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원준의 경제비평] 바이든 정부의 미국 국내 경제정책, 어떻게 볼 것인가?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바이든 경제정책은 지난 3월 11일 확정된 1.9조 달러 규모의 구제계획(American Rescue Plan), 2.2조 달러를 소폭 상회하는 일자리계획(American Jobs Plan),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1.8조 달러의 가족계획(American Family Plan) 등 대규모의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대표된다. 합계 약 6조 달러의 이 지출 계획은 전쟁 기간을 제외하면 미국 역사상 최대 수준이다. 최근 6월 9일에 하원의 심사가 개시된 일자리계획은 가족계획과 더불어 미국 경제의 기초를 근본적으로 전환시키려는 지향을 갖는 것으로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 전역의 노후 인프라를 현대화하며 제조업의 경쟁력을 지원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그 핵심 내용이다.

적극적 재정 운영과 부자 증세, 노동권 강화는 전향적인 변화

일자리계획과 가족계획은 10년에 걸쳐 시행되며 여기에는 4조 달러가 지출된다. 바이든 정부는 그 재원의 상당 부분을, 10년간 3.6조 달러 규모의 부자 증세로 조달하고자 한다. 5월말에 발표된 세제 개편안에 따르면 대기업의 법인세 최고 세율은 21%에서 28%로 오른다. 이는 2017년 트럼프 정부에서 35%를 21%로 떨어뜨린 것을 중간 정도로 되돌려놓는 조치이다. 소득세 역시 개인 기준 연간 45만 달러 이상, 부부 합산 50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이 37%에서 39.6%로 인상된다. 특히 자본이득(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발생한 이득)에 대한 과세가 크게 강화될 예정이다.

바이든 경제정책의 노동정책도 짚어볼 만하다. 바이든 정부는 케네디 이후 처음으로 노동운동가 출신 인사를 노동부 장관에 임명했다. 연방정부와 계약하는 노동자에 대해서는 행정명령을 통해 15달러 최저시급이 보장되도록 했다. 3월에는 1930년대 뉴딜 이후 가장 노동 친화적이라고 일컬어지는 노동법 개정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노동자들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에 대한 보호가 강화되었고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정부의 처벌 권한이 확대되었다. 플랫폼 노동자를 독립 계약자로 보는 규정도 폐지되었다. 상원을 통과하기는 어렵다고 하지만 전향적인 변화인 것만은 분명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뉴시스

그러나 바이든의 정책 변화를
새로운 경제 질서의 출현으로 보는 것은 성급한 판단

그러나 그와 같은 정책 변화를 새로운 경제 질서의 출현으로 볼 수 있을지, 혹은 과거 뉴딜 체제로의 복귀로 낙관해도 될지는 의문이다. 일자리계획이든, 가족계획이든, 세제 개편안이든, 노동법 개정안이든, 당장 공화당 반대로 입법이 좌초되거나 그 내용이 축소 수정되기 쉽다. 입법에 성공하더라도 현재의 법안 내용을 과연 신자유주의와의 단절로 볼 수 있을지는 다시 따져볼 문제이다. 일례로 법인세 최고 세율은 인상되더라도 2017년 이전 수준에 못 미친다. 부자 감세 기조는 벗어난다고 하지만 중산층을 포괄하는 보편 증세로 나아가지 않은 점에서 미국 사회의 불평등 심화 추세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 규제 일반에 대한 정책 방향성도 아직 뚜렷하지 않은 것 같다. 환경규제가 강화된다고는 하지만 대개 트럼프 정부에서 완화된 것을 되돌리는 정도이다. 기후위기 대응은 대자본의 이해관계를 해치지 않는 범위로 국한되고 말았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노동법 개정안도 한계가 있다고 한다. 단체행동권에 대한 상당한 제약이 여전한 점,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낮은 처벌 수위가 시정되지 않는 점,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이 적극적으로 인정되었다고는 볼 수 없는 점 등이 지적된다. 연방 최저시급을 15달러로 인상하는 내용을 구제계획에서 삭제한 것은 결국 민주당이었다. 코로나19 감염위기에도 불구하고 버니 샌더스의 전 국민 단일건강보험 공약을 거부한 것 역시 민주당이었다. 아직 그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고 정세 변화에 따라서는 앞으로 얼마든지 후퇴하거나 역전될 수 있는 최근의 정책 변화를 두고 새로운 경제 질서의 출현을 거론하고 신자유주의가 완전히 퇴조하는 조짐으로 단정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일 수 있다.

