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은퇴한 한 신학 교수의 고백, ‘교회가 성서를 왜곡했다’

책 ‘경박하게, 만들어진 신’··· 그들은 성서를 어떻게 왜곡했는가.

책 ‘경박하게, 만들어진 신’ⓒ삼인

얼마 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이 열린 조계사에서 일부 개신교 신자들이 소란을 피워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았다. “불교에는 구원이 없다”며 폭언을 하고, 불교 행사를 방해해 조계종 등에 의해 고발까지 당했지만, 이들 개신교 신자들은 마치 당연한 일이라도 벌인 듯 끝까지 당당했다.

범죄를 저지르고서도 이렇게 당당할 수 있는 건 무슨 이유 때문일까? 팬데믹 상황에서 개신교 교회가 보여준 반사회적 행위, 시한부 종말론과 극단적 보수성, 탐욕에 물든 목사들, 다른 종교를 무시한 반사회적 행동에 이르기까지, 개신교가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이에 대해 이광진 목원대 신학과 전 교수는 교회가 성서를 왜곡했기 때문이라고 자신이 쓴 책 ‘경박하게, 만들어진 신’에서 지적하고 있다.

평생 성서를 연구하고 신학대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다 은퇴한 저자는 이 책에서 성서가 하나님의 영감으로 쓰였다는 축자영감설을 바탕으로 모든 걸 하나님의 말씀이라며 일점 일획도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상징과 알레고리를 바탕으로 신비주의적 해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 근본주의 신학과 신앙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아울러 이러한 근본주의 신학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이단’으로 몰리는 상황에 대해 꼬집는다.

저자는 성서가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것은 비유적인 표현일 뿐, 성서가 기록된 시대의 언어와 문학과 역사를 통해 읽어야 그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의 실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세계 신학계에선 이미 상식으로 통하는 사실이 한국 개신교에선 이단 취급을 당하는 어이없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대학에서 기록된 시대의 언어와 문학과 역사를 통해 성서를 비평하고 해석하는 법을 배워도, 목회자가 된 뒤 교회 일선에선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권위에 눌려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다.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신학대에선 아직도 학문이라 부르기 민망한 수준의 중세시대에나 통했을 비과학적이고, 성서적 진리에도 맞지 않는 시대착오적 이야기만 늘어놓는 실정이다.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은 이런 기독교를 상징적으로 희화화할 때 쓰이는 문구가 되었다. 오늘날과 같은 종교다원주의 시대에 이런 관점은 지나치게 편협하고 경직된 표현으로 인식된다. 다른 종교에 대한 존중이 없는 태도라고 비난 받기 쉽다. 저자는 이토록 근본주의적인 한국 교회의 태도가 성서의 역사적·문화적 맥락에 대한 몰이해와 오독의 결과로, ‘절대적 확신’이란 무지한 자의 특권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그러나 종교의 타락과 현실 세계에서의 무력함에 실망한 사람들의 지지를 업고 무신론 운동이 광범위하게 퍼져나가는 오늘날에도, 저자는 유신론의 효용가치가 여전히 높다고 주장한다. 불교가 부처를 신격화해 예배의 대상으로만 보던 것에서부터 마음을 돌보는 테크놀로지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처럼, 그리스도교 또한 고대 신화 속 예수를 맹신하는 데서 벗어나 그분의 사랑과 자비의 감화력을 현실에서 구현해 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권하고 있다. 저자는 인간의 이성에만 기대어 신을 부정하는 태도에 날카로운 지적과 따끔한 충고도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바야흐로 종교보다는 영성의 시대가 왔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이런 주장은 중의적 의미로 쓰인 이 책의 제목인 ‘경박하게, 만들어진 신’에도 잘 드러나 있다. ‘경박하게, 만들어진 신’은 이 책의 장 가운데 하나의 제목이기도 한데, 저자는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쓴 ‘만들어진 신’을 비판한다. 저자는 “도킨스의 신에 관한 담론은 너무 단정적이고, 경박하다. 이것은 또 하나의 새로운 무신론 종교운동이다”라고 지적한다. 이런 의미에서 그가 쓴 ‘만들어진 신’은 경박했다.

‘경박하게, 만들어진 신’이란 말은 오늘의 종교인들을 향한 비판이기도 하다. 종교적 본질과 신의 본질을 인간들의 욕심에 의해 왜곡하며 자신들의 욕심을 담은 신을, 그것도 경박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인 ‘만들어진 붓다와 만들어진 예수’에서 저자가 하는 말은 오늘의 종교를 향해 커다란 깨달음을 던진다.

“이제 우리에겐 두 사람을 바로 보아야 하는 과제가 있다. 두 사람의 부풀려진 신성이 아니라 오히려 참 인간의 모습으로 이들을 보아야 한다. 이들의 능력에 대한 과장된 이야기와 이들을 둘러싼 고대의 신화가 아닌 이들의 삶의 능력과 자비와 사랑의 감화력을 보아야 한다. 이들에 대한 광신과
맹신을 중단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의 불교와 기독교는 참 종교의 모습을 지니게 될 것이다. 불교는 본래대로 깨달음을 추구하는 수행의 종교로 돌아가고, 기독교는 예수에 대한 믿음에서 예수의 믿음으로, 그리스도 중심에서 하나님 중심의 기독교로 변모해야 한다.”

민중의소리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후원회원이 되어주세요.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정기후원은 모든 기자들에게 전달되고, 기자후원은 해당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권종술 기자 응원하기

많이 읽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