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100만 유료부수?’ 조작 논란에 존폐 기로에 놓인 ‘ABC협회’

문체부, “정책적 활용 중단” 예고...국회 입법 논의 활발

1위 조선일보, 2위 동아일보, 3위 중앙일보, 4위 매일경제...

국내 유일 신문부수 인증기관인 한국ABC협회가 집계한 작년 일간신문 유료부수 순위다. 특히 1·2·3위 자리는 소위 ‘조중동’이라는 세 매체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늘 차지했다. 이중 조선일보의 경우 100만 이상의 유료부수를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ABC협회가 인증한 부수가 조작된 것이라는 정황이 잇달아 드러나면서 사회적 공분이 일고 있다. 매년 1조원이 훌쩍 넘는 정부의 정책 광고료가 조작된 자료를 근거로 특정 언론사에 들어간 셈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와 국회에서는 ABC협회가 아닌 다른 부수인증 방법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부수뿐만 아니라 신뢰도 등 언론매체 평가 기준을 다양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ABC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소개글ⓒ한국ABC 홈페이지 캡처

내부 폭로, 신문지 수출...믿을 수 없는 ABC협회 부수 공사 결과

ABC협회 논란의 시발점은 내부 폭로였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주요 신문사의 발행·유료부수가 부풀려졌다며 지난해 11월 박용학 전 ABC협회 사무국장 등이 문화체육관광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박 전 사무국장은 지난 2월 긴급토론회에서 △ABC협회가 역량과 적격에 맞는 공사원을 배정하지 않아 결과의 왜곡을 초래하고 △표집지국의 교체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관리하지 못했으며 △보정자료 역시 상세하게 관리하지 못해 최근 보정자료 제출을 ABC협회가 신문사에 요청하고, 공사 결과가 바뀌는 비상식적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급기야 ABC협회는 2019년도분 공사 결과에서 A신문의 지국 성실률이 95.94%, B신문의 경우에도 93.73%라는 발생할 수 없는 사항을 조사 결과로 발표했다”며 “그동안 수많은 언론의 합리적인 문제제기와 문체부, 광고주협회의 개선 요청에도 불구하고 개선은커녕 오히려 악화되는 신뢰 훼손 행위를 바로잡기 위해 문체부에 일간신문의 공사 결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공사 과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청구했다”고 말했다.

매년 각 신문사는 ABC협회에 발행부수와 유료부수를 보고한다. ABC협회는 신문사 지국 가운데 몇 곳에 현장실사를 나가 유료부수를 검증한 뒤 이를 토대로 전체 규모를 추산한다. 결국 조사의 신뢰도와 정확도를 가르는 건 ABC협회 직원의 현장실사이다. 그런데 이때 각 지국에선 ‘독자 되살리기’ 등 수법으로 유료부수를 늘리거나 ABC협회가 현장실사를 나갈 지국을 무작위로 뽑는 게 아니라 신문사가 원하는 대로 골라줬다는 특혜 의혹 등이 잇달아 제기됐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3월 16일 발표한 ABC협회 사무 검사 결과에 따르면 ABC협회는 A신문사 98.09%, B신문사 94.68%, C신문사 82.92% 성실률을 발표했는데, 문체부의 12개 지국 조사 결과에서 성실률은 A신문사 55.36%, B신문사 50.07%, C신문사 62.73%로 큰 차이를 나타냈다. 성실률은 신문사가 ABC협회에 보고한 유료부수 대비 공사원이 실사를 통해 인증한 유료부수의 비율이다.

단 한 번 펼쳐 보지도 않은 신문이 해외로 대규모 수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ABC협회의 부수 공사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지난 2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2020년도에는 월평균 신문지 수출량이 1천359톤이었는데, 21년도에는 1천428톤으로 오히려 늘어났다”며 “해외로 빠져나가는 새 신문 양은 늘어났는데 유가 부수율이 아직도 94%라는 것은 정말 믿을 수 없다. 부수 공사가 조작됐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비판했다.

조작 논란 이후 ABC협회가 지난 2월부터 6월 초까지 일간신문 공사를 진행해 발표한 유료부수 인증 결과, 주요 신문사 발행부수·유료부수는 지난해 말 직전 부수 공사 결과에 비해 줄어들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이번에도 유료부수 100만 부를 넘기며 94%라는 비현실적인 유가율을 보였다. 조선일보는 100만546부, 동아일보는 70만5163부, 중앙일보는 58만2552부의 유료부수를 기록했다.

MBC 스트레이트는 ABC협회 유료부수 조작 논란과 관련한 보도를 하면서 펼쳐보지도 않은 새 신문이 동남아 곳곳으로 수출되고 있는 현실을 알렸다.ⓒMBC 방송캡처

하지만 ABC협회는 제기된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지 않고 조사에도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앞서 문체부는 지난 3월 ABC협회에 대한 사무 검사를 벌인 결과 부실 조사 정황을 확인하고 전반적인 제도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표본지국 선정 가이드라인 설정 및 표본지국 선정 과정에서 제3자 참관, 선정 과정 기록·공개 △표본지국 실사 통보 시점 조정(1~3일 전) 및 각종 증빙 확보 의무화 △신문사 직원의 개입 가능성 차단 △신문협회, 광고주협회, 제3자가 동등한 비율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이사회 구조 개선 △종이신문 부수와 온라인신문 트래픽을 함께 조사하는 통합ABC제도 도입 등이다.

