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와 노동자, 지역 사회를 우롱하는 블루워싱

네이버, 카카오는 많은 청년들에게는 선망의 직장이다. 위계질서 없고, 복장도 호칭도 자유로운 민주적 분위기의 직장으로 알려진 곳, 코로나 불황에도 보너스를 받는 곳. 그러나 네이버 노동자가 상사의 괴롭힘에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 네이버와 카카오에서는 근로기준법 위반이 상당수 발견되었다. “네이버는 이용자, 사업자, 파트너, 임직원 등 네이버와 함께하고 연결된 모두의 인권을 존중하며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네이버 코퍼레이션 사이트의 소셜임팩트 중 ‘인권존중’에 올려있는 문구이다. 이러한 그들의 선전이 블루워싱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앞의 글(무늬만 그린인 정부와 기업(바로가기))에서 본 바와 같이 한국 기업들이 최근에 ESG 전략을 내걸고 있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환경·사회·지배구조를 뜻하는 ESG(Environment, Social & Governance Issues)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런데 ESG 중 환경에 대한 관심은 높아서 그린워싱에 대한 경각심도 높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은 대중적으로 적다. ESG의 S는 사람을 강조한다. 주주 중심에서 노동자, 공급망과의 관계, 지역사회 등 사회구성원 전체를 기업활동의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이 다양한 국제규범과 기준에서 보장된 인권, 정의를 준수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 속에는 개인적 인권과 정의 그리고 집단적 의미도 포함된다. 노동조합활동과 투자 또는 생산 공급망의 권리, 사회적 정의에 입각한 지역사회와의 관계 등이다. 그린워싱이 환경 지킴으로 위장하는 것이라면, 블루워싱은 기업이 인권과 사회적 정의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것이며, 이를 지키는 듯 위장하는 것이다.

블루워싱의 역사:UN이 블루워싱의 대표자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약속, 선언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대표적인 세계적 상징이 ‘UN 글로벌 콤팩트(Global Compact)’이다. 2000년에 당시 UN 사무총장 코피 아난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글로벌 콤팩트는 4개 영역(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에서 기업의 10대 원칙을 가지고 있다. 한국도 ‘UN 글로벌 콤팩트 코리아’가 있고, 공-사 파트너십이란 기치 하에 기업과 지방자치단체들이 참가하고 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네이버, 카카오, 포스코도 회원이다.

그런데 글로벌 콤팩트는 시작부터 시민사회단체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첫 번째 비판은 기업의 자발성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글로벌 콤팩트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인권과 환경기준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이행하게 한다는 정신이다. 문제가 있을 시 강제할 수단이 전혀 없다. 최소한의 실사를 할 권한도 없다. 둘째, 빈곤수준의 임금을 제공하고 강제노동 등 끔찍한 기록을 갖고 있는 기업이 글로벌 콤팩트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했다. 결국 기업들이 UN의 이미지를 이용하여 블루워싱하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 글로벌 콤팩트 로고는 유엔 로고와 비슷하고 파란 색이다. 이들은 파란 로고를 사용하면서 UN의 도덕성으로 포장하여 윤리적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블루워싱의 어원이 여기서 도래했다.

글로벌 콤팩트의 회원인 세계적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은 자신의 제품을 생산하는 개발도상국의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현대판 노예와 같은 상태에서 일하고 있음에도 이를 방기하였다. 네슬러는 아동노동을 사용하여 채취된 카카오를 사용하였다. 세계적 패스트 패션 기업들은 가난한 나라의 여성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있다. 나이키는 위르그 지역에서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면화를 사용하여 블루워싱으로 지적되었다.

기업과 UN:나이키와 다른 블루워싱 이미지(원문)

재봉하는 방글라데시 여성 노동자ⓒpixabay

국제 연대와 투자 철수 운동

블루워싱과 관련하여 시민사회운동은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자본/투자 철수(Divestment) 운동이다. 투자한 자본과 그 지역의 인권, 평화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주창되었다. 한국에서도 미얀마 사태로 인한 디베스트먼트 운동이 전개 중이다. 미얀마 군부의 재정 기반으로 꼽히는 미얀마국영가스공사(MOGE)는 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이 지분을 가진 슈웨 가스전으로 배당금 수익을 올리고 있다. 미얀마에게 평화가 오길 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는 군부에게 힘이 되어주는 사업을 중단할 것을 포스코에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디베스트먼트 운동에 대한 논란이 있어서 여기서 잠깐 소개하고자 한다.

