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단계 거리두기 시행되는데, 왜 필수노동자 안전·작업 지침은 아직도 없나”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대책 탁상공론 안 되려면 필수노동자 목소리 들어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시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중회의실에서 열린 4단계 거리두기와 관련해 필수노동자 보호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정부에 마스크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021.07.12ⓒ김철수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험에서 안전하지 못하고 오히려 업무강도·감염위험이 높아지는 필수노동자에 대해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듣지 않다 보니, 탁상공론에 그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민주노총은 1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12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필수노동자 보호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이날 회견에는 거리두기 단계가 높아질수록 업무강도와 감염위험이 높아지는 생활폐기물을 수집·운반하는 환경미화원, 맞벌이 가정을 방문해 아이를 돌보면서도 백신 우선 접종 대상자로 선정되지 않은 아이돌보미, 집단감염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음에도 백신휴가조차 사용하기 힘든 콜센터 상담사, 코로나 유행이 시작된 이래 생계가 끊기다시피 한 방과 후 강사, 학교 대면 수업이 모두 원격 수업으로 전환될 때도 정상 운영됐던 학교 돌봄 교실 노동자 등이 참여해 노동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된 상황에서도 환경미화원과 택배·배달 노동자는 아직 백신접종을 하지 못한 상황, 필수노동자 보호법이 국회를 통과했음에도 법 시행일이 11월이라는 이유로 아직 ‘필수노동자 지원위원회’조차 구성되지 않은 상황, 지원위원회를 대신할 협의 체계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 등을 지적하며 “정부가 감염위험 속에서도 대면업무와 과중한 업무를 할 수밖에 없는 필수노동자의 안전대책에 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심야노동 중인 환경미화원 자료사진ⓒ뉴시스 제공

폐기물 증가했지만, 인력·장비 충원 없어
환경미화원 산재 관심 없는 서울시·자치구
감염되든 말든 알아서 방역하라는 지자체

먼저 서울시 자치구 민간위탁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김영수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생활폐기물은 15~20%, 재활용은 30~40%가량 증가했다”라며 “하지만 인원이나 장비가 보충된 것은 없다”라고 한탄했다.

김 부위원장 등에 따르면,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대부분은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사업을 민간에 위탁하여 운영한다. 소수 자치구를 제외하고 이들 환경미화노동자 대부분은 심야노동을 하는데, 이는 환경부가 ‘환경미화원 작업 안전 지침’을 통해 금지한 것이다. 심야에 일을 하다 산재로 숨지거나 다치는 노동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서 이를 금지했지만, 서울시와 대부분의 자치구는 이런 실태를 방치하고 있던 셈이다.

자치구가 직고용한 환경미화원과 임금 차이가 극심한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각종 차별 문제는 민간위탁으로 일을 하는 노동자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직고용 환경미화원에게는 겨울과 여름에 각각 36만원 상당의 작업복 2벌과 26만원 상당의 작업복 2벌을 지원하는 반면, 민간위탁 환경미화원에게는 겨울에 5만9천원 상당의 작업복 1벌 그리고 여름에 8만원 상당의 작업복 2벌을 지원한다”라며 “직고용 환경미화원은 비단옷을, 민간위탁은 거적때기 작업복을 입고 다니는 셈”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민간위탁이라는 이유로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장비 지원도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김 부위원장은 “마스크와 수거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토시 및 일회용 장갑 등을 지원해 달라고 했지만, 위탁업체 사장한테 가서 요구하라고 할 뿐”이라고 말했다.

