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소픽

살고 싶은 공공임대주택이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판교 백현마을2단지, 역세권 대단지 40평대 아파트
10년 뒤 LH와 입주자가 수익 나눠 갖고 사라져
30년 된 영구임대, 재건축이 적자 보전 할까
불투명한 LH 회계구조, 주택도시기금 역할 확대론도 대두

임대료가 주변 시세의 절반이다. 집주인이 월세를 올려달라고 하지 않고, 10년간 쫓겨날 걱정이 없다. 지하철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초중고교가 단지와 벽 하나,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접해 있다. 770세대 대단지에 방 3개, 화장실 2개를 갖춘 40평형 아파트다. ‘누구나 살고 싶은 공공임대주택’의 공통분모를 모으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꿈같은 이야기’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미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판교신도시 중심에 있는 백현마을 휴먼시아 2단지 이야기다.

백현마을 2단지는 신분당선과 경강선이 만나는 판교역에서 500m 거리다. 단지에서 걸어 나가 지하철 타고 서초구 양재동까지 가는 데 25분 걸린다. 3년여 뒤, 이 단지 서문 바로 앞에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 성남역이 생긴다. 성남역에서 서울역까지 단 두 정거장, 10분이면 족하다.

백현2단지 담벼락 너머에는 보평고등학교가 있다. 고등학교 건너편에 보평초등학교가, 초등학교 사거리 대각선에는 보평중학교가 모여있다. 젊은 부부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를 넘어 초중고를 모두 품은 단지다. 아이들 교육에 최적이다.

이 단지는 총 771세대다. 공공임대와 분양형이 섞여 있다. 분양형이 공공임대보다 평수가 넓고 많은 세대를 차지할 것 같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공공임대 가구수가 491세대로 분양형(281세대)보다 많고 분양형이 30평대(전용면적 84㎡)인데 반해 공공임대는 40평대(전용면적 110.16㎡)로 더 넓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에 위치한 10년 임대 분양전환 백현마을 2단지ⓒ민중의소리

12년 전, 입주 당시 보증금 1억8천만원에 월세 68만원이었다. 현재는 보증금 2억6백만원에 월세가 78만원이다. 12년간 보증금은 2천만원, 월세는 10만원 올랐다. 사실상 그대로다. 길 건너 푸르지오 단지 비슷한 30평대(전용면적 97㎡) 시세는 보증금 2억원에 월세 250만원이다. 똑같은 조건이지만 공공임대보다 월세가 3.1배 비싼 셈이다.

오는 9월, 백현마을 2단지는 10년 이라는 짧은 임대주택으로서의 역할을 마친다. 지금 사는 임대인들에게 분양전환된다.

판교에는 백현마을 같은 중산층 공공임대가 모두 4천세대에 육박했다. 하지만 지금 남아있는 것은 1천2백여세대 뿐이다. 백현마을 491세대가 올해 안에 분양전환되면 내년엔 800세대로 줄고, 가장 큰 규모의 임대주택 산운13단지(600여 세대)가 분양하고 나면 판교에 남아있는 중산층 공공임대주택은 사실상 0세대가 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100만호, 200만호 공공임대주택 공급 계획이 발표됐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아이들과 함께 살만한 공공임대주택은 점점 줄어들었다. 앞서 살펴본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이 주요 원인이다. 지난 30년 동안, 전국에 공급된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은 모두 150만호에 달한다. 그중 130만호가 분양돼 없어졌고, 남아있는 27만호 역시 향후 10년간 순차적으로 통계에서 사라진다.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공공임대주택은 있었지만, 사실 없었다.

LH는 백현2단지로 얼마를 벌었나

백현2단지가 분양전환 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공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투자금을 회수하고 그 돈으로 다른 공공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논리다. 정부는 서민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겠다는 정책 목표도 있다. 임대주택으로 사용하는 10년간은 ‘중산층형 공공임대를 늘렸다’는 명분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백현2단지 재무구조와 분양전환 결과를 살펴보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모두 놓쳐버린 것처럼 보인다.

먼저, LH가 사업비를 제대로 환수했는지 따져볼 수 있다. LH의 사업비 환수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단지 조성 초기 일부 세대를 분양해 분양 매출을 올렸고, 공공임대주택 입주자에게 보증금으로 목돈을 받았다. 백현2단지는 지난 2006년 입주자를 모집했다. 772세대 중, 281세대를 분양했다. 분양가는 평균 3억6천만원이었다. 분양 매출은 총 1,020억원이었다. 나머지 491세대는 임대주택으로 입주자들이 낸 평균 보증금은 세대당 1억7,700만원, 보증금 매출 총액은 871억원 규모다. 시행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당시 주택공사, LH)는 10여년 전, 분양 매출과 보증금을 합해 총 1,895억원을 1차로 환수한 것이다.