디베스트먼트 운동이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계기는 반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인종분리제도) 운동이었다. 남아공에서 1948년에 아파르트헤이트가 완전히 시행된 이후, 미국에서 반아파르트헤이트 운동을 시작한 것은 흑인들과 항만 노동자들이었다. 1951년에 미국흑인지위향상협회(National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Colored People)는 세계은행의 남아공에 대한 차관을 비난했다. 그리고 항만노동조합은 남아공으로 가는 상품의 선적을 반대하는 시위가 있었다. 이러한 운동은 1980년대에 가서야 의미있는 규모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에 학생운동과 인권운동이 디베스트먼트 운동을 본격화하면서 미국 사회에 반향을 일으켰다. 또한 국제적 운동으로 발전했다. 네덜란드 회사인, 더치 쉘에 대한 국제적 보이코트 운동이 전개되었다. 그 반대의 극점은 레이건 정부의 반대를 넘어서, 1986년에 ‘포괄적인 반아파르트헤이트 법’이 의회에서 통과된 것이었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 공공펀드는 철수했다. 기업도 따라야 했다.

이러한 운동에 대해서 회의적 시각이 있었다. 남아공에서 기업을 멈추게 하는 것이, 남아공의 평범한 시민들에게 도움이 될까. 오히려 그들을 더 큰 어려움에 내몰리게 하는 것이 아닌가. 기업이 제공하는 일자리와 수입이 비록 많지 않지만 서민들에게는 도움이 된다. 디베스트먼트와 같은 정책이 정치적 기득권보다는 평범한 시민에게 이롭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점은 경제제재 캠페인이 단독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각종 정치적 캠페인, 현지 지원운동, 불매운동과 어울려서 진행된다. 중심은 현지 민중의 투쟁이라는 점이고, 국제운동은 현지 민중운동을 지원하고 연대하는 것이다. 이러한 연대 방식에 대해서 남아공 내부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경제제재를 우리 투쟁이나 희생의 대체물로 보지 않는다. 그것은 추가적인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파업행동을 할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자유를 위하여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다. 경제제재는 추가적이고, 그 자체만으로는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남아공 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올리버 탐보

이후 노벨평화상을 받은 남아공 카톨릭의 투투 대주교는 반아파르트헤이트 기간 동안 디베스트먼트 운동을 지지했다. 그리고 그는 지금도 이 운동은 사회변화와 기후변화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투자 철수 운동은 아파르트헤이트 전쟁에서 하나의 수단이었다(원문)

지난 2015년 6월 26일(한국시간) 뉴욕에 있는 유엔본부에서 ‘글로벌 콤팩트 15주년(Global Compact+15:Business as a Force for Good)’ 행사가 열리고 있다. 유엔글로벌 콤팩트는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지속가능계획이다. 이번 행사는 23일부터 3일간 진행됐으며, 1000명이 참가해 이들의 국제적 기업지속가능계획 캠페인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확인했다.ⓒ뉴시스

뒷북 치고 있는 정부

문재인 대통령은 기업과의 만남에서, “올해를 ‘모두를 위한 기업 정신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산의 원년으로 삼고 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도록 힘껏 돕겠다”고 말했다. “비재무적 성과도 중시하는 ESG라는 따뜻한 자본주의의 시대를 열어야 할 때”라고도 말했다.

대통령은 기업을 돕겠다고 한다. 돕는다는 내용이 무엇일까. 아마도 기업의 자율성에 기반한 도움일 것이다. 기업의 자율보다는 강제성을 강화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를 볼 때, 문재인 정부는 뒷북을 치고 있다. 지금 진행 중인 블루워싱은 단순히 일시적 광고가 아니다. 인권과 평화를 해치는 범죄라는 의식이 없는 것 같다. 유럽은 이미 ESG 관련 법안을 연이어 도입하며 강제에 들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은 ‘현대적 노예 방지법’을, 프랑스는 ‘인권실사 의무법’을 제정했다. 독일은 ‘공급망에서의 기업실사법’을 발의했다.

그리고 올해 3월 10일 유럽의회는, EU 시장 내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에 대한 인권, 환경, 거버넌스의 실사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고, 유럽집행위원회에 ‘기업실사 의무화법’을 유럽 집행위원회가 발의하도록 촉구하는 결의안을 보냈다. 이에 따라 집행위원회는 입법안을 의회에 곧 제출할 예정이다. 기업실사 의무화법은, 기업이 인권·환경·지배구조에 위험을 야기하거나 이에 도움이 되지 않을 때 관련 조사를 의무화하는 제도다. 입법안이 유럽의회에서 통과되면, 유럽연합 각국은 국가별 법을 제정해야 한다.

EU 내에서 활동하는 기업에 대한 강제적인 ESG 실사를 요구(원문)

우리도 늦었지만 그런 흐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생활의 중심에 와 있는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 카카오의 노동조건을 무시하는 것은 우리 생활이 불법적인 기반 위에서 이루지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또한 미얀마 군부의 돈줄이 되고 있는 포스코에 대해서 어떤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은 우리가 범죄집단을 방기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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