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철 칼럼] 접종 대상인데도 백신 맞기 너무 어려운 거리홈리스들

위기를 확대·재생산하는 코로나19 백신 불평등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의 피해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집중되는 상황에서 백신 접종마저 불평등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보면 부유한 나라들은 필요량의 네 배를 상회하는 백신을 확보해 추가접종을 논의하는데, 가난한 나라에서는 백신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접종이 늦어지고 심지어 접종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또 이 때문에 수십 만 명이 감염되고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백신을 놓고 벌어진 이 같은 국가 이기주의로 백신 접종이 늦어진 나라에서 전염력이 높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됐다. 그 결과 세계 모든 이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야기된 각종 불평등과 비극은 코로나19가 불평등한 바이러스라서가 아니라 지금 이 세계가 불평등하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가난한 이들의 생명과 세계의 안전이 위협받는 것은, 이 세계가 '평등'은 고사하고 '반(反)차별'의 원칙조차 지키지 않는 탓이다. 사람이 아니라 경쟁과 이윤 중심의 기존 사회 구조를 고수하며 코로나에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 대상이어도 맞지 못하는 거리홈리스

백신 불평등은 개별 국가 내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한국은 최근까지 우선 접종이 필요한 집단을 정해 예약 후 백신을 맞도록 해 왔다. 그렇지만 방역 당국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얻고 사전 예약을 하는 등, 백신 접종에 필요한 물적 자원이 갖춰지지 않은 이들은 접종에서 배제되고 있다.

'전화 또는 인터넷으로 백신 예약 후, 확인 문자를 받는다', '예약한 날 신분증을 지참해 접종을 하고, 백신을 맞은 뒤엔 집에서 휴식을 취한다'와 같은 일반적 백신 접종 절차는 거리홈리스들에겐 불가능하다. 거리에서 생활하는 이들은 인터넷 접근이 용이하지 않거나 불가능하고, 백신을 접종한 뒤 안정적으로 쉴 공간도 없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 취약시설 대상 백신접종 계획'을 발표하며 '노숙인 거주 및 이용시설'을 2분기(4~6월) 접종 대상으로 포함했다. 이름에 드러나 있듯, 시설 중심 백신접종 계획이었다.

서울시 노숙인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황ⓒ사진 = 서울시

2분기가 끝날 즈음 홈리스행동에서 '거리홈리스 백신접종 실태 조사(21.05.13~26)'를 실시했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실태조사에 참여한 101명의 거리홈리스 중 백신을 접종한 이는 30명(29.7%)뿐이었다. 이후 서울시에서 반박 보도자료를 발표했지만 거기에서도 접종자는 43%에 불과했다. 이는 5월 27일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한 코로나19 취약시설 전체 대상자 1차 접종률 86.3%의 절반에 불과한 수치였다.

보도자료를 확인하며 43%라는 수치에, 또 통계 산출에 사용된 전체 거리홈리스 수가 잘못되었음에 두 번 분노했다. 서울시에서 발표한 접종대상은 노숙인 지원 기관이 없는 자치구의 거리홈리스가 제외된 수였다. 애초에 노숙인 지원기관이 없는 자치구에서는 거리홈리스 백신접종에 대한 계획조차 수립하지 않았던 것이다. 백신 접종이 진행된 자치구는 중구(서울역), 서대문구, 영등포구 세 곳 뿐이었으며, 이마저도 백신 접종을 실시한 기간은 각 기관 당 2~3일 내외에 불과했다.

이처럼 거리홈리스 백신접종률이 낮은 까닭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백신접종에 대한 정보 제공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탓이다. 노숙인 지원기관의 아웃리치(outreach)를 활용해 거리홈리스들에게 백신접종이 진행됨을 알리고 동의 절차를 구했지만, 기존 아웃리치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거리에 있는 경우 기저질환이 상당하고 질환 관리가 힘든 이들이 많기에 이상 반응에 대한 궁금증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웃리치 인력은 보건전문가가 아니기에 정확히 대응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자세한 정보 전달을 위한 노력이 있었는지조차 의문이다.

