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민원처리에 갑질까지…아파트 경비원들 노조 만든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과 참석자들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아파트 경비노동자 조직화 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경비노동자의 노동인권, 고용안정, 처우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2021.6.10ⓒ김철수 기자

아파트 경비원의 고용불안이 예상되는 방향으로 정부가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아파트 경비원들이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으라며 노조 만들기에 나섰다.

경비노동자 이만수 열사 추모사업회·민주노총 서울본부 등은 10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건물에서 ‘고용안정 촉구! 감시단속직 불승인! 아파트 경비노동자 조직화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아파트 경비원은 경비업법상 경비원에 해당해 고용노동부에서 감시단속 업무로 승인받았다. 감시단속 업무는 근로기준법 적용이 제외된다. 아파트 경비원들이 24시간 격일 근무를 하는 등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이유다.

그러나 정작 감시단속 업무는 전체 업무 중 30%에 불과하고, 나머지 업무가 70%인 실정이다. 경비업법상 경비업자는 허가받은 경비 업무 외 업무를 지시해선 안 된다.

압구정 모 아파트에서 일하는 주인수 분회장은 “쓰레기 분리작업부터 주차관리, 낙엽 쓸기, 잡초 제거, 화단 물주기, 관리사무실 보조 업무, 관리비 고지서 우편함 투입, 동대표 회의 자료 전달, 층간소음·금연 등 각종 민원처리까지 하면 하루가 다 간다”라며 “순찰은 하루 세 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주민들은 동대문에서 뺨 맞고 남대문에서 화풀이한다. 갑질을 당하고 나면 후유증 회복에만 15일은 걸린다”라며 육체적 고통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도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노조에 따르면 아파트 경비원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국토부는 겸직 업무가 가능토록 하는 내용을 담아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시단속 업무 외 업무를 하는 현실을 반영한다는 취지다.

겸직 업무가 허용될 경우 아파트 경비원은 감시단속 업무에서 제외된다. 근로기준법을 적용받게 된다는 뜻이다. 행정 규칙상 감시단속 노동자로 인정되는 조건은 ▲심신의 피로가 적은 노무에 종사하는 경우 ▲감시적 업무가 본래 업무이거나 불규칙적으로 단시간 동안 타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등이다.

문제는 현재 24시간 격일 근무를 하는 아파트 경비원들이 근로기준법을 적용받게 되면 급격한 임금 상승으로 대량 해고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조 김형수 위원장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면 실질적으로 7~80만 원가량 임금이 상승해 대량 해고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개정된 공동주택관리법이 오는 10월 시행 예정인 만큼,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시급히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들은 “경비원들은 공동주택관리법과 시행령에 따라 업무가 대폭 증가하는데도 감시단속직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가 예상되며, 공동주택관리법과 근로기준법의 충돌에 따른 입주민들과의 갈등이 예상된다”라며 “시행령 시행을 앞두고 현장의 혼란과 우려가 커지는 만큼 정부는 경비원, 입주민, 관리소장 등과 협의를 통해 고용안정 방안에 대한 현실적 모델 마련에 주력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경비노동자도 일반 노동자처럼 근로기준법을 적용해 근무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라며 “노사 문제보다 공동체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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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영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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