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의 직격] 정책연구위원 77명, 소속은 국회인데 하는 일은 몰라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2021.06.29ⓒ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21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났다. 그 1년 동안 국회는 국민 세금을 제대로 썼을까?

20대 국회의 경우에는 국회의원들이 엉터리 정책연구용역을 하는데 국민 세금을 낭비했다가 발각되는 등 국회의 예산사용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드러났었다.

그리고 영수증도 없이 사용하는 특수활동비의 경우에는 여론의 비판을 못 이겨서 연간 80억 원 대에서 16억 원 대로 대폭 삭감하는 일도 있었다.

그렇다면 21대 국회는 어떨까? 앞으로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검증을 하는 것이 언론과 시민단체의 역할일 것이다.

그런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한가지 짚을 부분이 있다. 21대 국회에서 20대 국회보다 ‘개악’된 부분이기 때문이다. 바로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 문제이다.

월급은 국회사무처에서, 복무관리는 예외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은 참 묘한 존재이다. 월급은 국회사무처 예산에서 받는 별정직 공무원이다. 직급도 1급, 2급, 3급, 4급으로 상당히 고위직 대우를 받는다. 연봉이 1억 원을 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국회사무처의 감독은 받지 않는다. 국회사무처 소속 공무원은 국회사무총장의 지휘ㆍ감독을 받는 것이 원칙이지만,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은 예외인 것이다.

하는 일은 “교섭단체 소속 의원의 입법활동을 보좌”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도대체 이들이 어떻게 입법활동을 보좌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도대체 어떤 형태로 근무하는지 궁금해서 국회사무처에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들의 복무관리 실태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그런데 국회사무처의 답은 ‘우리도 모른다’는 것이다. 자신들은 그저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인사발령을 내라고 통보하면 발령내주고, 월급주고 하는 역할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에 대한 지휘ㆍ감독은 교섭단체 원내대표(대표의원)이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들은 완전히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다.

국회사무처의 답변ⓒ기타

일부 언론의 취재에 의하면, 말이 ‘정책연구위원’이지 정책연구와는 무관한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일부는 소속 정당의 정책위원회 등에서 근무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2020년 6월 JTBC 보도에 따르면, 정당의 조직국이나 홍보팀, 시ㆍ도당 사무처 일을 하는 ‘정책연구위원’도 있었다고 한다. 2021년 2월 레이더P도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이 실제로는 원내대표 부속 조직, 중앙당, 시도당 사무처 등에 근무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20대 국회에서는 심지어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들이 외유성 해외출장을 갔다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뉴스타파와 YTN이 2020년 11월에 보도한 바에 따르면, 심지어 미국 대선을 연구한다면서 라스베가스에 다녀온 사례도 있었을 정도이다.

21대 국회에서 77명으로 늘어나

정책연구위원 제도는 1988년에 처음 도입됐다. 당시에는 각 교섭단체별로 6명의 정책연구위원을 두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났다. 1991년에는 제1교섭단체에 19명, 제2교섭단체에 13명을 두는 것으로 늘어났다. 2003년에는 53-57명으로 늘어났다. 2004년에는 63-67명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21대 국회에서는 정책연구위원 숫자가 67명에서 77명으로 늘어났다. 기존에 지적되어 온 문제점을 개선하지도 않으면서 숫자만 늘린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21대 국회에는 77명의 정책연구위원이 있다. 현재는 민주당, 국민의힘 2개 정당만 교섭단체니까, 이들 두 정당에만 ‘정책연구위원’자리가 배정된다. 민주당에 44명, 국민의힘에 33명이 배정되는 것이다.

물론 역할을 제대로 한다면, 이런 정책연구위원을 두는 것 자체를 뭐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정책연구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정책연구위원’이라는 명칭을 붙여서 국민세금으로 월급을 주는 것은 명백하게 잘못된 것이다.

게다가 국민세금으로 정당에 주는 보조금의 30%가 정당 부설 정책연구소들에 지원되고 있다. 그 돈만 해도 연간 100억 원이 넘는다. 그런데 정당부설 정책연구소도 뭘 연구하는지 국민들은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선거 때 여론조사나 하는 것이 정당 부설 정책연구소가 하고 있는 일 아닌가?

이런 상황인데, 그와는 별개로 국민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정책연구위원’까지 두는 것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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