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원전 철회가 아니라 적극적인 전력수요관리가 필요하다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자 ‘탈원전’ 정책에 대한 백래시가 기승을 부린다. 보수언론과 원전 업계는 이번 여름에 2018년에 버금가는 폭염이 닥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2011년 9월의 ‘블랙아웃’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여기까지는 기후변화에 따른 현실을 지적하는 것이지만 그 해법으로 내놓는 건 탈원전 정책을 뒤집자는 것이다.

우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전력수급에 문제를 낳았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 현 정부는 원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자는 계획을 내놓았을 뿐 현재 시점에서 전력공급에 영향을 끼칠 만한 조치에 이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고 수명이 다 된 원전은 연장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표방했는데, 이는 단계적이고 중장기적인 계획이라 당장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제 2019년에 비해 2020년의 원전 점유율은 증가했고, 신한울 1호기 가동 허가를 감안하면 보수언론의 걱정은 ‘가짜뉴스’에 가깝다.

길게 보아 이들의 주장처럼 원전이 에너지 문제에 대한 ‘최종 해결’이라면 기후위기나 이로 인한 폭염을 우려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석탄 등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모든 에너지 시스템을 신속하게 원전으로 대체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나라 정부, 어떤 과학자들도 이런 과격한 주장을 내놓지 않는다. 원전이 가진 근본적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폭염이라는 상황을 맞아 내놓는 ‘블랙아웃 위험’이니 ‘전력요금 폭탄’이니 ‘탈원전 폐기’니 하는 주장은 정치적 선동에 불과하다. 당장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의 블랙아웃을 탈원전 정책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중장기적인 에너지 전환 못지 않게 전력 수요 관리 역량을 높여야 한다. 전력의 사용량이 들쭉날쭉하는 건 충분히 예측가능한 일이다. 전력피크를 대비해 무조건 공급 능력을 높여야 하고 이를 위해 수조원에 달하는 원자력발전소를 계속 지어야 한다는 건 밑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다. 어떤 산업에서도 이런 식의 발상은 없다. 더구나 현재 전력의 절반은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으며, 그것도 대부분 전력다소비 업종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재고관리 등을 통해 전력 피크를 피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에너지 전환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인류 공동의 과제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전력공급의 불안정성이나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는 분명하다. 이를 최소화하고 사회적 약자가 고통을 전담하지 않도록 하는 게 정부의 임무다. 그러자면 거시적 방향 못지 않게 미시적 조절 능력이 절실하다. 2011년의 블랙아웃도 공급량 확대에만 치중하면서 수요예측과 관리에 실패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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