더불어 거리홈리스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여러 조치들로 정보 취득 경로가 막힌 상태다. 지난 1월 서울역발 감염 확산 이후 서울역 대합실에 나오던 TV 방송이 철도 방송으로 대체됐고, 대합실 내 홈리스 강제 퇴거 조치가 이루어졌다. 거기에다 노숙인 지원기관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1주일 이내의 코로나 음성 확인증을 제출해야만 한다.

이렇게 백신에 대한 논의가 가장 활발하던 시기, 거리홈리스들은 그 논의를 엿볼 통로를 빼앗기게 됐다. 거리에는 백신 안전성에 대한 오만가지 가짜뉴스가 활개를 치고 있다. 백신에 대한 정보가 1월에 멈춰 있는 상태에서 백신 접종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서울시 자료에서 거리노숙인이 유형별 백신 접종률과 더불어 접종동의율이 가장 낮게 나타난 이유도 백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취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거리홈리스 코로나19 백신 접종 실태 발표하는 홈리스행동, 2021.06.16ⓒ사진 = 빈곤사회연대

둘째, 백신을 접종한 뒤 안정적으로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 백신접종 후 발열, 두통, 근육통, 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흔하게 발생한다는 사실은 모두가 안다. 하지만 거리에서 머물면서 이상반응에 대응하는 건 당연히 불가능하다. 시간대에 따라 장소를 옮겨 다녀야 하고, 어디 머물게 되더라도 다른이가 침범할 가능성이 농후하니 쉴 수가 없다. 서울역에서 주로 생활하는 A 씨는 '백신접종 후 거리에서 어떻게 버텼냐'는 질문에 "다른 방법이 없는데 뭐 어쩌냐"고 답했다.

서울시는 1차 접종을 완료한 256명 중 14명(5.5%)에게 주거 지원을 실시했다. 그러나 33명(12.9%)은 시설, 209명(81.6%)은 거리에 방치했다. 백신 접종 후 주거지원을 받은 B씨는 "사전에 주거지원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접종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상반응이 심각할 경우 치료를 받아야 하는 점도 문제가 된다. 이와 관련해 한 서울시 관계자는 <비마이너>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는 재난상황이기에 노숙인 지정병원으로 가지 않고 서울시 내 병원에서 응급조치가 가능하며, 서울시가 병원비를 지원한다"고 밝혔지만 거리홈리스들은 해당 내용을 안내 받지 못했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백신 접종을 위해

다행히도 지난 6월 정부에서 발표한 '코로나19 예방접종 3분기 시행계획'에는 "거동 불편 재가 노인·중증장애인, 발달장애인, 노숙인 등 예약·내원이 어려운 접종 사각지대에 대한 맞춤형 계획 마련"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런데 서울시는 1차 접종을 완료한 거리홈리스에 대해서만 2차 접종을 실시하며, 1차 접종을 받지 못한 이들에겐 잔여백신을 예약해 접종하라는 불가능한 안내를 하고 있다.서울시는 정부 발표대로, 거리홈리스에 대한 맞춤형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 거리홈리스 백신 접종 방안ⓒ그림 = 홈리스행동

조금 살펴보면 어려운 것도 아니다. 노숙인 지원기관이 없는 자치구에서는 구차원의 아웃리치 팀을 꾸리고, 아웃리치 시 보건 전문가가 합류해 백신 안전성과 이상반응 시 대응 방법 등이 담긴 안내문을 배포하며 상담을 실시하면 된다. 또 노숙인 지원기관이 있는 곳에 거점을 마련하여 집중 접종 기간을 정하고 설명회를 진행하면 된다. 이와 함께 백신 접종 후엔 무조건적 주거지원과 선불폰 제공 및 의료 이용을 보장하면 되는 일이다.

국가에서 백신 접종 대상으로 정한 이들이 실행 단계에서 배제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서울시는 거리홈리스가 백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고 안전하게 접종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더 안전한 사회를 원한다면 그 누구도 백신 접종에서 배제되어선 안 된다. 코로나19가 단순한 전염병이 아니라 우리 삶에 '재앙'으로 나타난 것은 사회가 불평등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대응을 위해 실시하는 계획 하나하나에 침투한 불평등을 없애는 노력이 없다면, 위기를 끝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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