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120시간 노동이 가능한 나라 만들겠다는 윤석열

대권에 도전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주120시간 노동” 발언의 파장이 적지 않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 발단이 됐다. 주120시간은 먹지도 씻지도 자지도 않고 휴일 없이 일만 해도 도달하기 어려운 수치다. 노동자들을 죽을 때까지 쥐어짜서라도 당장 필요한 기업의 성과를 얻어야한다는 황당한 발상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자신의 발언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여권과 노동계의 심각한 우려에 대해 “왜곡”·“조작”이라며 반박했고 “근로자들을 120시간 일을 시켜야한다는 뜻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평균52시간은 맞추되 노사합의로 노동시간을 변경할 수 있는 예외를 뒀으면 좋겠다’는 취지였다고 말함으로써 결국 근로시간을 국가의 통제영역에서 노사간 자율에 맡겨놓자는 전근대적인 발상에 머물러있음을 시인했다. 근로시간과 관련한 지난 200여년의 전세계 노동자의 투쟁사는 물론이고 노동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해야 한다는 우리나라 헌법적 기초를 외면한 발상이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근로시간은 OECD 국가들 중 최장 수준이고, 산업재해율도 가장 높다. 선진국 중에서 가장 일 많이 하는 나라인 셈인데 이는 윤 전총장이 인터뷰에 언급한 스타트업 기업들의 경우 더 심하다. 노조의 조사와 당국의 근로감독결과에 따르면 IT·게임산업에서 최대 주52시간 노동을 어긴 사례가 빈번했다. ‘밤 10시 퇴근은 반차, 12시가 칼퇴, 새벽 2시 넘어야 잔업’이라는 관련 업계 노동자들의 고통이 윤석열 전 총장의 눈에는 ‘노사간 자율적 합의’로 비쳐졌음이 분명하다.

이 밖에도 윤석열 전 총장의 노동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심각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증거들이 인터뷰에서 대거 쏟아져 나왔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안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형사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입법되는 추세에 대해 “과도한 경영진 처벌”을 문제 삼았다. “개인(경영인)을 형사처벌하기 보다는 법인에 대한 고액벌금을 부과하는 등의 법인의 형사책임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형사법이 개정돼야한다”는 주장 등이 그렇다. 노동관계법에서 규율된 문제들을 자신이 가장 익숙한 형사법에서 다뤄야한다는 발상도 황당하고 중대재해법 제정 과정에서 형성된 국민적 합의과정과 절차도 단숨에 뛰어넘으려는 초월적 상상력도 놀랍다.

결국 윤석열 전 총장이 바라는 나라의 모습은 주 120시간 동안 일을 시켜도 노사자율이면 되고 그것을 ‘선택할 자유’라고 포장하는 나라였다. 그러다 만약 노동자의 과로사가 발생해도 경영자의 형사책임을 묻지 말고 법인의 민사책임만 물어도 되고 그것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사례였다. 이런 나라를 만들자고 우리 국민이 오랜시간 그토록 많은 희생과 헌신을 통해 민주주의를 달성해온 것이 아니다. 윤석열 전 총장은 대통령이 되려는 욕심 이전에 자신의 인권관을 교정하고 최소한의 노동기본권에 대한 시각부터 확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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