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된 이는 정치와 종교에 대하여 평론하지 않아야 한다. 가령 사회 풍조가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말고 오로지 교육에만 힘을 쓰는 것이 좋다. 정치와 종교는 그것을 맡는 사람이 따로 있다. 그러므로 교육자가 된 이는 단지 그 본분이라고 할 수 있는 교육만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다. 교사가 정치적인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없다.*1)
교사는 오로지 학교에서 학생들만 잘 가르치면 되고 학교 밖에서 진행되는 정치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내용과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말은 1907년, 이토 히로부미가 일본인 교원들에게 훈계하였던 것이다. 교육활동에 대한 이러한 이토 히로부미의 왜곡된 관점은 일제 강점기에 조선인 교사들에게 주입되었고 교사의 사회의식을 교실 안에 가둬 놓기 위한 이데올로기로 작용했다. 그리고 10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사회에서 교육의 역할을 교실 안에 가두고, 교육자의 사회의식을 교실 안에 가두는 이데올로기로 작용하고 있다.
이토 히로부미가 누구인가? 1905년 일본이 대한제국과 강제로 을사늑약을 체결한 후, 대한제국에 설치하였던 조선통감부의 첫 번째 통감이었다. 이토 히로부미는 중국 하얼빈역에서 대한제국의 안중근 의사의 총을 맞고 사망하였다. 이토 히로부미는 100년 전에 사망하였고, 대한제국의 안중근 의사는 1962년 건국훈장으로 대한민국장에 추서되었으며 남산에 기념관을 짓고 그의 정신을 배우고 있다. 안중근 의사는 평소 교육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교육가이며 의병장으로 활동했다. 독립운동은 교육활동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나라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교육없이 진행될 수 없다는 점을 반영한다고 볼 때, 독립운동가들은 모두 뛰어난 교육자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국가보안법에서 이토 히로부미가 남긴 말이 살아있음을 본다. 국가보안법은 분단된 조국에서 평화통일을 교육하는 교육활동을 감시하고, 남과 북의 정치적 상황과 경제적 실상에 대해서 알기 위해 연구하는 활동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평화통일의 대상이며 공식적인 남북의 정상회담이 세 차례에 거쳐 진행되었음에도 여전히 북을 적으로 규정하고 북의 실제상황을 탐구하는 도서와 음반, 그림 등을 소지한 것에 대해서 단죄하는 야만적인 법이 버젓하게 21세기의 대한민국의 교육을 탄압하고 있다.
이토 히로부미는 안중근 의사에 척살됐지만
그의 말은 100년 뒤에도 살아남아
우리 교육을 옥죄고 있다
100년 전의 이토 히로부미의 이념과 주장에 의존하는 국가보안법은 국가구성원이 평화통일의 주체이며 나라의 주인이며 평화통일교육의 주체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헌법위에 군림하고 있다. 우리사회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정확한 관점과 실천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안중근 의사의 언행과 실천을 통해서 말해주고 있다. 안중근 의사가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 그의 어머니인 조마리아 여사는 “이토 히로부미가 많은 우리 국민을 죽였으니, 이토 한 사람을 죽인 게 무슨 죄냐”고 말씀하셨다. 그분의 말씀에 따른다면 국가보안법폐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 자체로 역사 앞에서 죄를 짓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국가보안법은 수많은 우리국민들을 학살하고 민주인사들을 옥에 가두고 교육자들을 자기검열을 조장하는 외면할 수 없는 악법이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은 행위가 아닌 생각을 재단하고 처벌한다는 점에서 법으로서의 최소한의 기준에도 미달하고 있지만 무자비한 처벌의 두려움에 의거하여 유지되고 있다.
