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증언 하나만으로 결국 김경수 끌어내린 법원

21일 오전 징역형이 확정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경남도청 현관입구에서 대법원 유죄 선고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1.07.21.ⓒ뉴시스

'드루킹 댓글조작'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해 대법원이 징역 2년을 확정했다. 그러나 물적 증거 없이 오로지 '드루킹' 김동원 일당의 증언에만 기댄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1일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 지사의 상고심에서 원심을 받아들여 징역 2년을 확정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관해서도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2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모공동정범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오해, 이유모순, 이유불비 또는 판단누락 등의 잘못이 없다"며 김 지사가 '드루킹'과 공모관계라는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인정했다.

'드루킹' 한마디에 보수야당 '부화뇌동'으로 시작된 특검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범행에 엮인 것은 '드루킹'의 증언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1월 평창올림픽과 관련된 언론 기사에 정부·여당을 향한 비판적인 댓글이 다수 작성되는 상황이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면서 문제가 되자 '네이버' 측의 경찰 조사의뢰로 시작된 해당 사건은 경찰에 잡힌 '드루킹' 일당이 민주당 당원인 것이 드러나면서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으로 불렸다.

그러나 사건의 주범인 '드루킹'이 김 지사를 배후로 지목하자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등 보수야당은 '여론조작 게이트'라고 몰아가며 국회 보이콧까지 운운했고, 결국 국회 정상화를 위해 여당이 합의하면서 특검이 도입됐다.

특검 도입 전에 진행된 '드루킹'에 대한 경찰 수사 단계에서 김 지사와의 관련을 입증할 증거는 나오지 않았고, 특검 조사 과정에서도 '드루킹'의 진술은 여러 번 번복됐다. 특검 수사 초기 '드루킹'은 김 지사가 댓글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시연할 당시 수고비로 100만원을 줬다고 진술했으나, 특검은 이 부분에 대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을 내고 대질 신문조차 하지 않았다. 특검조차 '드루킹'의 진술에 대해 신빙성을 의심한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특검은 '드루킹'의 말에만 근거를 두고 김 지사가 댓글조작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허익범 특별검사(자료사진)ⓒ김철수 기자

특검이 공모의 정황으로 제시한 온라인 메신저를 통한 '온라인 정보보고' 등 다른 증거에서는 김 지사와 '킹크랩'이 직접 연결되지 않거나, 관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함께 제기된다. 결국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2016년 11월 9일 '킹크랩 시연'이 있었느냐는 것이다.

'킹크랩 시연'의 강력한 물적증거로 제출된 2016년 11월 9일 오후 8시 7분부터 16분간 기록된 '킹크랩' 로그기록은 그 자체만으로 시연이 있었다는 판단 기준이 되지 못했다. 2심 재판부조차 해당 로그기록에 대해 "로그기록만으로는 이것이 시연인지, 테스트를 한 것인지 구별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2심에서 '킹크랩 시연'이 인정된 근거는 '킹크랩' 개발자의 증언이었다. 재판부는 '킹크랩' 개발자인 우경민이 개발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한 점을 들어 증언에 대해 신뢰성이 있다고 보고 그가 주장하는 '시연을 위한 프로토타입'이 존재했다고 판단했다. 이를 근거로 '시연을 위한 킹크랩 프로토타입이 김 지사의 경공모 사무실 방문 동안 작동됐으니 시연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2심 재판부의 논리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는 '드루킹' 일당의 증언에 대해 대부분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된 바 있다.

실제로 '드루킹'의 옥중노트에 적힌 김 지사 관련 증언 요약 내용과 양상현의 옥중노트에 적힌 증언 요약 내용이 거의 동일한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드루킹 일당들이 김 지사를 끌어들이기 위해 진술을 맞춘 정황이 확인된 것이다.

2심 재판부도 드루킹이 시연 당시를 증언한 것 중 김 지사가 고개를 끄덕여 '킹크랩' 개발을 용인했다는 부분에 대해 "신빙성이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또 "창 너머로 시연하는 것을 봤다"던 다른 '드루킹' 일당의 증언도 목격한 장소와 상황이 매번 바뀌어 '허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2심 재판부는 유독 '시연의 존재'에 대한 증언만큼은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만일 김동원(드루킹)이 무고한 피고인을 공범으로 끌어들일 의도로 허위의 사실을 조작하려고 했다면 예를 들어 '구두로 킹크랩 개발 및 운용에 관한 허락을 받았고 배석한 목격자도 있었다'고 하는 편이 훨씬 용이할 텐데 굳이 '시연'이라는 일상적이지 않은 이벤트가 있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를 풀이하면 "피고를 공범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훨씬 유리한 상황을 꾸며낸 '완벽한 거짓'을 증언할 수도 있을 텐데, 왜 굳이 애매하게 '진실이 약간 섞인 거짓'을 말했겠느냐"로 해석된다. 거짓의 가능성이 있는 증언에 대해 '더 유리한 거짓'을 주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 재판부가 '드루킹' 일당의 증언을 근거로 삼은 이유인 셈이다.

'드루킹' 말로 시작돼 '드루킹' 증언 근거로 판단 내린 김경수 재판

김경수 경남지사와 드루킹 '김동원'ⓒ민중의소리

반면 2심에서 시연을 부정하는 물적 증거로 제시된 '구글 타임라인', '닭갈비 영수증'은 쉽게 무시됐다.

애초 특검 측은 2016년 11월 9일 오후 8시 7분부터 16분간 기록된 '킹크랩' 로그기록을 기준으로 당시 김 지사의 동선을 구성해 당시 오후 8시 40분쯤에는 '드루킹'을 만났던 경공모 사무실을 떠났다고 봤다.

그러나 김 지사 비서의 '구글 타임라인'에는 김 지사가 당일 오후 7시께 경공모 사무실에 도착해 오후 9시 14분에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누구도 설명하지 못한 '시간 공백'이 객관적 증거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김 지사 측은 이를 또 다른 증거인 '닭갈비 영수증'과 종합해 김 지사가 오후 7시에 경공모 사무실에 도착해 식사를 하고, 오후 8시부터는 경공모 회원과 함께 브리핑을 들었다는 새로운 동선을 제시했다. 시간상 시연이 존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2심 재판부는 이미 우경민의 진술 등에 근거해 '킹크랩 시연'이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전제하고 "그 이후 피고인의 행적까지 특검이 증명해야 할 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아무런 결론도 내지 않고 무시했다.

이같이 의심의 여지를 남긴 원심의 판단에 대해 대법원은 법리오해 등이 없다며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단에 대해 김 지사의 변호를 맡았던 김성수 변호사는 이날 오전 대법원 선고 직후 취재진에 "여러 거짓을 넘어 실체적 진실을 발견해 줄 것이라 믿었던 대법원에 큰 실망을 감출 수 없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유죄 인정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엄격한 증명에 기초해야 한다는 형사사법 대원칙은 누구에게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오늘 판결이 형사사법의 대원칙을 굳건하게 지키고 선언해야 할 대법원 역사에 오점으로 남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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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겸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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