코로나19 경제위기가 불러온, 기존 거시경제정책 패러다임의 위기

그러나 바이든 정부의 국내 경제정책 기조 변화가 기존 거시경제정책 패러다임이 처한 위태로운 현실을 드러낸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한 듯하다. 그간에 거시경제학에서 논의되어온 한 가지 이론적 과제는, 통화정책(중앙은행이 이자율을 조정해 경제를 관리하는 정책)과 재정정책(정부의 재무부처에서 지출 예산과 조세 수입의 크기를 조정해 경제를 관리하는 정책) 사이에 어떤 역할 분담(assignment issue)이 최선인지를 밝히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2000년대 초반까지 보수적인 기성 학계에서 합의된 결론은, 경제의 과열이나 침체를 막는 역할은 통화정책이 주로 맡고 재정정책은 소극적으로 재정수지(세입에서 세출을 뺀 것)가 적자가 나지 않게 관리하는 편이 최적이라는 생각이었다. 이는 경제 안정화에 있어 통화정책의 우위(monetary dominance)를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적어도 1950년대 이후 비교적 최근까지 미국에서는 통화정책이 민간 금융시장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 ‘중립성 원칙’(neutrality principle)이 고수되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화폐를 공급할 때 민간 기업이 발행한 채권이나 주식을 매매하지 않고 국채(정부가 발행한 채권)만을 거래해왔다. 이에 따라 재정정책이 정부 개입에 따른 왜곡을 초래하는 반면 통화정책은 자유시장의 이상적인 자원 배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통화정책 우위의 원칙이란 다름 아닌 시장원리주의 이념의 확인이었던 셈이다. 보수적인 기성 학계에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제 안정화를 달성하려는 과정에서도 정책 당국이 재량적으로 판단할 여지를 최소화하고 미리 사전에 약속된 ‘준칙’을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준칙주의를 주장했다. 재량에 입각한 정부 재정정책은 경제에 해악을 끼친다고 치부되었다. 통화정책 우위, 준칙주의, 중립성의 원칙은 기존 경제정책 패러다임의 근간이 되었다.

그러나 경제위기는 모든 것을 뒤흔들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연방준비제도는 ‘양적완화’(이자율이 0%와 같은 어떤 하한선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민간으로부터 자산을 매입하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라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시행했다. 그 과정에서 주택저당증권이나 민간 기업이 발행한 증권을 매입했으므로 중립성 원칙의 훼손은 불가피했다. 양적완화 자체가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거친 결과물이었으니 준칙이 있었다 해도 그것을 따를 여유는 없었다. 이번 코로나19 경제위기에서는 어땠을까? 연방준비제도는 위기가 닥쳐오자 지체 없이 양적완화로 복귀했고 민간 증권의 매입에 나섰다. 준칙은 이번에도 지켜질 수 없었다. 그나마 각국에서 재정정책을 규율해온 준칙의 적용조차 유예되었다.

통화정책 우위의 원칙도 코로나19 경제위기로 도전을 받는 양상이다. 양적완화는 금융시장의 붕괴를 막는 데 치중하는 것이므로 자산가 계층을 보호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막상 경제위기의 충격을 정면으로 맞은 노동자 계층과 빈곤층에 대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했다. 결과적으로 분배가 크게 악화되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진보적인 경제학자들은 취약 계층에 대한 정부의 직접 지원(going direct) 필요성과 이를 위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요구했다. 코로나19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이번에는 취약 계층의 직접 지원과 경제 회복을 목적으로 대규모의 재량적 재정 투입이 이루어지고 있다. 전통적인 거시경제정책 패러다임에서 금기시되던 수단들이 채택되고 있는 것이다.

달러(자료사진)ⓒpixabay

거시경제학의 대안적 관점과 고압경제론은
성장 경로의 전환 가능성, 이력 효과, 재정 여력에 대한 진전된 인식을 공유

그렇다면 바이든 경제정책이 근거하는 지적 전통은 어떤 것일까? 현재로서는 재무장관 재닛 옐런의 ‘고압경제론’(high pressure economy,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정부가 일정 기간 재정지출을 집중적으로 늘려 수요를 확대하면서 노동시장을 과열 상태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 외에 어떤 새로운 경제학이 바이든 경제정책을 뒷받침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고압경제론 자체도 완전히 새로운 이론은 아니다. 혹자는 과감한 확장 재정을 강력히 지지해온 현대화폐이론(이하 ‘MMT’)이 바이든 경제정책의 근거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는 다르다. 대표적인 MMT 경제학자 스테파니 켈튼이 조각 과정에서 제외되면서 바이든 정부에 MMT의 인적 기반이 남아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이 거시경제학의 대안적 관점들과 공유하는 요소들은 분명히 있다.

