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의 직격] “그냥 살게 해 달라”는 할머니의 호소, 발전소 지으러 마을을 없앤다고?

발전소 건설 반대주민들이 삼가면 동리마을 앞에 모여 있는 모습.ⓒ하승수 변호사 제공

지난 6월 16일 오후 경상남도 합천군 쌍백면 ‘어파마을’이라는 시골마을에 도착했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출발해서, 마중나온 지역주민의 차를 얻어타고 한참 만에 도착한 것이다.

12가구 정도가 거주한다는 마을은 그야말로 조용한 시골마을이었다. 마침 밭일을 하러 나오는 듯한 할머니 두 분과 마주쳤다.

동행한 지역주민이 “할머니 여기에 발전소가 들어선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으니, “그냥 살게 좀 놔뒀으면 좋겠어”라고 말씀하신다.

분지 지형에, 농지를 파괴하며
LNG발전소를 짓겠다고?

이 할머니들이 사는 마을은 남부발전과 합천군이 추진하고 있는 LNG발전소가 들어서면 사라지게 되는 마을이라고 한다.

주위를 둘러보니 앞은 700m가 넘어 보이는 산이고 양옆도 숲이다. 주민들은 LNG발전소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대기오염물질이 분지 지형 속에 갇힐 것을 우려한다. LNG발전소가 석탄화력발전소보다는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적다고 해도, 초미세먼지나 질소산화물같은 대기오염물질이 대량으로 배출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분지지형에 500MW나 되는 LNG 발전소를 추진한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았다.

지도상에서 붉은 원으로 표시한 곳이 LNG발전소를 추진하겠다는 곳이다.ⓒ네이버지도 캡쳐

이뿐만이 아니다. 어파마을에서 나오는 길에 ‘친환경농업단지’라는 표시를 보았다. 동행한 지역주민의 말에 따르면, 10년을 노력해서 가꿔온 친환경농업단지인데, 여기를 없애고 태양광발전을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태양광발전 역시 남부발전과 합천군이 추진하는 사업이다.

한마디로 합천군 쌍백면과 삼가면 일대 100만여평 땅에 LNG도 하고 대규모 태양광발전도 하겠다는 것이다.

발전규모가 합치면 800MW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이다. LNG발전 500MW에 태양광 200MW, 연료전지 80MW 등이다.

이런 규모의 발전을 하겠다고 하는 면적이 총 107만평(3,543,593㎡)에 달한다. 그 가운데 임야가 51.4%, 농지가 38%에 달한다. 한마디로 대규모로 숲과 농지를 파괴하고 발전을 하겠다는 것이다.

1단계로 하겠다는 태양광 74MW만 하더라도, 예정부지의 77.9%가 농지이다. 대부분이 농업진흥구역이다. 그야말로 식량주권 확보를 위해 반드시 보전해야 하는 절대농지까지 대규모로 파괴하는 사업인 것이다.

발전소 세운다며 주민서명 조작까지

합천군은 이런 시골에 어마어마한 발전소를 세우겠다면서 주민서명을 조작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2018년 합천군수가 갑자기 ‘청정에너지단지’를 유치하겠다면서 합천군 성인 85.4%에 달하는 35,739명의 합천군민으로부터 동의서명을 받았다고 주장했는데, 그 가운데 상당수는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경상남도 합천군 쌍백면 ‘어파마을’에 있는 친환경농업단지 표시ⓒ하승수 변호사 제공

이런 의혹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 합천군은 동의 서명지를 공개해달라는 요구를 거부해 왔는데, 최근 한 주민이 본인서명만 확인한 결과, 위조된 것임을 확인했다고 한다.

더욱 문제는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문준희 합천군수는 최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200만 원이라는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는 것이다. 판결이 확정되면 군수직 상실은 물론이고 피선거권이 박탈될 사람인데, 주민의견도 무시하고 사업을 밀어붙이는 것이다.

문제는 경상남도와 남부발전도 이런 합천군수와 유착해 있다는 것이다.

경상남도는 당초에 다른 목적의 산업단지로 지정해뒀다가 경제성부족으로 산업단지가 무산되자, 편법으로 발전소를 추진하도록 용인하고 있다. 산업단지가 무산됐으면 당연히 해제해야 할 땅인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놓고 전혀 별개의 발전소단지를 추진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공기업인 남부발전은 주민서명이 위조된 것을 알면서도 사업을 밀어붙이겠다고 한다. 이것이 촛불정부하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이건 모습만 바꾼 ‘나쁜 전기’

그리고 이것은 모습만 바꾼 ‘나쁜 전기’ 전력생산 방식이다. 그동안 핵발전소, 석탄화력발전의 문제점은 여러 측면에서 지적되어 왔다. 그 중에 하나는, 소비지로부터 떨어진 외진 곳에 대규모 발전소를 건설하고 송전탑을 건설해서 소비지로 송전하는 ‘중앙집중식’이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중앙집중식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분산형 전력공급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었다.

그런데 지금 경남 합천 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의 농촌에 대규모 LNG발전소와 대규모 태양광 발전을 하고 송전탑을 건설해서 대도시와 대공장으로 전기를 보내겠다고 한다.

이것은 얼굴만 바꾼 ‘중앙집중식’이고 ‘나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농촌마을 주민들에게 또다시 눈물과 고통을 안겨주는 것이다.

LNG 발전소의 장점은 지역분산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LNG발전소를 짓더라도 소비지 가까이에 지어야 한다. 예를 들면 전기를 많이 쓰는 대공장 안에 자가발전시설로 짓게 해야 한다. 전기소비도 적은 농촌지역에 지을 일이 아니다.

게다가 대규모로 농지와 산림을 훼손하면서 태양광발전을 한다는 것도 ‘재생가능에너지’의 취지에 전혀 안 맞는다.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를 생각하면 농지와 산림은 최대한 보존해야하기 때문이다.

추진방식도 비민주적이다. 온갖 편법이 동원된다. 석탄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 건설을 추진할 때 쓰던 ‘밀어붙이기’와 ‘주민분열’ 방식을 똑같이 쓰고 있다. 발전공기업이 독단적인 지자체장과 유착해서 농번기의 농촌주민들이 아스팔트로 나오게 하고 있다.

필자가 나오는 길에 들린 합천군 삼가면 동리 마을에서는 칠순이 넘은 노인들이 마을을 파괴할 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러 나와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이런 일이 촛불정부를 표방하는 정부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매우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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