또 생활폐기물 수거 중 감염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경미화원에 대한 백신 접종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백신이라도 맞게 해달라고 구청에 얘기했더니, 급하게 조사를 하긴 했다. 하지만 후속조치는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민간위탁 청소노동자 상당수가 50~60대라는 점”이라며 “연령대가 높아서 백신 접종자가 좀 있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시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중회의실에서 열린 4단계 거리두기와 관련해 필수노동자 보호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정부에 마스크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021.07.12ⓒ김철수 기자

생계 막막한 아이돌보미·방과후강사
백신휴가 사용 못 하는 콜센터상담사
84% 여전히 시간제 고용불안, 학교 돌봄

서울에서 아이돌보미로 일하고 있는 이현숙 공공연대노조 서울본부 아이돌봄지부장은 “0세부터 12세 아이를 돌보기 위해 각 가정을 직접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지인들과 단절하면서까지 개인방역에 철저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정부는 아이돌보미를 백신우선접종대상에서 제외했다”라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제발 마스크와 손 소독제와 같은 예방물품이라도 제대로 지급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또 이 지부장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각 가정과의 연계가 끊어지면서 생계위기에 직면한 아이돌보미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이 지부장은 “말로만 필수노동자라고 하지 말고, 명칭에 걸맞게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했다.

조지훈 사무금융노조 에이스손해보험콜센터지부 지부장은 안 그래도 노동 강도가 높은데 집단감염으로 상담사들이 병원치료를 받거나 자가격리를 하게 되면 남은 노동자들이 모든 업무를 떠안아야 하는 구조, 자가격리 중 연차 사용을 강요받는 상황, 코로나 치료로 출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길어지면 무급휴가 처리로 생활이 어려워질 정도의 임금손실을 겪는 상황, 노조가 없으면 백신휴가조차 도입할 수 없는 노동환경 등을 토로했다.

조 지부장은 “정부가 백신유급휴가만큼은 보장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김경희 방과후강사노조 위원장은 “지난해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이후 17개월째 수업을 못 하고 있다가, 교육부가 전면 등교를 하겠다고 해서 곧 수업을 재개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라며 “그런데 또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이 시작됐다”라고 한탄했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 이전 방과 후 강사들의 월 평균 수입은 210만원이었다면, 코로나 이후 월수입은 13만 원 정도”라며 “생계를 위해 다른 아르바이트를 한 사람은 긴급지원금조차 받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노동자라고 한다면, 그 뜻에 맞게 최소한의 대우는 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1년 반 넘게 수업만 기다리는 방과 후 강사들의 생계방안을 하루속히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학교에서 돌봄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최은희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정책국장은 “학교는 멈춰도 돌봄은 멈출 수 없는 필수노동”이라며 “수도권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하고 학교 수업이 전면 원격 수업으로 전환되어도 초등돌봄교실은 그대로 운영된다”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학교 돌봄노동자들은 정부에서 필수노동자라고 지칭하는 그 범주에 들어가지 못했다”라고 탄식했다.

최 국장은 “학교 돌봄노동자의 84%는 여전히 시간제 노동자”라며 “코로나로 업무가 더 많아진 현실에서, 이 같은 문제는 지난해와 비교해 달라진 게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정적인 돌봄노동이 될 수 있도록 교육부와 교육청이 나서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그는 “교육 당국이 결단해서 학교 돌봄노동자들을 8시간 전일제로 통일시키고 안정적 돌봄교실을 구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시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중회의실에서 열린 4단계 거리두기와 관련해 필수노동자 보호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정부에 마스크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021.07.12ⓒ김철수 기자

이날 회견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 필수노동자 대상 백신 긴급편성 ▲ 충분한 감염예방물품 지원 ▲ 과로방지를 위한 인력확충 ▲ 필수노동자 백신유급휴가 및 의심증상자 유급병가 지원 ▲ 필수노동자 보호 및 사업장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노정협의 추진 등을 촉구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필수노동자 안전이 우선 보장되지 않으면 방역 허점으로 직결된다는 것을 지난 콜센터·요양원 집단감염에서 경험했다”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어 “지금 이 순간에도 필수노동자라는 이름으로 희생을 강요받는 노동자들이 많다”라며 “올해도 정부 예산안에서 보건의료인력 충원 부분은 찾아볼 수 없고, 일부 필수노동자는 마스크라도 제대로 지급해달라고 요구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탁상공론이 되지 않으려면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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