주류 거시경제학의 거장 올리비에 블랑샤는 바이든 정부의 구제계획을 비판하면서 9천억 달러 이상의 재정 투입은 미국 경제의 경기 과열과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기서 9천억 달러라는 수치는, 실업률이 낮았던 2019년 4분기까지의 추세가 그대로 이어지는 기존 ‘완전고용’ 성장 경로로 미국 경제가 복귀하는 데에 재정 투입이 얼마나 필요한지 계산한 결과였다. 그런데 이와 같은 논리는, 경제의 미래 성장 경로를 과거 추세에 기초해 주어지는 것처럼 사고하는 주류 경제학의 경향성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했다. 보수적인 기성 학설에 따르면, 마치 중력의 작용으로 사과가 늘 지구 중심 방향으로 떨어지듯 경제 역시 시장 원리가 순조롭게 작동하기만 하면 기존의 ‘완전고용’ 추세를 회복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경제의 미래 성장 경로에는 막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경제가 과거의 완전고용 추세를 자동적으로 회복한다는 생각은 근거가 없다. 완전고용을 가져오는 성장 경로조차 유일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 앞에 놓인 미래 성장 경로는 정책 효과에 따라 수많은 갈래로 길이 나눠질 것이다. 좋은 정책은 경제의 성장 경로를 상방으로, 나쁜 정책은 하방으로 전환시킨다. 고압경제론은 미래 가능한 성장 경로가 유일하지 않으며 어떤 정책이 실행되는가에 따라 더 좋은 성장 경로로 도약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대안적 거시경제학의 새로운 관점과 일맥상통한다.

고압경제론은 ‘이력 효과’(hysteresis, 경제의 과거 및 현재의 상태가 미래 성장 경로에 미치는 영향)와 ‘재정 여력’(재정 투입을 늘릴 수 있는 여지)에 대한 대안적 거시경제학의 진전된 인식과도 관련이 있다. 고압경제론 자체가 경제 침체의 지속성을 가져오는 부정적인 이력 효과를 극복하려는 방안으로 제안된 것이면서 동시에 충분한 재정 여력과 이를 지원하는 통화정책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점에서 그렇다. MMT가 강조해온 미국의 재정 여력에 대한 새로운 인식 역시 간접적으로나마 바이든 정부의 과감한 지출 계획 수립을 자극하고 고무하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뉴시스

근본적인 전환의 조건

바이든 정부 국내 경제정책 기조의 변화가 근본적인 성격의 것인지, 그리하여 1960년대 이전의 뉴딜 경제 질서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지금으로서는 예단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분명한 것은 경제 질서의 근본적인 전환은 반드시 사회정치적 세력 균형의 변화를 수반한다는 사실이다. 근본적인 전환의 조건은 바이든 경제정책의 변화가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자본의 영향을 제한하는 대항력을 형성해낼 수 있는지, 그리하여 사회 계급 간에 새로운 진취적인 균형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그와 같은 전환이 실제로 근본적인 것이 되더라도 그것은 장기적으로만 확인될 수 있을 뿐이다. 새로운 경제 질서를 이끌어 갈 정치 주체의 형성에 실패하면 바이든 경제정책 전환의 비전도 퇴색되고 말 것이다. 경제적 불확실성과 정세의 가변성이 큰 상황에서 후퇴와 역전의 가능성은 너무 크다.

만약 경제 질서의 전환이 근본적인 것이라면 그것은 장차 경제학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과감한 정책 실천이 이론을 앞서가야 하는 상황이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대안적 경제학의 씨앗이 뿌려질 수 있다. 다만 역사의 경험은 굳건한 과거의 도그마를 극복하지 못한 채로는 새로운 경제 질서가 뿌리 내리기 어렵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한때 번영을 위한 금과옥조로 여겨지던 금본위제도가 1930년대 세계대공황으로부터의 회복을 지연시킨 요인이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시 한 번 대전환의 기회를 맞은 오늘 우리의 인식을 지배하고 있는, 기성 주류 경제학의 극복되어야할 낡은 도그마부터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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