백현2단지 전체를 분양했다고 가정하고, 전체 매출을 구해 1차 환수 금액에서 빼면 10년간 LH가 임대주택을 운영하며 발생한 손실을 어림잡아 추산할 수 있다. LH가 백현2단지 전체를 분양했다면 매출은 3,923억원(771세대에 분양가 3.6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LH가 백현2단지 491세대를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면서 발생한 손실은 전체 분양 매출 3,923억원에서 일부 분양매출과 임대 보증금(1차 회수금 1,895억원)을 뺀 2,028억원 수준이다. LH는 2천억원 규모의 빚을 떠안고 10년간 관련 금융비용을 손해 봤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LH는 10년 뒤, 백현2단지 임대주택을 분양해 2차 환수에 나섰다. 공공임대 491세대가 분양된다. 분양가는 세대당 평균 13억원으로 책정됐다. 10년 전, 한 채에 3억6천만원에 분양했던 아파트가 10년 뒤, 3.6배 오른 13억원에 분양되는 것이다. 분양전환으로 발생하는 매출은 단순 계산으로 5,511억원에 달한다. 10년전 손실 2,027억원의 2배가 넘는 수익이다.

실제 LH가 손해 본 것은 손실 2천억원에 따른 금융비용이니, 10년간 2천억원을 환수하지 못하고 나온 이자 600억원(이율 3%로 가정)이 실제 발생한 비용이다. 분양전환 매출은 실제 발생 비용보다 9.1배 많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9년까지 LH가 공급한 10년 분양전환형 공공임대주택은 총 16만5천호에 달한다. 이중 분양이 완료된 공공임대는 고작 75호, 0.04%(2018년기준)에 불과하다. 99.96%의 공공임대 주택이 분양전환을 기다리고 있다.

입지에 따라 분양 수익률은 달라지겠지만, 최근 수년간 전국 부동산 시장이 기록적 상승세를 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LH가 최소 수십조원의 수익을 올릴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매우 보수적으로 계산해 분양전환 임대주택 1세대당 1억원씩만 차익을 남긴다고 해도 LH 수익은 17조원에 육박한다.

애초 백현2단지 같은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면서 세운 목표가 LH의 재무적 부담 완화였으나 지나친 수익에 역풍이 거세다. 경실련은 “무주택 서민들 주거를 안정시키겠다고 논밭을 강제 수용하더니 LH가 땅장사, 아파트 장사를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더 큰 문제는 LH의 과도한 수익이 모두 공공임대주택 입주자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에 위치한 10년 임대 분양전환 백현마을 2단지ⓒ민중의소리

입주민, 피해자이자 수혜자
결국 사라진 살고 싶은 공공임대주택

백현2단지에서 발생하는 5천억원의 LH 수익은 10년간 백현2단지에 살던 공공임대주택 입주자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

무주택 중산층·서민이던 입주자들은 ‘10년 뒤 분양전환 할 때 시세를 고려한 금액으로 분양가를 산정한다’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최근 3~4년간 폭등한 가격 때문에 임대인들의 주택구매 부담은 시세만큼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12년 전 3억6천만원이었던 분양가가 시세를 따라 13억원으로 확정되자 입주자들은 반발했다. 판교에서만 비슷한 처지의 입주자들이 4천세대에 육박한다. 이들은 ‘분양전환 가격이 적정한지’를 따지는 수십건의 소송을 정부와 LH를 상대로 진행중이다. 애초 ‘저렴한 임대료에 10년간 살다가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뤄주겠다’는 정부 목표는 대실패였다. 내 집을 마련하려면 너무 많은 돈이 필요했다. 오히려 반발만 커졌다.

부담이 커진 입주자들은 피해자지만, 동시에 수혜자다. 백현마을 2단지 분양가 13억원은 인근 시세보다 7~8억원 이상 저렴하다. 백현2단지 건너편 판교푸르지오그랑블 30평형(전용면적 97.71㎡)은 지난해 10월 22억1천만원에 팔렸다. 지난 1월에는 24억원에 거래됐다.

시세는 최소 22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푸로지오그랑블 보다 전용면적이 넓은 백현2단지(전용면적 101.25㎡) 분양전환가격이 13억원이니 시세 대비 최소 8~9억원 이상 할인된 가격이다. 차익은 모두 입주자들이 가져간다. 정부는 입주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출 혜택도 준다. 현행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넘어서는(LTV 70%) 돈을 장기 저리 대출 알선한다. 부담이 크지만 혜택도 적지 않다.

