 가석방이 논의되는 양상이 제도 취지와 어긋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김 변호사는 비판했다. 그는 “이 부회장 가석방 논의의 문제는 가석방을 거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라며 “삼성이 투자를 많이 하면 국가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니까 그에 대한 대가로 이 부회장을 가석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석방은 수감 생활이 길어지면 사회에 적응하기 힘들어지니, 반성하면서 모범적으로 수감 생활을 하고 재범 위험성이 없는 경우 형기 이전에 풀어준다는 취지”라며 “경제적인 효과를 이유로 이 부회장을 풀어줘야 한다는 주장은 가석방 제도 본질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의 투자와 국가 경제 활성화는 가석방 심사에서 고려할 요건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5월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0.05.06ⓒ민중의소리

이재용 사면은 사법권 침해하는 사면권 남용
가석방을 사면 대안으로 보는 시각, 법치주의 흔들어

‘이재용을 풀어줘야 한다’는 주장은 당초 사면에서 시작돼 가석방으로 방향을 틀었다.

김 변호사는 ‘이재용 사면론’에 대해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정당성을 일축했다. 그는 “사면은 과거 재판이나 판결이 잘못됐다는 반성적 고려가 있거나, 사회통합적 차원에서 필요성이 인정될 때 가능하다”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정부 정책을 비판하다가 그릇된 공안적 시각에 기반한 특별 형법에 따라 처벌받은 민주화 인사에 대한 사면이 제도 취지에 부합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 대다수 구성원은 부패 범죄자인 이 부회장 형량이 범죄 중대성에 비해 적다고는 비판해도, 이 부회장 재판에 반성해야 할 지점이 있다거나 판결이 잘못돼 억울하게 징역을 산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며 “이 부회장 사면이 사회통합에 필요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사면은 특별한 요건이 없는 대통령 통치행위이기는 하나, 제도 취지를 훼손하는 방향으로 사면권이 행사돼서는 안된다”며 “이 부회장 사면은 사면권 남용”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법원에서 엄한 판결 내려도 대통령이 족족 사면하면 사법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문 대통령은 사면권을 남용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한 만큼, 사면 제도 본질에 대해서는 인식을 하고 있을 것이다. 공약을 지킨다면 이 부회장이 사면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7년 대선 국면에서 나온 문 대통령의 공약에는 ‘5대 중대 부패 범죄(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에 대한 양형 강화와 대통령 사면권 제한 내용이 담겼다. 이 부회장은 뇌물·배임·횡령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거나 재판이 진행 중이다.

가석방을 사면의 대안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김 변호사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가석방 형식으로 이 부회장을 풀어줄 수 있다는 식의 접근이 가석방 제도 신뢰를 저해한다는 경고다.

김 변호사는 “사면은 정치적 행위지만, 가석방은 공정한 심사에 기반한 준사법적 행위”라며 “가석방은 대통령이나 장관의 명령이나 처분에 의해 이뤄지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석방이 마치 정치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말하는 건 잘못됐다”며 “이 부회장 한 사람을 위해, 수많은 사람이 이용해야 하는 가석방 제도의 공정성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가석방 심사에 권한이 없는 정치권 인사가 이 부회장 가석방을 언급하면 심사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가석방 제도의 신뢰를 깎아 먹는 언행”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이 요건을 충족해 가석방된다고 하면 이견이 있겠나”라면서 “심사 절차와 요건을 무시한 채, 사면과 똑같은 방식으로 가석방 제도를 운영하려고 하면 법치주의가 흔들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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