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문 대통령 안 가니 일본은 행복할까?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방문을 하지 않게 됐다. 도쿄에서 스가 총리를 만나 회담을 갖고 한일관계 변화의 계기를 만들려던 우리 정부의 뜻은 대한해협을 넘지 못했다. 어쩌면 문 대통령은 재임 기간 평양까지 갔으나 도쿄에는 가지 못하는 대통령이 될지도 모르겠다. 원인과 책임을 떠나 대립적 한일 관계를 남기고 임기를 마칠 수도 있을 것이다.

도쿄행은 너무 큰 도박이 돼버렸다. 지난달 영국에서 열린 G7정상회담 기간 일본은 약식이나마 한일정상회담을 가지려던 우리의 제안을 거부했다. 스가 총리는 문 대통령과의 접촉을 ‘적극적으로 피하는’ 태도까지 보였다. 또한 최근까지 수차에 걸쳐, 정상회담을 위한 물밑 협의가 일본 언론에 중계되고 이를 그들 정치권과 언론이 악용하는 행위가 이어졌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일본에 가서 뜻하지 않은 수모를 당하지 않을지 걱정까지 나왔다. 정상적인 국가 외교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간신히 이어가던 한일 간 협의를 파국으로 이끈 소마 총괄공사의 발언은 표현도 극악무도하지만 거기에 깔린 오만한 인식도 심각하다. 이전에도 일본은 한일관계에 관심이 없다는 투의 보도가 의도적으로 언론을 통해 전파됐다. 아베에 이어 스가 정부도 한국 정부를 때리면서 국내에서 낮아진 정치적 인기를 보충하려 한다는 분석이 많다. ‘소마 망언’이 나온 배경도 이와 같다. 종국에는 전직 주일대사 등 가급적 한일관계를 풀자는 입장의 인사들까지 ‘이 상황에서 대통령 방일은 어렵다’는 쪽으로 돌아서게 만들었다.

지난해 9월 14일 아베 신조(왼쪽) 당시 총리가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총재로 선출된 스가 요시히데 총리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축하하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정부는 취임한 해 연말에 박근혜 정부가 밀실에서 추진한 ‘한일 위안부 합의’에 ‘수용 불가’를 선언했다. 이듬해인 2018년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 대응은 피해자와 시민사회로부터 모호하다는 질책을 받았고, 대법원 판결도 만시지탄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일본은 ‘뒷통수를 맞았다’며 분노를 표했고 ‘합의를 지키라’며 발끈했다. 박근혜 정부가 받았다는 그 ‘사과’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일본 여론의 밑바닥에는 이전과 달리 대등한 국가로 올라선 한국의 위상에 대한 위기감이 있다고 한다. 이것 역시 일본이 과거사를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도쿄올림픽은 후쿠시마 사태 이후 일본의 부흥을 전 세계에 선전하는 이벤트로 기획됐다. 코로나19로 1년을 연기하는 고난 끝에, 도쿄를 비롯한 다수 지역이 비상사태인 속에 열리게 됐다. 관중은커녕 축하하러 오는 주요인사도 많지 않다. 문 대통령 방일을 수용하려고 했다면, 의미가 없어진 수출규제를 철회하고 과거사 문제도 앞으로 방안을 모색하는 방향에서 합의를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소마 망언’조차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한미일 안보협력을 꾀한다는 미국의 압박이 한국과 달리 일본에는 왜 영향을 안 끼치는지도 의문이다.

이제 가장 가까운 나라 대통령의 올림픽 축하 방문을 막아 일본은 행복한가. 우리 정부는 ‘세계인의 평화 축제인 만큼, 일본이 올림픽을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개최하기를’ 축원했지만, 어쩌면 일본 스스로 실패의 길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일본이 올림픽을 한다는데 언제 개막하는지 모르는 우리 국민이 많다. 문 대통령 방일 무산 기사에는 잘 판단했다는 댓글이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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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철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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