결국, 백현2단지 처럼 ‘살고 싶은 공공임대주택’은 공급자인 LH와 극소수의 입주자들이 수익을 나눠 가지고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장기 공공임대주택이 해답
문제는 재원이라는 복잡한 함수
영구임대 중계주공1단지의 도전

백현2단지처럼, 살고 싶은 공공임대주택을 분양하지 않고 유지하려면 재원이라는 복잡한 함수를 풀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을 지을 땅을 사야하고, 그 땅에 택지를 조성하고 아파트를 건축해야 한다. 임대주택에 입주자들이 들어오면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적자까지 부담이 더해진다.

LH가 분양전환주택으로 벌어들인 돈은 ‘그들만의 성과급 잔치’로 쓰이지 않는다. 이익의 상당 부분은 다시 공공임대주택을 짓는데 쓰인다. LH가 택지 판매나 분양전환으로 돈을 벌고, 그 돈을 적자사업에 쓰는 이른바 교차보조(cross subsidy)다.

대표적인 적자 사업이 영구임대·국민임대 주택이다. 임대기간이 30~50년으로 길어 금융 부담이 크고, 임대료가 매우 낮아 투자금 환수가 어렵다. 다양한 형태의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기 위해선 여기서 발생하는 적자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위치한 중계주공1단지.ⓒ민중의소리

지하철 7호선 중계역 1번 출구 바로 앞에는 영구임대아파트 중계주공1단지가 있다. 1990년 12월 처음 입주를 시작한 이곳은 15층 건물 3동에 8평 단일 구조 아파트 882세대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보증금은 750만원이고 월세는 8만4,880원이다. 거주자 60%가 기초생활수급자고 이 중 대부분이 60대 이상 고령자다. 한 번 입주하면 좀처럼 이곳을 떠나지 않는다. 분기에 한 두 건꼴로 계약 해지 사례가 나오는데, 입주자 사망에 따른 공실이나, 건강 악화로 요양병원에 입원하면서 거주지가 필요 없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주거 취약계층이 전국에 290만세대 가량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이들이 들어갈 수 있는 영구임대주택은 2018년 기준 20만7천호에 불과하다. 수요의 10%도 채우지 못한다. 나머지 90%는 영구임대주택보다 열악한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등에서 매월 수십만원의 임대료를 내야 하는 처지다.

공급은 멈춰있다. 최근 10년간 영구임대주택은 불과 1만호(2018년 기준)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중산층 이하를 위한 국민임대 주택이 20만호 가량 늘어난 데에 비하면 사실상 공급 중단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영구임대주택 건설엔 정부 재정이 85% 투입된다. 나머지 15%는 입주자들의 보증금으로 충당한다. 영구임대주택 건설에 1000억원이 들어간다면 정부가 850억원의 세금을 지출해야 한다. 이렇게 지어진 영구임대주택은 LH의 소유로 넘어가고, 이후 발생하는 관리·수리 비용 등은 LH가 부담한다.

최근 정부 재정은 ‘청년·신혼부부’ 등 특정 계층 주거복지로 몰린다. 주거취약계층에 들어가는 재원은 그만큼 쪼그라들었다. LH도 부담이다. 한 달 임대료가 7~8만원 밖에 안되니 LH에서도 지을수록 적자다.

결국, 영구임대주택은 지난 10년간 늘어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계속했다.

30년 지난 영구임대 어떻게 처리할까?

영구임대주택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지을수록 적자인 게 확실하냐’는 물음이 제기됐다. 의혹의 눈초리를 가진 사람들이 내세우는 근거는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영구임대주택의 자산가치가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점과, 재건축 등에서 수익이 발생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1980년대 후반 처음 지어져 1990년대 초반 입주를 시작한 영구임대는 이제 재건축 시기가 다가온다. 앞서 살펴본 중계주공1단지도 이 시기 입주했다. 정부와 LH는 4년여 전부터 중계주공1단지와 같은 영구임대주택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지 연구해왔다.

재건축이 좋을지 리모델링이 좋을지 판단할 기준을 세웠다. 건축물 상태, 입지 조건 등을 따졌다. LH가 관리 중인 영구임대주택 158개 단지 중 15곳이 먼저 재건축 대상이 됐다. 올해 15곳 중 2개 단지가 시범사업에 들어간다. 중계주공1단지가 재건축 대상 단지 2곳 중 하나다. 한국의 영구임대주택 재건축 1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오는 2024년까지 이주가 끝나면 2025년 첫 삽을 뜬다. 882세대였던 단지는 고층으로 재건축돼 1600세대로 2배 늘어난다. 8평 단일구조였던 영구임대주택은 조금씩 넓어지고, 3~4인 가족 중산층까지 사용 가능한 중형 공공임대주택도 신설된다. 재건축을 하더라도 882세대의 영구임대주택은 유지한다. 나머지 800여 세대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아직 협의 중이다.

