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개입 아닌 조언”이라는 임성근...국회 측 “그 자체로 위헌”

임성근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탄핵 적법하냐” 두고 공방

'양승태 사법부' 시절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은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10일 오후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리는 탄핵심판 사건 1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21.06.10.ⓒ뉴시스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탄핵 여부를 심리하기 위한 첫 변론기일에서 탄핵심판의 적법성을 두고 청구인인 국회 측 대리인과 임 전 부장판사 측 대리인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임 전 부장판사 측은 사법농단 의혹에 대해 "재판 개입이 아닌 선배 법관의 조언"이라며 퇴임한 법관에 대한 탄핵심판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회 측은 "그 자체만으로 초법적 행위"라며 이미 퇴직한 상태라도 위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맞섰다.

헌법재판소는 10일 서울 종로구 청사 대심판정에서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심판 1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탄핵심판 청구인 대표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출석했으며, 피청구인인 임 전 부장판사도 출석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 2월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해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재판 개입한 의혹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체포치상 사건 재판 당시 양형이유 수정 및 일부 삭제 지시 △2016년 1월 프로야구선수 도박죄 약식사건 공판절차회부에 대한 재판관여를 사유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윤 원내대표는 소추사실 요지를 설명하면서 "피청구인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있으면서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에게 재판의 내용, 절차, 시기 등 구체적인 재판에 관해서 개입하고 간섭했다"면서 "중대한 법률 위반 행위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물어 파면을 결정함으로써 사법권 독립의 원칙 바로 설 수 있도록 판결 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 개입 아닌 조언" vs "조언으로 받아들여도 문제"

이날 재판에서 양측은 탄핵심판의 적법성에 대해 '해당사건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받은 사안이 탄핵소추의 사유가 되느냐'를 쟁점으로 공방을 벌였다.

임 전 부장판사 측은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한 형사재판 1심에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판결을 근거로 "헌법 위반을 하지 않았다"며 탄핵심판이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임 전 부장판사 측 법률대리인 강찬우 변호사는 "지난해 1심에서는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당시 1심에서 (임 전 부장판사의 요청을 받은) 재판장 3명 모두 '친밀한 선배의 조언, 참고사항이라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3명의 판사 모두 재판에 대한 지시를 받는 복종관계가 없고 피청구인이 재판에 관여할 수 있는 직권도 없다면서 어떠한 침해도 없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언을 주고받는 행위가 부적절하다고 해도 무죄가 선고된 사건에서의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가 중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당사자인 임 전 부장판사도 이날 진술을 통해 "소속 법관들이 시민단체나 여론으로부터 행여나 부당하게 비난받을 여지가 없는지 노심초사하면서 이를 사전에 예방하거나 사후에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선배 법관으로서의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조언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반면 국회 측은 "형사재판에 출석한 법관들이 '조언이었다'라고 진술한다고 해서 정당화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국회 측 법률대리인 양홍석 변호사는 "중요한 것은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임 전 부장판사)가 담당 법관을 불러서 마침 법원행정처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건에 대해 재판의 내용과 절차 등에 대해 어떤 말을 했고, 실제로 그것이 시행됐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담당 법관들이) 헌법 침해 행위에 대해 동의·동조했다고 위헌성이 조각되거나 위헌 사유가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탄핵심판 사유 본질에 맞지 않는다"라며 "해당 법관이 외부 관여를 용인했다고 문제가 없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임 전 부장판사의 요구를 받은 법관들이 이를 강요가 아닌 조언으로 받아들였다 할지라도 그 행위 자체가 헌법에 비춰 정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양 변호사는 "재판 관련 양형이유 등에서 단순한 오기나 오탈자가 있다면 바꿀 수 있지만 그걸 문제 삼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라고 반문하면서 "단어를 바꾸면 판결의 의미를 바꾸는 것인 만큼 이는 초법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임 전 부장판사가 사법행정의 요직을 수행하는 법관으로서 재판을 오래 하다보니 이런 초법적 행위가 조언이나 권유로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면서 "그러나 헌법은 이 같은 초법적 행위를 재판 관여행위로 금지하고 있다. 이것이 임 전 부장판사가 탄핵소추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형사법의 공백은 있을 수 있겠으나, 헌법의 공백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형사법상 무죄를 받았다고 해서 위헌 여부를 가리는 탄핵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10일 오후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탄핵심판 사건 1차 변론기일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청구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1.06.10.ⓒ뉴시스

"퇴임한 법관 탄핵할 수 없어" vs "헌법 수호 측면에서 계속해야"

임 전 부장판사가 이미 퇴임한 상태에서 파면을 결정하는 탄핵심판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두고서도 양측은 공방을 벌였다.

임 전 부장판사 측 대리인 이동흡 변호사는 "임 전 부장판사는 탄핵소추 당시에는 현직법관 신분이었으나, 지난 2월28일 임기만료로 퇴임해 법적 지위의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탄핵심판제도의 본질적인 기능은 중대한 법률을 위반한 경우 그 권한을 박탈해 헌법의 규범력을 실현하는 것"이라며 "이미 파면된 경우에는 헌재는 탄핵 심판 심리를 계속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회 측 대리인 송두환 변호사는 "(임 전 부장판사가) 탄핵심판 사건 계속 중에 임기만료로 퇴임했는데, 사건이 헌재에서 계속되면 그 시점으로 소송 요건이 갖춰졌다고 본다"고 맞섰다.

송 변호사는 "국가공무원법상에 여러 징계 종류를 보면 퇴직, 해임, 파면은 각각 의미와 법적효과가 다른데, 피청구인은 퇴직한 것이지 파면된 것이 아니다"라면서 "설령 파면이 된 경우에도 헌법재판소법에 따른 심판을 거쳐 '부득이하게 기각한다'고 선언하도록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반적 헌법소원의 경우에도 헌법 질서를 수호·보장하는 기능이 인정될 경우에는 정부의 국민에 대한 기본권 침해가 끝난 상태라도 심판의 이익이 있다는 원칙이 있다"며 퇴임과 상관없이 탄핵심판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전 부장판사 측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통과 과정을 문제 삼기도 했다. 이동흡 변호사는 "국회는 탄핵사유에 대한 사전 조사나 토론을 생략하고,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여 탄핵소추를 의결했다"면서 "여당이 다수를 차지한 국회에서 사전조사와 토론도 생략하는 것은 국회의사 결정의 정당성을 담보할 최소한의 요건도 갖추지 못했으므로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 원내대표는 재판 후 취재진과 만나 "탄핵사유에 대해서는 충분히 검토했고, 국회 본회의 의결로 법사위에 사전조사를 명하지 않아서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며 "피청구인측 대리인 주장은 국회법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헌재는 애초 오는 15일로 지정했던 다음 기일을 양측의 기록 검토 등을 위해 7월 6일로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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