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칼럼] 닭을 즐겨 먹는 것, 누구에게나 다 좋을까

조선시대 의서 방약합편·동의보감을 통해 본 식재료 닭의 효능

우리나라 사람들은 닭을 참 좋아합니다. 여름철엔 특히 맥주를 곁들여 ‘치맥’으로 많이 먹고, 복날이 되면 삼계탕도 많이 먹습니다. 이렇게 많이 자주 먹는 닭, 누구에게나 다 좋을까요?

닭은 조선후기의 의서 방약합편(方藥合編)에 “웅계미감(雄鷄味甘) 보허가(補虛可), 종치혈루(縱治血漏) 동풍화(動風火)”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이 문장의 앞 구절은 “닭은 맛이 달고, 허(虛)한 것을 보(補)하는데 좋다”는 의미입니다.

허준 선생이 쓴 동의보감(東醫寶鑑)에도 닭은 오장을 보하고 허로(虛勞)를 치료하며 몸이 여윈 것을 치료하여 살찌게 한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여기서 ‘허로(虛勞)’는 허약한 것이 오래되어 심해진 것을 뜻합니다. 쉽게 이해하자면 ‘닭은 몸이 허(虛)한 것을 보(補)해주는 효과가 뛰어나다’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치킨(자료 사진)ⓒ제공 : 교촌치킨

여기까지 보면 ‘그럼 닭은 누구에게나 다 좋은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몸이 허(虛)한 사람에게는 좋겠지만 몸이 허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독(毒)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사람을 치료할 때, 크게 허(虛)와 실(實)로 나누어서 치료합니다. 허증(虛症)인 사람에게는 보약(補藥)을 위주로 처방하게 됩다. 반면 실증(實症)인 사람에게는 사기(邪氣)를 빼내거나 없애는 약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것을 거꾸로 해서 허증인 사람에게 실증약을 쓰고 실증인 사람에게 보약을 쓰면 치료가 잘 되지 않을 뿐더러 몸이 더 안 좋아지게 됩니다.

아무리 몸에 좋은 보약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안 좋을 수 있습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기름이 떨어져 못 가는 차에 기름을 넣어주면 잘 가겠지만, 불필요한 짐이 잔뜩 실려 잘 못 가는 차에 기름까지 꽉 채우면 더 무거워져 오히려 안 좋은 상황이 되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럴 때는 기름을 더 넣는 게 아니라 차에 실린 불필요한 짐을 줄여야 합니다. 그래야 차가 가벼워져 잘 나갈 수 있게 됩니다.

그럼 먼저 본인이 허증인지 실증인지 알아야, 닭을 먹는 것과 관련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이를 가늠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자신의 체형과 상태를 잘 살피는 것입니다.

평소에 좀 피곤하고 기력도 떨어지는 것 같고 자꾸 눕고 싶고 의욕도 없다. 이런 분들 중에서 본인이 체형이 좀 크고 비만에 가깝다 하시는 분들은 실증(實症)일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분들은 식사를 하고 나면 몸이 더 처지고 무겁고 졸린 증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몸에 좋다는 보약을 먹어도 효과를 못 느끼는 경우가 많고, 오히려 속이 부대끼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반면 운동을 하거나 사우나에서 땀을 빼고 나면 기분도 좋아지고 활력이 도는 경우가 있습니다. 본인이 그런 타입이시라면, 기운이 없다며 이것 저것 챙겨먹기 보다 활동을 해 자꾸 비워내는데 신경을 써야 합니다.

체형이 마른 편인 분들은 허증(虛症)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분들은 공복에는 속이 쓰리고 밥 때를 놓치면 기력이 뚝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밤에도 뭔가를 좀 먹어줘야 잠이 오지, 공복에는 도저히 잠이 안 온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또 체력을 키운다고 운동을 하면 더 처지고, 사우나에서 땀을 빼도 처지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잘 챙겨먹는 게 중요합니다. 보약도 드시고 식사도 잘 드셔야 합니다. 운동도 너무 많이 하면 안 좋습니다. 일단 휴식이 필요한 분들입니다.

초복인 1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삼계탕집을 찾은 시민들이 삼계탕을 먹고 있다. 2020.07.16.ⓒ사진 = 뉴시스

그러면 다시 방약합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닭에 대한 설명의 뒤쪽 구절은 “설령 혈루(血漏)를 치료한다고 해도 풍화(風火)를 동하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혈루(血漏)는 여성이 생리 기간이 아닌데도 피가 살짝 비치는 비정기출혈이 보이는 증상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또 풍화(風火)는 질병의 원인 중 하나입니다. 풍화에서 풍은 흔히 ‘풍(風)에 맞았다’고 하거나 중풍에 걸렸다고 할 때의 그 풍입니다. 화(火)는 불을 뜻하는데요. 그래서 풍화가 있는 사람은 중풍 후유증이 있거나 혈압이 너무 높거나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을 말합니다. 다혈질에 화를 잘 내고, 얼굴에 열이 잘 오르고, 가슴에 화가 많이 쌓인 분이라면 화(火)가 많은 사람입니다. 자동차에 비유해보자면 엔진이 과열돼 문제가 생겼는데, 엔진을 더 돌아가게 하면 금방 망가지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그러니 이 구절의 의미는 ‘닭에는 혈루를 치료하는 효능이 있지만 풍화를 동하게 하니 풍화가 있는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드린 말씀을 전체적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닭은 몸을 보하는데 참 좋다. 그렇지만 몸이 허약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좋지 않을 수 있다. 특히 풍화(風火)가 많은 사람은 삼가는 게 좋겠다. 이 정도로 기억하시면 되겠습니다.

무더운 여름철입니다. 평소에도 건강을 조심하시고, 이상 증세가 나타나거나 계속되는 분들은 가까운 한의원에 내원해 치료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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