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원준의 경제비평]  최저임금 1만원, 경제구조 대개혁의 시작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9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 사망사고 대통령 책임 촉구 합동추모제’를 마친 후 청와대로 행진을 시도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2021.06.19ⓒ정의철 기자

지난달 19일, 노동 존중 대한민국의 경찰은 민주노총이 주최한 중대재해 노동자 합동추모제에서 영정 344개의 행렬을 끝내 막아섰다. 행렬에는 작년 10월 스물일곱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대구의 쿠팡 노동자 故장덕준의 부모가 함께 했다. 그날 단 한 시간의 장례식을 성사시키기 위해 고인의 아버지는 경찰에 연행되기를 불사했다. “왜 맨날 우리는 이렇게 사정하고 부탁해야만 합니까. 왜 우리한테는 자꾸 기다리라고만 합니까.” 고인의 어머니가 토해낸 그 절규에 필자만 눈시울을 붉혔을까.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산재 사망자 수는 벌써 574명(질병 사망자 포함), 누더기 중대재해법을 비웃듯 산재 지표는 개선되지 않는다.

착취공화국 대한민국의 저임금 노동자가 마주하는 현실

죽음에 이르는 노동은 아니더라도, 가난하게 태어난 사람들의 이 땅에서의 삶은 대개 최저 수준의 생계를 겨우 유지하기 위한 고단한 노동으로 채워지고 만다. 방송 보도로 알려진 사실에 따르면 故김용균에게 생전에 마지막으로 지급된 2018년 11월 월급은 210만원이었다.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이 용역업체에 지급한 직접노무비 520만원에서 약 300만원이 줄어든 금액이었다. 그래도 따지고 보면 월 2백만 원도 적은 돈은 아니다. 사람값이 싼 이 나라에서는 용역이나 파견의 이름으로 일하는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 가운데 십년 넘게 일해도 실제 받는 월급이 백만 원을 겨우 넘거나 그것도 안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 한 가지 이유는, 원청이 노무비를 제대로 쳐줘도 인력공급업체의 바지 사장이 가만 놔두질 않아서다. 월급을 떼먹고 그러다가 위장폐업으로 체불임금을 남기고 야반도주하기도 한다. 물론 원청이 제값을 잘 쳐주는 것만도 아니다. 올해 5월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청업체의 44%는 여전히 원청의 단가 후려치기에 애로를 겪고 있다. 수많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은 그래서 최고임금이 된다. 우리 사회가 누리는 물질적 부와 풍요는 일정 부분 이와 같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고통을 밟고 그 위에 서 있다. 착취공화국 대한민국의 이 절망적인 현실을 우리는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2016년 6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고용보장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조조정과 임금체불의 시한폭탄을 들고 하청노동자들의 불안정한 모습을 퍼포먼스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문제는 최저임금이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을 가로막는 오늘의 경제구조

저임금 노동자들의 형벌과도 같은 삶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 숙명처럼 정당화시킬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최저임금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모순을 여실히 드러낸다. 지배계급과 그들을 대변하는 지배적인 정치세력들이 소상공인을 앞세워 최저임금 인상을 억누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들은 최저임금을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해 근본적인 개혁 요구의 압력을 낮추려고 한다. 최저임금이 영세한 소상공인과 저임금 노동자 사이에 을과 을의 대결이므로 그 인상 폭은 소상공인의 지불능력 범위로 제한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해마다 잊지 않고 반복된다. 얼마 전에는 노동 존중 문재인 정부의 집권여당 대표마저 최저임금 인상을 사과했다.

그러나 필자는 그런 주장을 지지할 수 없다. 그렇게 해서는 오늘 한국경제의 착취구조를 뜯어고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폭넓게 인정하고 도급금액이 최저임금에 연동되도록 하는 것, 상시 지속 업무의 직접고용 원칙을 민간 부문에 적용하고 파견 사유를 제한하는 것과 같은 제도화 노력에 한계가 뻔하다. 그렇게 해서는 파견 대가에 대한 용역업체의 부당한 착복을 앞으로도 못 막을 것이다. 영세소상공인과 저임금 노동자 간 대결이라는 잘못된 구도를 결국 바꿔내지 못할 것이다. 문제는 최저임금이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을 가로막는 오늘의 경제구조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회복에 실보다는 득이 될 수 있어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최저임금 결정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경제에서 최저임금은 노조가 조직되지 않은 사업장의 임금 수준을 사실상 정하는 역할을 하며 소득분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관련 연구에서는 2018년과 2019년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이 분배 개선에 기여했음을, 그리고 2020년 낮은 인상률에 따른 최저임금의 사실상의 정체가 코로나 경제위기와 겹치면서 불평등 심화의 한 원인이 되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경제성장, 물가상승, 분배 개선 목표 등을 고려하지 않고 산입범위가 확대된 효과만 따져도 최소 8.9%의 인상률이 필요하다는 최근 분석 결과 역시 시사점이 있다. 그렇다면 위기로부터 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양극화 추세를 제어하기 위해서도 최저임금을 충분한 폭으로 인상하는 편이 바람직할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일자리안정자금과 같은 보완책에 재정 투입을 아껴서는 안 되며 구조 개혁으로 지체 없이 나아가야 한다. 그럴 때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회복에 실보다는 득이 될 것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3가 인근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하기 위해 도로로 나서고 있다. 2021.07.03ⓒ김철수 기자

최저임금의 충분한 인상으로 근본적인 경제구조 개혁의 물꼬를 트자

오늘 주류 정치세력들은 오직 권력의 교체나 유지에만 관심을 가지며 개혁 과제는 등한시한 채 노동자 민중보다는 실체를 알 길 없는 중도층을 끌어온다고 여념이 없다. 故장덕준 어머니의 외침처럼 노동자들이 개혁을 요구하면 그들은 기다리라고 한다. 거짓말이다. 그들에게는 노동자들보다 착취구조의 지배자들과의 관계가 훨씬 더 중요하다. 최저임금의 충분한 인상을 실현시켜 한국경제의 근본적인 구조 개혁을 압박해낼 수 있는 것은 민주노조운동뿐이다. 민주노조운동은 불퇴전의 결의로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시켜야 한다. 최저임금 1만원의 목소리를, 구조개혁을 압박하는 힘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그리하여 새로 들어설 정부가 시민사회의 압력 속에 우리 경제의 대개혁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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