영구임대주택 재건축 사업은 LH가 자체로 조달한 재원이 쓰인다. 정부 세금은 들어가지 않는다. LH는 돈을 빌려서 재건축을 하거나, 확대한 세대 중 일부를 분양해 비용을 조달해야 한다.

분양 매출 규모에 따라 중계주공1단지 사업은 적자가 될 수도, 예상보다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아파트 분양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토지비가 0원에 가깝다. 30년 전, 싼 가격으로 확보한 토지에 건물만 새로 지으면 된다.

재건축되는 영구임대주택 1,600세대 중 10%인 160세대를 20평형(84㎡)으로 분양하면 총 분양매출은 910억원(지난 5월,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 평당 2,859만원 기준)을 훌쩍 넘어선다. 이중 70%의 토지비 600억원이 LH 순이익으로 돌아간다. 20%, 320세대를 분양하면 순이익이 1,2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1600세대를 평균 45㎡로 건축한다고 했을 때 2020년 표준건축비를 적용하면 재건축에 들어가는 총 건축비용은 800억원 규모다. 건축비를 모두 충당하고도 400억원이 남는다.

학계에선 2018년 기준, LH의 임대주택 1세대당 순손실을 183만원으로 추정한다. 중계주공아파트 882세대의 연간 순손실은 16억원 수준이고, 지난 30년간 매년 16억원씩 순손실이 발생했다고 가정했을때 총 손실 규모는 480억원 정도다.

30년 뒤 재건축하는 영구임대주택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지금까지 발생한 총 손실(480억원)과 건축비(800억원)를 감당하고도 남는 것이다. 영구임대는 과연 지을수록 손해인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한국보다 공공임대주택의 역사가 긴 유럽에선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익을 고려해 정부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 사례도 있다. 1995년 네덜란드 정부는 한국의 LH처럼 임대주택을 공급하던 주택협회에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고 대신 대출금을 탕감하는 ‘부루터링(brutering)’을 단행했다. 이후 주택협회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자산(공공임대주택) 매각, 재건축 등을 통해 자체 수익 사업으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장경석 국회 입법조사관은 “부루터링 조치는 한국 공공임대주택 보조금 제도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있다”며 “경제적인 방식으로 자산을 재활용할 수 있다면 정부 재원 투입을 최소화 하면서도 저렴한 임대료를 받는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구임대주택 재건축 주기가 다가오면서 한국에서도 유사한 제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오는 9월 시행 예정인 장기공공임대주택 입주자 삶의 질 향상 지원법(공공임대법)’은 리모델링이나 재건축 사업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법은 영구임대 같은 장기공공임대주택을 재건축할 경우 기존 임대 물량을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천세대의 영구임대를 재건축하면 최소한 1천세대 이상 영구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뜻이다.

의무와 함께 혜택도 부여했다. 기존 민간 재건축 관련법(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서 규정하는 기부채납 비율이나 공원부지 확보 같은 규제를 완화해 사업성을 높이는 형태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LH는 법 시행을 앞두고 시행령 개정을 준비중이다.

LH 관계자는 “아직 중계주공1단지 재건축을 통해 수익이 발생할 수 있을지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며 “공공임대가 보다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시행령 구체 내용을 국토부와 논의 중이고, 인허가권을 가진 지자체와도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위치한 중계주공1단지.ⓒ민중의소리

LH 불투명한 적자구조
분명히 해야 올바른 해법 나와

임대주택 적자구조가 분명치 않다는 문제도 있다. 사회적으로 느끼는 적자 부담이 실제보다 회계적으로 과장돼 있다는 것이다.

임대주택 적자 요소는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건축을 위해 빌린 돈에 대한 이자다. 두번째는 임대주택을 관리하면서 발생하는 수선·유지비용이다. 마지막으로 건물 가치가 시간에 따라 떨어지는 문제를 회계상으로 인식하는 감가상각비다.

세 가지 요소 중 비중이 가장 큰 것은 감가상각비다. 장기공공임대주택 유지비용(매출원가) 중 43%가 감가상각비고 금융비용이 28%, 수선·유지비 19% 순이다.

