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도입, ‘확대재정의 시대’가 열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일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을 15%로 정하는 것에 대한 130개국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예정대로 합의가 이행된다면 그 동안 외국에서 거액을 벌고도 그 나라 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법인세를 내지 않았던 다국적기업들이 2023년부터 돈을 번 나라에서 거액의 법인세를 내야 할 전망이다.

다국적 기업들은 그 동안 자유무역을 명분으로 세계 곳곳에서 돈을 벌어가면서도 그 나라에서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았다. 이들 기업들은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 일명 조세 피난처로 본사를 옮기는 꼼수를 쓰기도 했다. 이번 합의로 다국적 기업들의 이런 꼼수는 원천적으로 차단될 전망이다. 수백 년 동안 왜곡됐던 글로벌 조세정의를 바로 세운다는 측면에서 이번 합의는 높게 평가할 만하다.

물론 이번 합의를 주도한 미국이 선의(善意)로 이 일을 했을 리는 만무하다. 오랫동안 미국은 자유무역을 강화한다는 명목 아래 다국적 기업이 조세 피난처를 찾아다니며 법인세를 탈루하는 것을 부추겼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미국 정부가 천문학적인 돈을 시장에 풀면서 재정이 악화됐고, 미국 정부는 증세 없이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과 마찬가지 처지였던 유럽 선진국들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번 최저 법인세율 도입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선의에서 출발했건 아니건, 중요한 것은 이번 합의를 통해 전 세계가 바야흐로 확대재정의 시대에 돌입했다는 점이다. 이제 다국적 기업들은 세계 어느 곳에서 돈을 벌건 세금을 내야 한다. 각국 정부는 늘어난 세수를 활용해 보다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할 전망이다. 신자유주의 40여 년 동안 유지됐던 기업과 시장 중심의 경제에서, 정부의 역할이 보다 강조되는 시대가 개막된 셈이다.

우리나라는 이 같은 확대재정의 시대를 선도할 충분한 여력을 가진 나라다. OECD 국가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가장 낮은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세와 정부 재정 확대에 대한 기득권층과 시장주의자들의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그들은 기업에 온갖 혜택을 몰아주던 신자유주의 시대로의 회귀를 여전히 꿈꾸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런 시장주의자들의 반발에 단호히 맞서며 보다 적극적인 증세와 복지 확대를 지속해야 한다. 세계는 변하기 시작했고, 확대 재정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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