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패로 끝난 아프가니스탄 침공,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미국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는 미군ⓒ사진=인터넷 캡쳐

편집자주: 8월 31일까지 미군의 완전 철수를 약속한 미국이 최근 아프가니스탄 정부 측에 알리지도 않고 계속 철수를 진행하고 있다. 2001년 빈라덴을 잡겠다며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지 20년만에 미국이 사실상 백기를 든 것이다. 미국이 이번 전쟁에서 여러 교훈을 얻을 수 있지만 그럴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이코노미스트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America’s trillion-dollar Afghan fiasco typifies its foreign policy

5년 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있는 미국 대사관은 8억 달러를 들여 개조공사를 했다. 책상 1천500여 개와 800개의 침상, 요새와 같은 장벽을 갖춘 이 대사관은 이라크 바그다드에 있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미국 대사관보다 1/3이나 크다.

하지만 당시 버락 오바마의 아프가니스탄 특별대표였던 로렐 밀러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미 국무부는 그녀에게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지속적으로 함께 하겠다”는 말을 계속 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밀러는 1조 달러를 들인 미국의 노력이 언젠가는 끝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건 나를 움찔하게 할 정도의 거짓말”이었다고,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주둔을 유지할 전략적 근거나 정치적 의지가 지속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래서 그녀는 국무부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콘크리트 성채 같은 미국 대사관이 있는 카불에 있으면 그런 사실을 잘 모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워싱턴에서는 이보다 자명한 것이 없었다. 외교정책 전문가들은 아프가니스탄에 애당초 별 중요성을 두지 않았고, 첫 임기 초기에 4만 7천명의 추가 병력을 투입했던 오바마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희망을 잃은 지 오래였다. 미군의 사망자도 급감해(개조된 대사관이 다시 문을 연 이후의 사망자는 1명 뿐이었다) 의회나 언론도 아프가니스탄에 관심을 주지 않았다.

베트남 전쟁과 이라크 전쟁은 그래도 수 세대에 걸쳐 그 지역 전문가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2001년 이후에도 아프가니스탄 전문가들은 발전한 게 거의 없다. 미국의 침공 직후부터 10년 정도동안 그 곳을 많이 방문한 탓에 필자를 아프가니스탄 전문가라 여기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우리가 아프가니스탄 전문가들에게 기대하는 수준이 굉장히 낮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엄청난 투자와 그에 대한 워싱턴의 무관심 간의 괴리가 역설 같아 보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 괴리는 천천히 진행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참패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미국은 처음부터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꼭 아프가니스탄에 관한 일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조지 W. 부시 정권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을 전복시킨 후 탈레반과 어떤 식이든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는 조언을 바로 받았다. 탈레반이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인 것도 아니었고, 카불에서는 인기가 없지만 남부와 농촌 지역에서는 미국의 꼭두각시 정권에 대한 반발이 커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시 정권은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9.11 테러범들과 그들의 조력자들을 전혀 구분하지 않고, 탈레반과이 대화조차 거부했다. 이건 분명한 잘못이다. 그리고 미국은 거의 20년간 그 잘못에 대가를 치르고 있다.

미국의 침공은 이에 대한 무장 항쟁으로 직결됐고, 그 결과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안정화 계획은 현지 상황은 간과한 채 모든 것을 무력으로 해결하려는 장군들에 의해 장악됐다. 그러나 이웃나라 파키스탄에 기반을 둔 무장 항쟁을 이길 길이 없었다. 수만 명의 아프가니스탄 국민이 목숨을 잃었고, 누가 정권을 잡든 무조건 질서가 잡히기를 바라는 국민도 점점 많아졌다. 1990년대에 탈레반이 처음 정권을 장악할 때도 상황이 이랬다. 그리고 현재 농촌 지역이 하나씩 탈레반에게 넘어가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외교학자 로버트 케이건은 미국이 계속해서 대대적인 외교적 오판을 하는 것이 미국의 고립주의 정서와 관련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 정서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대통령들이 비현실적이고 거창한 일들을 국제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아프가니스탄이 그 전형적인 예 같다. 미국이 테러 근절이라는 유토피아적인 이상을 좇아 이길 수 없는 전쟁을 치르면서 일찍이 없었던 아프가니스탄 국가를 세우려고 했다면 말이다.

그러나 전쟁의 맥락이 달라졌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미국 국민의 대부분에게는 보이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여론이 한 역할이 거의 없다. 1968년 베트남 전쟁 당시에는 약 50만 명의 미군 징집자와 지원자가 베트남에 있었다. 이에 반해 오바마의 추가 파병으로 최고치에 달했을 때 아프가니스탄에는 9만8천명 정규군만 있었고, 사망자도 거의 없었다. 3억3천만 인구가 있다 보니, 더군다나 군대와 연계가 있는 사람이 극소수인 3억3천만 인구를 지니다 보니 대부분의 미국 국민은 전쟁을 인지하지조차 않았다.

쉽게 말해 부시의 후임들이 그의 잘못을 되돌릴 여지가 충분했다. 그러나 오바마와 트럼프는 반대로 추가 파병과 적극적인 공격에 나서며 이 전쟁에 더 많은 노력을 쏟아 부었다.

그들이 그렇게 한 이유 중 하나는 정치적인 것이었다. 대선 과정에서 그 중요성을 너무 강조했기 때문에 오바마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새로이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고, 트럼프는 오바마가 실패한 것에서 성공해 그를 이기고 싶어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이유는 대안이 없었다는 점이다. 강경 매파는 종전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탈레반과의 대화 자체에 반대했고, 아프가니스탄을 전략적 도피처로 여기게 된 대부분의 외교 전문가들은 이런 시각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오바마는 자기가 물려받은 상태 그대로 전쟁을 다시 트럼프에게 물려줬다. 모든 것이 잘 마무리 될 것이라는 희망없이 말이다. 트럼프는 좀 나았다. 그래도 탈레반과의 대화를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미군을 완전 철수시키겠다는 의지를 표한 다음에 대화를 시작했으니 탈레반이 그 어떤 양보를 할 리 만무했다. 미군의 완전 철수는 누가 아프가니스탄을 차지하든 미국은 상관없다는 소리였는데, 조 바이든이 이 입장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그리고 지금 철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2조 달러를 이보다 더 어이없게 써버릴 수 있을까.

이번 전쟁으로 미국이 건질 것이 하나 있다면 그건 이번 참패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명백하다. 비현실적인 목표를 지닌 지나치게 군사적인 외교정책은 실패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케이건과 다른 전문가들이 누누이 지적했듯, 이런 태도는 미국 외교정책의 예외라기보다는 전형인 듯하다. 게다가 아프가니스탄이 워싱턴에 남긴 인상이 거의 감지되지 않을 정도로 약하다 보니 이번 전쟁은 특히 더 빨리 잊혀질 것으로 보인다.

밀러 전 특별대표는 이번 전쟁이 미국 외교계에서 거의 회자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녀의 예측은 거의 틀린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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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연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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