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사회적합의기구 가합의 내용 짚어보니

내년 1월 1일부터 택배노동자 분류작업서 상당한 수준 해방... 택배물량 축소에 따른 수익 감소는 택배노동자 몫

분류작업 중인 택배노동자 자료사진ⓒ국회사진취재단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합의기구’ 2차 합의가 가합의를 이루면서 그동안 택배기사들의 장시간 노동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분류작업 압박이 상당한 수준으로 완화된다.

16일 정부와 국회, 택배 사업자, 종사자, 소비자, 화주 등이 참여한 사회적 합의기구는 2차 합의 과정의 주요 쟁점이었던 ▲택배기사 분류작업 전면 배제 시점 ▲노동시간 감축에 따른 총수익 보전 문제 등에 대해 가합의 했다. 다만 정부기관인 우정사업본부와 택배노조간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최종합의엔 이르지 못했다. 양측은 오는 18일까지 최종 합의를 목표로 추가 논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2차 사회적 합의가 최종 도출된 것은 아니어서 확정적인 합의문 전문이 공개되진 않았다.

2022년 1월1일부터 택배기사 분류작업서 해방될 듯
CJ·롯데·한진 분류인력 1천명씩 추가 투입키로

이번 가합의에서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대목은 택배노동자들이 내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과로사의 주원인으로 지목됐던 분류작업업무가 대폭 완화된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 1월 21일 사회적합의기구는 1차 합의를 통해 분류작업을 택배기사의 기본업무에서 제외하고, 분류작업의 책임이 택배사에 있음을 분명히 한 바 있다. 하지만 5개월가량이 흐른 현재까지도 많은 택배노동자들은 여전히 분류작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

사회적합의기구는 가합의를 통해 올해 안에 분류인력 투입을 완료하고 2022년 1월 1일부턴 택배기사가 분류작업을 하지 않도록 했다. 그전까지 각 택배사 및 대리점은 택배기사들의 장시간 고강도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분류전담인력(분류인력)을 투입하고 분류자동화를 위한 설비투자 등의 노력을 하도록 했다. 이미 상당 부분 자동화 설비를 갖춘 CJ대한통운을 제외한 롯데, 한진, 로젠, 우체국 택배의 경우는 자동화 설비 설치를 의무조항으로 명시했다.

여건상 불가피할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택배기사가 분류작업에 참여할 수는 있도록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단 택배사와 대리점은 택배기사의 총수입이 줄어들지 않는 범위에서 배송물량 감축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분류작업에 대한 적정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 적정 대가는 분류작업에 대한 시간당 최저임금 상당, 별도 분류인력 투입비용 이상으로 정했다. 택배사가 분류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분류작업 시간’에 대해서는 ‘첫차 도착 시각부터 막차 도착 시각까지’로 명확히 했다.

택배기사에게 지급되는 분류비용을 '분류인력 투입비용 이상'으로 정한 것은 택배사들의 자동화 설비 확충과 분류인력 충원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택배기사에게 분류작업을 시키는 비용이 자동화 설비 비용보다 많으면 많을수록 택배사들은 빠르게 자동화 설비를 갖추고, 분류인력을 투입할 것이기 때문이다.

택배사들은 올해 안에 분류인력 투입을 완료해야 한다. 자동화 설비를 갖췄을 경우엔 택배기사 4명당 1명, 그렇지 않은 경우엔 택배기사 2명당 1명꼴로 분류인력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자동화 설비를 갖춘 CJ대한통운은 1차 합의에 따른 기 투입인원(4천명) 외에 1천명을 12월 31일까지 추가 투입해 총 5천명의 분류인력을 운용하기로 했다. 롯데와 한진 역시 오는 9월 1일부터 기 투입인원(각각 1천명)외 1천명씩을 충원해 각각 총 2천명씩의 분류인력을 투입한다.

롯데와 한진은 1차 합의에서 각각 1천명의 분류인력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투입 인력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시범사업장을 선정해 200명만 우선 투입하고 있다. 나머지 800명분의 분류인력 비용은 분류인력이 투입되지 않고 있는 택배기사들에게 1/n로 나눠 지급하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전국 택배노동조합 소속 우체국 택배 노동자들이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상경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06.15ⓒ김철수 기자

택배물량 축소에 따른 수익 감소는 택배노동자 몫
갈등조정위 구성해 과도한 물량 축소 방지키로
표준계약서 도입으로 부당 계약해지 막는다

현재 주 평균 72시간에 달하는 택배기사의 노동 시간을 주 60시간, 일일 최대 12시간으로 줄이는 데 대해서도 합의했다. 성수기인 설과 추석이 속한 2주간은 추가 노동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최대 밤 10시를 넘기지 않도록 했다.

다만 노동시간을 줄임으로써 발생할 택배 물량감소로 인해 수익이 줄어드는 문제에 대해선 택배노동자들이 감내하기로 했다. 그동안 택배노조는 물량감소로 줄어드는 수익에 대해 ‘수수료 인상을 통한 총수익 보존’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정부·여당과 택배사들의 반대에 부딪혔고, 이에 대해 택배노조가 한발 물러서는 것으로 합의했다.

대신 일방적 물량 축소 등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 이번 합의에서는 주 60시간, 일일 12시간의 노동시간을 4주 연속 초과할 경우 물량감소, 구역조정 등을 협의하도록 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갈등조정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정해진 노동시간(주 60시간·일일 12시간)을 초과해 물량을 조절해야 할 상황이 발생했을 때 택배대리점 소장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과도하게 물량을 줄여 택배기사의 수익이 급감하는 상황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물량 감소 폭이 너무 적어 노동시간을 줄이기 부족하다고 평가되는 경우에도 갈등조정위를 통해 조정이 가능하다.

갈등조정위원회 구성은 택배노조와 택배사가 공동으로 추천하는 인물을 국토부가 지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표준계약서도 도입한다. 새롭게 만들어질 표준계약서에는 택배기사의 면허가 취소되는 등의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향후 6년 동안 택배 위탁 계약을 해지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다. 택배기사를 상대로 한 부당한 계약 해지를 방지한다는 취지다. 이외에도 대리점의 불법 부당 갑질을 근절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표준계약서는 정부가 이달 말까지 초안을 작성하고, 회람한 후 최종 결정한다. 택배기사들은 오는 7월 27일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생물법)이 시행되는 시점에 맞춰 표준계약서를 기반으로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고용·산재보험 등에 대한 택배기사의 부담금은 택배사가 택배비 인상을 통해 지원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적용 시점에 대해선 합의문에 명시하진 않았지만, 택배업계 노사가 합의해 9월 1일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분류인력 투입과 택배기사들의 고용·산재보험 가입 등에 필요한 원가 상승금액은 170원으로 결정했다.

2차 사회적 합의부터 사회적합의기구에 참여한 로젠택배는 경영구조의 특수성을 고려해 2차 사회적 합의 체결일로부터 2개월 이내에 분류인력에 대한 별도 방안을 마련해 9월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현재 로젠택배 노사가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며, 협의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를 2차 사회적합의안에 명문화한다는 방침이다.

사모펀드가 100% 소유한 로젠택배는 경영상 특수성으로 인해 사회적합의가 일괄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한편 유일하게 합의에 이르지 못한 우체국 택배는 오는 18일 주무 부서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우정사업본부, 과로사대책위원회 등이 참여하는 공식회의를 통해 최종 합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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