최근 2022개정교육과정이 미래교육을 지향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정부와 교육부가 제출한 교육정책과 교육계획들이 하나같이 공허한 이유도 바로 국가보안법체제를 유지한 채 민주시민교육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하나의 예로, 대한민국의 교육부는 평화통일교육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외면한 채 교육정책을 수립한다.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평화통일의 과제를 교육적으로 책임지지 않고 안보교육이라는 어정쩡한 논리로 통일부와 통일교육원이 맡고 있는 상황이다. 평화통일교육은 통일부의 통일교육지원법과 통일교육지첨서(2018년 이후 『평화・통일교육:방향과 관점』으로 명칭 변경)를 참고로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평화・통일교육:방향과 관점』의 내용 중 ‘5. 통일은 튼튼한 안보에 기초하여 평화와 번영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6. 북한은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경계의 대상이면서 함께 평화통일을 만들어 나가야 할 협력의 대상이다.’*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여전히 북에 대해서는 이중적인 시각과 안보 중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통일교육지원법 11조에는 고발 조항이 있다. 그 내용은 ‘통일부장관은 통일교육을 하는 자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는 내용으로 통일교육을 하였을 때에는 시정을 요구하거나 수사기관 등에 고발하여야 한다.’*3)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이 글의 서두에서 언급하였던 교육과 정치를 분리하고 있는 이토 히로부미의 주장을 연상하게 한다. 나라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교육과 실천 없이 어떻게 개인과 공동체의 행복을 지킬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간혹 북의 사회상에 대해 긍정적인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이 북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마다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또는 “내 생각은 조금 다르지만....”으로 말문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북에 대하여 언급을 할 때, 증오나 욕설은 무한대로 허용되지만 사실적인 내용이나 긍정적인 시각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자기 검열을 거치는 것도 국가보안법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보안법은 우리사회에 이분법적인 사고를 강요하고 다름에 대한 존중이나 입장이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보다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공격성을 양산해 왔다. 지난해 이규민 의원 등 15명은 국가보안법 7조 삭제 법안을 발의하였으며, 헌법재판소에는 수원지법과 대전지법에서 제청한 국가보안법 7조 위헌심판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국가보안법폐지 10만 입법청원을 시작하였고, 9일 만에 완료되어 국회에 제출되었다. 국가보안법폐지 10만 입법청원이 국회에 제출된 직후 강은미 의원 등 10명은 국가보안법 폐지법안을 발의하였다. 그리고 국회의원 74명이 함께 하는 국가보안법관련 토론회와 국가보안법 폐지 원로선언이 진행되고 있다. 너무나 고마운 일이다.
급변하는 사회 자유로운 상상 가로막는
국가보안법, 특히 7조
청소년 미래교육 위해서라도 폐지돼야
청소년들의 지속가능한 미래교육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교육자들도 함께 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청소년들의 교육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2030년에 성인이 되는 현재의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을 미래교육으로 보고, 미래의 교육시스템을 위한 전망과 원칙에 대한 고민을 ‘OECD 교육 2030프로젝트’(이하 ‘OECD교육2030’) 보고서에 담아 발표하였다. 우리나라는 미래형 교육과정이라는 방향을 제시하면서 2022개정교육과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OECD회원국으로서 이 OECD교육 2030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였음을 밝힌 바 있다.
‘OECD교육2030’에서 중요하게 제시한 교육의 과제는 변혁적 역량이다. 교육이란 사회에 적응하고 배우는 것을 넘어서 사회를 변혁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OECD교육2030’에서 밝힌 미래교육에 대한 공동의 전망과 청소년들이 발달시켜야할 변혁적 역량에서 중요한 가치는 개인과 공동의 건강과 행복, 공공재와 지속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새로운 가치를 생성하고, 긴장과 딜레마를 수용하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고 타인과 협력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사회가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서 교육은 필연적으로 변화해야 하고, 우리가 살아갈 사회의 법과 질서도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그런데, 시대가 변화하지만 시대에 맞지 않는 법과 질서를 고수하고 있을 때, 우리는 청년과 청소년들은 낡은 가치와 질서와 시스템으로 고통 받을 수 있다. 또한 비판적 사고력이 제한되고 선별적인 협력을 강조하기 때문에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공공성과 협력적 사고력이 제한될 수 있다. 슬프고 미안한 일이다. 실제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한 색깔공격을 너무나 많이 경험해왔으며, 부패한 사립학교를 바로잡기 위한 내부고발에 대해서 빨갱이로 공격당하거나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입법 활동마저 빨갱이로 공격당해온 경험이 있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미래교육의 가치를 논의하고 실천할 수 있다. 100년 전 이토 히로부미의 망령에서 벗어나 낡은 법과 질서를 폐지하고, 사회를 변혁하고 새로운 시대로 도약할 수 있는 미래교육을 시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주*
1) 이만규, 1991. 조선교육사
2)통일교육원, 2018. 평화・통일교육:방향과 관점
3)이성주, 2021. 평화통일교육과 국가보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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