또한 문체부는 추가로 공동조사단을 구성하고 6월 말까지 현장실사를 추진할 것이며 이에 협조할 것을 ABC협회에 권고했다. 문체부는 ABC협회가 6월 말까지 이런 권고 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정책적 활용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ABC협회는 지난 17일 문체부에 ‘ABC협회 사무검사 권고사항에 대한 현황 및 조치 보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문체부의 권고사항을 거의 반영하지 않은 내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ABC협회는 문체부의 개선 요구에도 묵묵부답”이라며 “매년 1조1천억원의 정부 광고가 ‘막가자’는 ABC협회 기준에 근거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사회문화조사실 과학방송통신팀 김여라 입법조사관이 작성한 ‘ABC제도 문제점과 개선과제’ 현안분석 보고서를 통해 “부수보고 체계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부수보고관리시스템이 도입됐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19년 ‘전국 신문지국 실태조사’ 연구를 진행한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언론재단이 발간하는 ‘신문과방송’ 5월호에서 “최선은 ABC제도가 빠른 시일 내 자율적으로 정상화되는 것”이라면서도 지금 같은 ‘구제 불능’ 상황이 지속될 경우 “정부 광고 관련 지표라도 정부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황희 문체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출석해 “ABC협회가 (추가) 조사에 불응했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는 게 문체부의 입장”이라고 밝히며 ABC협회가 권고사항을 계속 응하지 않을 경우 “정책적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된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자료사진ⓒ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ABC협회 정책적 활용 중단...대안은?

현재 ABC협회의 부수 공사가 활용되는 정책 분야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대행하는 정부광고 집행과 지역신문발전 지원, 우송료·소외계층구독료 지원 등이다. 이중 정부광고는 2020년 기준 1조893억원 수준으로 국내 광고시장 총광고비 11조9951억원 대비 9.1% 비중이다.

예를 들어 보건복지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법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언론매체에 광고를 싣기로 결정했다고 치자. 그러면 정부는 한국언론진흥재단에 이를 의뢰한다. 정부는 광고주, 한국언론진흥재단은 광고대행사인 셈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으로, 어떤 매체를 활용해 광고를 하는 것이 좋은지, 정부의 예산에 맞게 ‘컨설팅’을 해준다. 재단 관계자는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고 광고비를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때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광고를 실을 언론매체와 광고 단가를 정할 때 삼는 기준 중 하나가 ABC협회의 부수공사였다. 정부는 발행부수·유가부수에 따라 신문사 광고단가 등급을 정하고 있는데, 국내에서 부수 공사는 ABC협회가 독보적이다.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시행에 관한 법률(정부광고법)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신문 및 잡지에 광고하는 경우에는 정부광고의 효율성을 높이고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전년도 발행부수와 유가부수를 신고·검증·공개한 신문 및 잡지를 홍보매체로 우선 선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언론진흥재단 관계자는 “정부광고는 ABC협회 가입 언론매체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부수 공사만 가지고 광고가를 책정하지는 않고,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정한다. 대체적으로 광고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광고비를 주느냐, 이런 부분도 많이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ABC협회가 집행계획 회신 시한인 6월 30일까지 조치 결과를 받고 검토를 거쳐 정책적 활용 중단 여부 등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ABC협회에 대한 ‘정책적 활용’을 중단한다면 ABC협회는 사실상 무력화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관계자는 “(앞으로) ABC협회를 정책적으로 활용하지 않게 될 경우 다른 지표를 써야 한다. 저희 재단이 문체부와 협의해서 새로운 지표를 개발하고 있다”며 “광고 효과와 공익성을 두 가지를 다 감안해서 지표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ABC협회 자료를 전혀 활용하지 않는 대신, 우리가 직접 신문 발행부수를 조사하거나 (시대에 맞게) 디지털 발행부수 개념을 도입해서 클릭수를 조사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거기에 언론 신뢰도도 반영하려고 한다”며 “예를 들어서 언론중재위원회나 신문윤리위원회, 광고자율심의기구 등에서 제재를 받은 매체는 불이익을 주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 움직임이 활발하다.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ABC협회의 부수인증을 근거자료로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정부광고법 개정안과 ABC협회 대신 여론집중도 조사 결과를 이용하도록 하는 신문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병훈 의원도 신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신문사업자가 인쇄물에 적용할 수 있는 바코드인 ‘신문유통표준코드’를 사용해 신문을 인쇄·배포하도록 하고, 문체부는 이 같은 바코드를 적용하는 전산시스템을 통해 산출한 지표를 바탕으로 신문사업 지원과 정부 광고 집행에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단순히 부수 등을 기준으로 한 언론의 영향력만 평가해서 정부광고를 집행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공동대표(성공회대 교수)는 “정부 광고에서 실제 중요한 건 시민들에게 도달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정부광고는 시민들에 골고루 갈 수 있도록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기준을 고려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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