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로 진보] 언론과 정치가 조장하는 ‘이대남’ 돌풍

‘이대남’이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시각 네이버 뉴스 탭에서 ‘이대남’을 검색하면 상위에 노출되는 기사는 “25살 박성민 靑 비서관 발탁에 ‘이대남’ 포기한 거냐?”(YTN 라디오), ‘이대남’ 5人 “공정이 상식…유일무이 준스톤”(신동아), “입당하세요” 호남서 QR명함 돌린 이준석…이대남 구름떼(연합뉴스) 등이다. 언론에서 다루는 ‘이대남’은 공정을 중시하고 페미니즘을 싫어하며 능력주의를 숭상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20대 여성 박성민 청와대 청년비서관 임명을 반대하고 페미니즘의 상징이라고 생각되는 특정 손모양을 쓰는 것을 반대하며 이준석을 지지한다. 실제 20대 남성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상관없이 20대 남성은 이런 모습으로만 재현된다. 뉴스를 보는 사람들 역시 ‘요즘 청년들’, ‘요즘 남자애들’은 페미니즘을 싫어하고 성평등 정책에 반대하며 각자도생을 추구하는 집단이라고 받아들이기 쉽다. 언론은 더 나아가 분노한 이대남이 ‘30대 0선’ 이준석 전 최고위원을 당대표로 만들었다는 서사를 유포한다. 페미니즘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역차별에 분노하는 20대 남성이 유의미한 정치적 집단이 되었다는 분석이 기저에 깔려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1회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 토론배틀 - 나는 국대다! with 준스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06.24ⓒ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6월 22일부터 25일까지 4일에 걸쳐 공개된 KBS 세대인식 집중조사 역시 비슷한 관점에서 청년세대와 청년 남성을 분석한다. 이 조사에 대해서는 소득분위 분포나 실제 성별 분포 등 패널 대표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고 그래프에 있어서도 비판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석에서 20대 남성을 어떻게 재현하려고 하는지는 명백하다. “보수 성향도 짙게 드러”나고, “청년 남성에게서 (...) ‘공동체 배타성’”이 드러난다고 언급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청년층 남성 집단만 유독 ‘튀는’ 응답을 내놓는다”고까지 언급하고 있다.

정말로 20대 남성은 다른 세대 남성과 동세대 여성과 구별되어 ‘유독 튀는’ 집단일까? 어떤 측면에서는 그렇고 어떤 측면에서는 그렇지 않다. 페미니즘을 싫어하고 역차별 의식을 가지고 있는 20대 남성 집단은 실재하지만, 20대 남성 전반이 유의미하게 반페미니즘 정서를 가지고 있다거나 성평등 정책에 반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단적으로 성평등 정책에 대한 답변을 보면 20대 남성의 49.5%는 성평등 정책 강화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놓았는데, ‘모르겠다’ 등의 선택지가 따로 설계되지 않았으므로 20대 남성의 50.5%는 성평등 정책 강화에 찬성한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물이 반 밖에 안 남았어’와 ‘물이 반이나 남았어’의 차이처럼, 똑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가지고도 ‘20대 남성의 절반 가까이는 성평등 정책 강화를 반대한다’와 ‘20대 남성의 절반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지지한다’는 전혀 다른 두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앞 문장은 다른 집단과 구분되는 이대남 현상이 실재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뒷문장은 이대남 돌풍에 대한 인식이 과장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20대 남성 절반, 성평등 정책 강화 반대’에 대한 상반된 해석
20대 남성에 대한 언론과 정치의 자기실현적 예언은 아닌가
정해진 서사를 내려두고 청년세대 고충 경청해야

국민의힘 대표 경선 과정에서 이준석 후보는 20대 남성을 자기편으로 호명했고, 경선이 이준석 후보의 승리로 끝나자 언론은 다시 20대 남성을 호출해 이준석의 핵심 지지층으로 명명했다. 이러한 호명은 항상 사실에 근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준석 대표 선출 직후 한국리서치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20대 긍정평가 43%, 60대 이상 긍정평가 68%로 60대 이상의 긍정평가가 1.5배 이상 높았다. ‘이대남 돌풍이 이준석을 당선시켰다’는 명제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을 시사한다. 오히려 언론과 정치가 서로 자기실현적 예언을 하고 있는 것에 가깝다.

KBS 세대인식 집중조사(한국리서치)ⓒ방송 캡처

‘이대남’ 현상에 대한 분석은 확실히 과장되어 있다. 20대 남성의 실제 목소리에 대한 분석보다는 ‘20대 남성이 우경화되고 있다’거나 ‘20대 남성이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 또는 더 나아가 ‘20대 남성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등의 정해진 서사에 분석을 끼워 맞추는 경향도 우려스럽다. 이러한 분석은 청년 남성과 청년 여성 모두를 대변할 수는 없고,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는 시그널을 보내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페미니즘과 반페미니즘, 성평등과 성차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정치 발전에도, 공론장 형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대 남성은 이렇다’라는 서사를 내려두고 보다 면밀하게 청년세대의 고충과 생각을 듣는 것으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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