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직전’ 이상징후에도 교통통제는 없었다...국수본, 안전수칙 준수 여부 수사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주택 철거현장에서 건물이 무너져 정차 중인 시내버스를 덮쳤다. 사진은 사고 당시 모습.ⓒ뉴시스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동구 철거건물 붕괴 사고가 일어나기 직전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작업 중 붕괴 징후를 느껴 대피했지만, 차량 통제는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안전조치가 미흡한 철거작업 등 안전불감증에서 빚어진 인재(人災)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건에 대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합동수사팀을 수사본부로 격상해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국수본은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합동수사팀을 수사본부로 격상하고 광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와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를 투입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격상 이유에 대해서는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점, 일상생활에서 발생한 사안으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점, 집중수사를 통해 신속한 사고 원인 규명이 필요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심정을 충분히 헤아려 수사 진행 사항을 수시로 설명하고 '피해자 보호 전담팀'을 편성해 치료와 심리안정 지원 활동도 병행하겠다"면서 "이번 사건에 대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광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추가 매몰자 수색이 마무리되는 이날 오후 2시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함께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안전수칙 등 관련 규정 준수와 업무상 과실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사고 당시에는 건물 붕괴 직전 철거 작업을 중이던 현장 관계자들이 특이 소음 등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먼저 대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붕괴 전 현장에서는 도로 반대편인 건물 뒤쪽에 쌓은 토산을 통해 굴착기가 건물 5층에 올라가 작업자 4명과 해체 작업 중인 상태였고, 건물 안과 밖에서 두 명씩 작업 중이었다. 이들은 사고 직전 대피해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건설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작업자들이 대피한 후 인도를 통제했지만, 도로 통제는 하지 않았다.

이에 사고 직전 시내버스가 현장 바로 옆에 위치한 정류장에 그대로 진입했고, 이후 붕괴된 건물이 버스가 있는 도로를 덮치면서 버스가 매몰됐다.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정비구역 철거현장에서 건물이 무너져 정차 중인 시내버스를 덮쳐 사상자 17명이 발생했다. (사진 왼쪽부터) 붕괴 건축물의 사고 전날 촬영한 철거 현장, 이날 사고 직후 모습.ⓒ뉴시스

도로통제가 조금만 빨랐어도 인명피해는 피할 수 있었던 상황으로 보인다. 애초에 공사현장 인근에 위치한 버스정류장을 안전한 곳으로 옮겼더라면 이번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도로에 인접한 건물을 해체하면서도 안전 대책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로 반대편인 건물 반대편에서 철거 작업을 진행했음에도 도로 방향 붕괴에 대한 별다른 대책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 인도와 철거 건물 사이에는 허술한 가림막뿐이었고 이는 붕괴 당시 건물 잔해를 막지 못하고 함께 무너져내렸다.

광주시는 이번 사고를 인재로 규정하고 책임자를 가려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10일 깊은 애도를 표하면서 "광주시가 책임지고 사고수습과 재발 방지를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원인은 합동조사단의 조사에서 밝혀지겠지만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인재였다"며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국토부, 경찰청 등과 함께 철저하게 사고원인을 조사해 엄정하게 조치하고 책임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건설업체들의 안전불감증과 하청·감리 관련 문제가 시정되도록 정부와 국회에 제도개선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지난 4월 4일 동구 계림동 주택 붕괴 사고 이후 우리 시는 건설현장을 철저하게 관리감독하도록 네 차례에 걸쳐 공문으로 지시했음에도 이런 사고가 발생하게 되어 참으로 안타깝다"며 "앞으로 재개발, 재건축 건설 현장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도 시가 직접 나서서 허가 관청과 함께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오전 이 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시장은 "(문 대통령은) 먼저 돌아가신 분들께 깊은 애도와 함께 부상자, 가족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하셨고 광주시민들께도 위로의 마음을 전하셨다"며 "앞으로 장례 절차와 부상자 치료 등에 대해 최대한 지원토록 하고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서 미흡한 부분이 있으면 개선토록 하고 필요하다면 책임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민중의소리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후원회원이 되어주세요.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정기후원은 모든 기자들에게 전달되고, 기자후원은 해당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김백겸 기자 응원하기

많이 읽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