2017년 기준 LH 공공임대주택 매출액(임대료 수입 등)은 1조2천억원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들어간 비용(매출원가)은 2조1천억원 수준으로 총 9천억원 가량의 적자가 발생했다. 공공임대주택 유지 비용 2조1천억원 중 수선유지비는 4천억원 수준이었고 대출금 이자 같은 금융비용이 6천억원, 감가상각비가 9,100억원으로 가장 컸다. 그해 공공임대사업 적자 총량이 9천억원이었는데, 감가상각비가 9,100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이 비용을 빼고 나면 흑자전환이 가능한 구조다. 때문에 감가상각비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놓고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감가상각이란 건물의 가치가 나중에는 0원이 될 테니 그 값을 매해 고려해 현재 가치에서 빼주는 회계처리 방식을 뜻한다. 공공임대주택을 짓기 위해 빌린 대출금 이자나, 공공임대주택의 오래된 엘리베이터를 교체하는 수선유지비처럼 실제 현금이 들어가는 개념은 아니다.

이용만 한성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100억원짜리 건물을 자산으로 계산하고 있었는데 60년 뒤 건물이 노후화하면 사실상 경제적 가치가 없는 것이다. 61년 되는 해에 건물을 부수면 그해 100억원의 손실이 한꺼번에 발생한 것으로 인식하게 되는데, 이를 미리 조금씩 비용 처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가상각이 현금흐름은 아니지만 현금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요한 비용 요소라는 설명이다.

반론도 존재한다. 현재 임대주택사업은 감가상각을 비롯해 매년 발생하는 비용을 적자로 보지만, 주택 건설부터 철거까지, 철거 후 재건축·리모델링 등의 사업 주기 전체를 놓고 손익을 계산하면 건물의 가치 하락을 회계상으로 나타내는 감가상각비 인식에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성훈 대구가톨릭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 토지의 가치 상승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올해 공공임대주택에서 이만큼 적자가 났다’고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식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주식·채권투자 규모 37조
임대주택 건설 자금은 2조?!

공공임대주택 건설 재원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주택도시기금이다. LH가 공급하는 장기공공임대주택 사업비 상당 부분이 주택기금으로부터 저리로 빌린 융자다. 공공임대주택 유형별로 기금 융자 비율은 조금씩 다르지만 전체 사업비의 40% 수준을 기금 융자가 담당한다고 보면 된다.

2018년 기준 주택도시기금은 총 69조원 규모다. 이 돈은 ①국민들이 가입한 주택청약통장에서 모인 자금, ②주택을 구매할 때 의무적으로 사야 하는 주택 채권, ③복권 기금 등으로 구성된다.

이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청약저축 예금이다. 2018년 기준 청약저축은 전체 69조원 중 25%, 17조원 수준이었다. 주택채권이 15조원(22%), 여유자금 회수(17%), 예치금 이자수입(16%)이 뒤를 이었다.

69조원에 달하는 주택도시기금은 공공임대·공공분양주택 건설에 돈을 빌려주거나, 주택을 구입하거나 전세를 얻으려는 국민들에게 주택담보대출을 하는 재원으로 쓰인다.

2018년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쓰인 돈은 전체의 15.1%, 10조3천억원에 그쳤다. 영구임대나 국민임대, 행복주택 등 30년 이상 장기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간 자금은 2조4천억원 수준으로 전체 69조원 중 4%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해 ‘여유자금’ 항목으로 운영되는 자금은 37조8천억원에 달했다. ‘여유자금’은 국내 주식·채권은 물론 해외 자본시장에도 투자된다. 한해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는 자금의 15.7배의 돈이 ‘여유자금 운용’이라는 이름으로 주식에 투자되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2018년 운용 수익률은 -0.42%로 손실이 발생했다.

최은영 도시연구소 소장은 “국민들 주머니에서 한 푼 두 푼 모아 조성한 기금을 엉뚱한 곳에 쓰고 있는 것”이라며 “기금은 취약계층 주거 복지에 더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담을 줄이며 양질의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꼭 필요한 일이다. 취약계층에게 돌아가는 주거 복지를 더 튼튼히 다지고, 청년·신혼부부·중산층으로 이어지는 공공임대 주거사다리를 구축해야 한다.

만약 이를 위해 극복해야 하는 것이 재정 적자라면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 방안을 찾을 때다. 책 ‘89체제에 갇힌 공공임대주택 이렇게 바꿔라’를 집필한 12명의 공동 저자들은 “공공임대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려면 충분한 재원이 필수”라며 “재원 계획을 공급계획과 유기적으로 연계시키고, 주택기금의 장기 운용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공공임대주택 공급 예산 필요성을 설득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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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철 기자 응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