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민애의 법원삼거리] 광주 붕괴 참사로 드러난 중대재해처벌법의 숙제

지난 6월 광주 동구 학동 건물 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사고 당시 상황 영상을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울 만큼 처참했다. 사고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누구인지 수사를 통해서 제대로 밝혀지기를 바라면서도, 숱하게 제기되고 있는 끝없는 의혹들이 믿기 어려워 사실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마저 들었다.

광주 참사가 일어나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었다면 이 법을 적용할 수 있었을지 여부가 많은 관심을 모았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었다면 광주 참사에 적용되었을지, 적용되었다면 누가 처벌받을 수 있을 것인지.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돼 지나가던 버스를 덮쳤다. 119 소방대원들이 무너진 건축물에 매몰된 버스에서 승객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2021.06.09.)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뉴시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었더라도, 광주 참사에 법을 적용해서 책임자를 확인하고 처벌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를 구별하고 있는데, 현장에서 일하다가 다치거나 사망한 피해자는 없었기 때문에 중대산업재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중대시민재해라고 할 수 있을까? 법에서는 공중이용시설, 공중교통수단을 이용하다가 사상의 피해가 발생할 경우를 중대시민재해로 정하고 있는데, ‘철거 중인 건축물’과 그 인근이 ‘공중이용시설’에는 포함되지 않고, 법이 정하고 있는 ‘공중교통수단’에 시내버스는 포함되지 않은데다가 버스 자체의 결함으로 발생한 사고가 아니어서 역시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철거공사 관련 책임자에게 형법이 정하고 있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 그리고 건축물 철거와 관련된 법령을 위반하였다면 해당 법령에 따라 책임을 물을 수는 있으나,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중대재해를 규율하고자 했던 취지가 그대로 적용되기는 어려운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중이었어도 광주 붕괴 참사 처벌 어려웠을 것
10만 국민청원에 없던 중대산업재해, 중대시민재해 구분 국회서 생겨
당장 법 개정 어렵다면 시행령 제대로 제정돼야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기 전 10만 국민의 동의로 입법청원이 진행된 법안에서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를 구분하지 않고 있었다. 타워크레인이 쓰러져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와 근처를 지나던 시민에게 피해가 발생했을 때,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서 노동자와 인근 주민에게 피해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구분하지 않고 사상의 피해를 발생시킨 책임을 묻고자 했었다.

그러나 국회에서 여러 법안이 함께 논의되는 과정에서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가 구분되었고, 중대시민재해의 정의규정에는 공중이용시설, 공중교통수단, 제조물과 관련한 사상의 피해가 포함되게 되었다. ‘시민재해’의 개념을 법률에서 정한 것 자체는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법률 제정과정에서 공백과 미비점이 생겨났고, 안타까운 참사로 법률의 사각지대를 확인하게 되었다.

수많은 참사에서 확인된 문제점과 교훈을 하나하나의 조문으로 만들고자 했고, 산업재해와 시민재해의 피해자, 유가족들이 더 이상 죽음을 지켜볼 수 없다는 절박함이 만들어낸 중대재해처벌법이지만, 국회 논의과정에서 많은 한계가 있었고 아직 시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의 사각지대가 드러나게 됐다. 산업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중대산업재해 관련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3년간 적용이 유예됐다. 중대산업재해에 포함되는 직업성 질병의 종류, 중대산업재해에 포함되는 공중이용시설의 종류, 사업주의 구체적인 의무의 내용은 하위법령으로 위임되어, 시행령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운용되느냐에 따라 법의 실효성이 문제될 수 있게 되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14일 경기도 평택시 안중백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열린 평택항에서 일하다 산재사고로 숨진 청년 노동자 고(故) 이선호 씨 산재사망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기업살인 막아내는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1.05.14ⓒ김철수 기자

법률이 담지 못하고 있는 공백을 채우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법률의 개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수많은 어려움 끝에 제정된 법률이 곧바로 개정되는 것이 녹록지는 않을 것이고, 개정을 위한 노력과 동시에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시행령이 법률의 목적과 취지를 제대로 살리는 방향으로 제정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금 가장 필요한 일이 아닌가 싶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경우를 시행령에서 오히려 좁히는 방식으로 직업성질병, 공중이용시설, 사업주의 의무의 내용을 협소하게 정하게 된다면, 현재 법이 갖고 있는 한계에 더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실효성을 갖고 제정목적에 맞게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들 우려가 크다. 더 이상 비극적인 참사로 법의 공백을 확인하는 일이 없도록, 그리고 수많은 참사의 피해자와 유족들의 요구와 바람이 담긴 법률이 그 기능을 제대로 다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시행령이 제정되어야 하고, 그 과정을 견제하고 감시할 필요가 있다. 법이 만들어진 과정과 취지를 외면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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