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재로 죽을 수 없다’는 민주노총의 투쟁

민주노총이 청와대 인근에 산재 사망 노동자를 추모하는 분향소를 설치하고 정부에 근본적 대책을 촉구했다. 마침 이날은 평택항에서 사망한 청년노동자 고 이선호씨의 49재이기도 했다. 그칠 줄 모르는 노동자 사망에 더 이상 정부가 뒷북만 쳐서는 안 된다.

민주노총은 9일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 산재 사망 노동자 분향소를 설치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중앙간부들이 직접 분향소 설치에 나섰고, 이를 막으려는 경찰과 한때 충돌이 빚어졌다. 위원장까지 나서 청와대 앞에 분향소를 설치한 이례적인 실천은 최근 잇따르는 노동자 사망에 대한 분노를 담고 있다. 민주노총은 전날 정부에 ▲중대재해를 멈추기 위한 대통령과의 긴급 노정교섭 ▲민주노총-고용노동부 비상대응팀 가동 ▲중대재해사업장(원청) 사업자 구속 ▲노동자와 시민이 참여하는 특별근로감독 ▲노동자 작업중지권 즉각 보장 등 실효성 있는 비상조치 ▲근본적 제도 개선 등의 긴급요구안을 전달했다. 아울러 민주노총은 7월 3일 서울에서 1만여명의 노동자들이 참가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으로 개최되는 대규모 노동자 집회다. 그 구호가 ‘이대로 죽을 수 없다’이다.

올해초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야가 합의해 ‘누더기’ 중대재해처벌법을 처리할 때 우려되던 사태가 현실이 됐다. 법 적용의 예외는 너무 크고, 유예기간도 길어 기업에 아무런 긴장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처벌도 솜방망이인데다 원청 경영자의 책임도 묻지 못하게 돼 있다. 이 때문에 법 통과 후 이어진 청와대와 여당의 자화자찬에도 불구하고 예년과 다름없이 사망사고를 비롯한 중대재해가 노동현장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4월 22일 이선호씨 사망 이후 알려진 사례만 50명이 훨씬 넘는 노동자가 중대재해로 사망했다. 경제규모니 국격이니 하는 말이 부끄러운 참담한 현실이다.

무엇보다 노동자 생명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 기업의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사망자가 전년보다 줄었다고 큰 성과가 아니다. 출근해서 일하다 죽는 노동자가 없어야 정상이다. 안전수칙을 어겨 사고를 내거나 중대재해를 반복해서 낸 사업자에, 특히 원청에 대해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사고가 나거나 우려되는 사업장은 즉시 작업을 멈추고 노동자가 참여하는 근로감독이 이뤄져야 한다. 안전점검이나 근로감독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가 난다면 관리감독 책임까지 물어야 한다. 이런 총체적 대책과 비상한 결단 없이 땜질식 법률 하나 만든다고 중대재해가 사라지지 않는다. 정부는 민주노총의 요구를 경청하고 대화에 성의껏 응해야 한다. 아울러 법 시행령에 중대재해 근절의 의지를 담아야 한다. 국회 역시 누더기 중대재해법을 제대로 개정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 이 역시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여당의 입장이 중요하다. 코로나19보다 산재 사망이 더 무섭다는 노동자의 울분에 청와대는 똑똑히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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