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역대급 폭염, 노동자 생명이 위험하다

편집자주: 2018년에 버금가는 역대급 폭염이 예보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만 이런 게 아니다. 캐나다는 49.5도로 역대 최고 기온 기록을 갱신했고, 미국도 100여 년만의 폭염에 비상이 걸렸다. 이라크가 50도를 넘나들고 있고 러시아의 북극권도 30도를 넘겼을 정도로 전 세계가 전례 없는 폭염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라 예견된 폭염이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룬 가디언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Deadly heat:how rising temperatures threaten workers from Nicaragua to Nepal

지난 6월 30일 미국 시애틀항에서 한 노동자가 땡볕에서 페인트칠을 하고 있다. 그는 연일 최고 기온 기록이 갱신되는 폭염 속에서 페인트가 마르는데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사진=뉴시스/AP

어린 시절 니카라과 시골의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에서 일했던 윌리엄 마르티네즈는 요즘 미국과 캐나다의 많은 사람들이 깨닫고 있는 것을 힘들게 직접 배웠다. 기온 상승이 생명과 생계를 빼앗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20년 들판에서 땡볕 아래 길고 고된 노동을 하는 날들이 이어지면서 마르티네즈는 다른 라이슬라 마을 사람들과 함께 점점 아파갔다. 주류회사에 당밀을 공급하는 인근 제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신부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고 비싸고 오래 걸리는 투석을 받아야 했다. 마르티네즈가 어린 시절 돈을 벌어야 했던 이유도 그의 아빠와 삼촌들이 신부전으로 일찍 죽었기 때문이었다. 수십 년 동안 사망한 남자들이 너무 많아지자 사람들은 마르티네즈의 마을을 ‘과부의 섬’이라 부르기까지 했다.

수 세대에 걸쳐 노동자들의 목숨을 앗아간 이 병은 학계와 언론에서 CKDu(원인 불명의 만성 신장병)으로 알려지게 됐지만, 그늘 없는 사탕수수밭에서 일하는 이들은 그 원인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렇다. 그 원인은 바로 더위다.

29살의 나이에 산업 보건 및 안전 전문 연구원이 된 마르티네즈는 “내 고향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잃었고, 지금도 잃고 있다”며 “하지만 더위는 니카라과만의 문제가 아니다. 더위는 세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열 스트레스(heat stress)를 줄이거나 예방하지 못하면 말이다”라고 했다.

지난 20년을 대상으로 했던 최근의 한 연구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치명적인 무더위와 한파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매년 5백만 명이 넘고 그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폭염으로 인한 사망의 37%가 기후위기와 관련 있다고 한다.

미국 서부가 최근 이를 직접 경험하고 있다. 폭염이 강타한 미국 서부에서 45도 이상의 고온에 노출된 사람이 3,1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오리건과 워싱턴 주에서 이번 여름에 폭염으로 사망한 사람이 200명이 넘고, 캐나다 서부에 있는 브리티시 컬럼비아에서도 500명 정도가 목숨을 잃었다. 한편 폭염으로 발생한 산불도 이 지역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케이트 브라운 오리건 주지사는 이번 폭염이 “앞으로 일어날 일의 신호탄에 불과하다”며 타격이 가장 큰 소수집단들과 육체 노동자 등 여타의 취약계층을 우선시하면서 비상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지금에야 그게 얼마나 무서운 지를 깨닫게 됐지만, 열 스트레스가 글로벌 이슈가 된지 오래다. 동남아시아에서는 도시의 의류 공장이 말 그래도 폭염 핫스팟이다. 그래서 그곳의 노동자들은 아픈 게 일상이 됐다.

지난달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온이 35도를 넘자 한 아이가 더위를 식히고 있다.ⓒ사진=뉴시스/AP

열 스트레스가 싱가폴, 베트남 및 캄보디아의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제이슨 리 싱가폴대 의대 교수는 “에어컨이 없는 곳도 있는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보호장비를 입으면 열사병에 걸리기 쉽다”며, 노동자들에게 생산량에 따라 임금이 아니라 시급을 줘야 노동자들이 휴식을 더 쉽게 취할 수 있다고 했다.

중동에서는 주로 네팔에서 오는 외국인 건설 노동자들이 특히 위험하다. 2022년 월드컵을 앞두고 각종 시설과 도로가 건설되고 있는 카타르에서는 열 스트레스로 매년 수백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도하 근처의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한 방글라데시 노동자는 “8시간마다 30분씩 쉴 수 있다. 20분 더 쉬면 20분을 더 일해야 한다”고 했다.

고향으로 돌아가 지역 활동을 하는 마르티네즈와 다른 연구자들은 벤치마킹할 만한 모델을 발견했다고 했다. 노동자들을 기후변화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라이슬라 네트워크를 꾸린 과학자들이 마르티네즈가 근무했던 인제니오 산안토니오 설탕공장과 손을 잡고 노동자들이 정기적으로 물을 마시고, 쉬고, 그늘에 있게 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한 결과 신장 질환이 점차 감소한 것이다. 아데란테 이니셔티브라 불리는 이 모델은 내년에 멕시코의 두 공장에서 추가로 시험 가동될 예정이다.

라이슬라 네트워크 대표인 제이슨 글레이저는 “사람들이 열 스트레스 때문에 일을 더 이상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치료하기에 너무 비싼 병에 걸려 사망하기까지 한다”며 “그 결과 네팔이나 니카라과 같은 곳에서는 아이들이 부모를 대신해 국내외에서 일을 하게 된다. 기후변화 때문에 아동노동이 증가한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네이슨 글레이저는 아데란테 이니셔티브가 미국에도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르티네즈도 대처가 시급하다는 것에 동의했다. 그는 “상식이다.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처해진다. 직장을 떠나고 의료시스템에 부담을 주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업종에 상관없이 말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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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연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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