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개정되면 “‘구의역 김 군’ 참사 원청에 벌금 15억 선고”

2016년 ‘구의역 김 군’ 산재 사망사고가 시민 법정에 섰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고 시민들이 직접 형량을 결정하자 원청 기업은 벌금 15억 원을 선고받았다.

1일 더불어민주당 이탄희·이수진(비례)·최기상 의원 주최로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모의 법정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적용 첫 모의재판― 산재시민법정 1호 구의역 김 군 사건’이 진행됐다.

1일 더불어민주당 이탄희·이수진(비례)·최기상 의원 주최로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모의 법정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적용 첫 모의재판― 산재시민법정 1호 구의역 김 군 사건’이 진행됐다.ⓒ이탄희 의원실

이번 모의재판은 이탄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이 실현됐을 때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엿보기 위한 자리였다.

개정안 핵심 조항은 벌금 하한선과 형량 배심제다.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재 사망사고 발생 시 해당 법인 등에 50억 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하도록 한다. 이 의원은 사망 노동자 한 명당 평균 45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되는 현실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1억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하도록 했다. 또 판사가 벌금형을 선고하기 전 전문가와 시민 등 국민양형위원회의 의견을 먼저 듣도록 했다.

이날 재판은 양형 심리기일이었다. 피고인인 구의역 참사의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법인과 각 대표이사가 1심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는 전제로, 기존 재판과 같은 과정을 거친 뒤 양형위원들이 평결을 내리고, 이를 바탕으로 재판부가 형량을 결정하는 식이다.

재판장은 박시환 전 대법관이 맡았다. 검사와 변호사, 증인 등은 연극배우 등이 활약했다. 양형위원은 모두 8명으로 조성애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유재원 노동변호사 등 전문가 6명, 시민 2명으로 구성됐다.

재판 시작 직후 1번 양형위원은 대표로 “사실을 정당하게 판단하고, 법과 증거에 따라 진실한 의견을 낼 것을 선서한다”라고 선서했다.

재판부는 양형위원들에게 “심리 종결 후 선고가 끝날 때까지 재판장의 허가 없이 자리를 떠날 수 없다. 평의에 들어가기 전까지 다른 양형위원을 포함 누구에게도 의견을 말할 수 없다. 오로지 법정에 제출된 증거로 판단하고 이 사건 관련 다른 정보를 수집·조사할 수 없다. 평의·평결 등 과정에서 알게 된 재판부와 다른 양형위원의 의견을 외부에 누설해선 안 된다”라고 주의사항을 전했다.

1일 더불어민주당 이탄희·이수진(비례)·최기상 의원 주최로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모의 법정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적용 첫 모의재판― 산재시민법정 1호 구의역 김 군 사건’이 진행됐다.ⓒ이탄희 의원실

재판에서 김 군의 동료, 감사원 직원, 전자사업소장 등에 대한 증인신문을 통해 산재 사망사고의 구조적 원인이 짚어졌다.

김 군의 안전불감증이 사고 원인이라는 피고인 측 주장과 달리, 2013년 강남역에서 같은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원청과 하청 모두 안전조치·재발방지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아 ‘예견된 인재’라고 검찰은 지적했다.

검찰은 원청과 하청 대표이사에게 각각 징역 2년과 벌금 2억을, 두 법인에 각각 벌금 30억 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양형위원들은 분리된 공간에서 20분가량 평의한 뒤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재판부는 원청 대표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에 벌금 1억 원을, 하청 대표에게 징역 1년에 벌금 5천만 원을 선고했다. 원청 기업에 벌금 15억 원을, 하청 기업에 벌금 8억 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원청에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들 권한과 책임이 있다며 “이 사건 발생의 근본적 책임을 따지면 결국 용역계약 체결에 따른 (구조적) 한계가 많았다는 점이 많이 참작됐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모의재판이 끝난 뒤 재판장을 맡은 박시환 전 대법관은 취재진과 만나 “재판부 의견을 많이 반영하지 않고 배심원들의 양형 평균치에 가깝게 결정했다”라며 선고 배경을 설명했다.

1일 더불어민주당 이탄희·이수진(비례)·최기상 의원 주최로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모의 법정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적용 첫 모의재판― 산재시민법정 1호 구의역 김 군 사건’이 진행됐다.ⓒ이탄희 의원실

이번 양형은 기존 재판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범위다. 실제 재판에서 원청 대표는 업무상 과실치사죄 등 혐의로 벌금 1천만 원, 하청 대표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개인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형법과 달리 관리 책임을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이번 모의재판에 적용되면서 원청을 더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게 됐다.

박 전 대법관은 “시민들의 양형 감각을 봤다”라며 다만 “재판부는 하청 대표에 대해 실형까진 생각하지 못했다. 구조적 문제의 시발점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최소한 하청과 원청 대표의 형이 같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날 모의재판을 방청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지난해 이천창고 화재 사건 유족 김지현 씨는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서 원청 최고 책임자가 구체적인 실무는 몰랐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에 대해 답답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이탄희 의원은 “원청에 벌금 10억 원은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등 재판에서 나올 수 없는 형태”라며 “(국민 양형위원들은)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원청에 기업 책임을 더 부과했다. 형량 배심원제도가 시민들의 감정만 반영된다는 우려가 있지만, 전문가·시민·재판부가 집단 지성을 발휘해 개인과 기업의 책임을 나눈다는 것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지난 4월 평택항에서 사망한 고 이선호 군의 사망사고가 큰 계기기 됐다며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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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영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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