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산재사고, 노동권 침해...탄력받는 ‘학교부터 노동교육’ 추진

국회 법안 발의 봇물...개정 국가교육과정 총론에 ‘노동’ 반영될지 주목

민주노총,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 등 162개 단체가 학교부터 노동교육 운동본부 발족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노동과세계

현재 일부 학교에서만 ‘반짝’ 이뤄지고 있는 노동교육(노동인권교육)이 내년 국가교육과정 개정에 맞춰 전면적으로 확대되고 실질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산재사고가 끊이질 않고 노동권을 침해하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과 시민사회도 학교에서의 노동교육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루고 활발하게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국회서 노동교육 강화 법안 발의 ‘봇물’

시민사회에서는 지난 4월 민주노총,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 등 162개 단체가 모여 만든 ‘학교부터 노동교육 운동본부’가 앞장서고 있다.

운동본부는 국회에는 학교의 노동교육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노동교육법을 제정할 것을, 교육부에는 2022년 개정 국가교육과정 총론에 노동교육을 반영할 것을 요구하며 이를 위한 여론을 모으고 있다.

그 일환으로 운동본부는 오는 28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유기홍 의원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윤미향 의원실과 함께 학교부터 노동교육 제도화를 위한 토론회를 공동주최한다.

특히 교육위원장인 유기홍 의원이 직접 나서면서 ‘학교부터 노동교육 운동’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유기홍 의원실 관계자는 “유 의원은 취지에 적극 공감하고 학교부터 노동교육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위원장으로서 역할을 적극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윤미향 의원 역시 학교부터 노동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적극 공감하며 운동본부와 함께 관련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윤미향 의원실 관계자는 “기존에 나온 법안은 노동인권교육을 내실 있게 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보고, 이를 보완한 법제정안을 만들고 있다”며 “학교에 초점을 둔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지난 6월 교육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국가와 시민사회단체가 학생이 학교교육을 통해 노동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고 노동인권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동인권교육에 필요한 시책을 수립·실시하도록 하고, 교육부 장관의 자문에 응할 수 있는 노동인권교육심의회를 두도록 하는 게 골자다.

같은 당 강병원 의원과 이수진 의원(비례대표)도 지난해 6월과 올해 3월에 노동인권교육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이들 법안에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노동인권교육의 활성화를 위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공통적으로 내용이 담겼다. 또 고용노동부 장관이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학교 교육과정에 노동인권교육에 관한 내용이 포함될 수 있도록 교육부 장관에게 요청할 수 있으며, 요청을 받은 교육부 장관은 이를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교육위원장 유기홍 의원실 관계자는 “지금 나와있는 법안들을 검토해보고, 실효성이 있는 노동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법제화해야 하는지 함께 찾아 나갈 것”이라며 “지금은 시작 단계이고 앞으로 공감대를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운동본부 관계자는 “올해 안에 법안 발의 및 법제화가 되도록 운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유은혜 교육부 장관 자료사진.ⓒ뉴시스

2022년 개정 국가교육과정 총론에 ‘노동’ 반영될까

다만 이런 법제화로는 학교에서의 노동교육이 강화될 순 있어도 실질화를 이루기엔 여전히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교육부와 각 지역 교육청이 나서 노동교육을 확대해나갔지만, 중앙방침이 없다보니 학교현장에서 체계적으로 적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고용노동교육원은 올해 발간한 ‘노동인권교육 실태조사와 교육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교사가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의 주체로 자리 잡는 것이 바람직하나, 교육부 교육과정에 확고한 체계가 자리 잡지 못하고 있으며 교육청별로 이러한 교육과정을 설치·운영하기에는 지역별 편차도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계점을 지적했다.

이에 교육 분야의 ‘헌법’과 같은 국가교육과정 총론에 ‘노동’ 요소가 반영돼야 한다는 요구가 학교 안팎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래야 학교 현장의 혼란 없이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노동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교육과정은 초·중·고등학교 등의 교육기관에서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교육의 방향, 운영 방식 등을 체계적으로 선정하고 조직한 문서이다. 나아가 이를 실행하는 과정과 성취 결과를 포함한 전체 계획을 말한다.

때마침 새로운 국가교육과정이 내년에 개정될 예정이며, 이는 2024년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번 국가교육과정 개정은 ‘모두를 아우르는 포용 교육 구현과 미래 역량을 갖춘 자기주도적 혁신 인재 양성’을 비전으로 두고 추진된다.

이를 위해 교육부와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 전국 교육감이 모인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며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 일단 이들은 학교에서 노동교육이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운동본부 관계자는 “최근 간담회에서 국가교육회의 김진경 의장이 ‘총론에 노동교육이 담길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도 올해 초에 새로운 국가교육과정에 노동교육 관련 요소를 균형 있게 반영할 것을 교육부에 공식 요구한 바 있다. 총론에 노동교육 관련 요소를 넣고 각론에서 범교과 학습주제에 ‘노동의 가치’에 대한 비중을 강화하자는 서울시교육청의 제안에 전국의 교육감들이 동의한 것이다.

학교 노동교육 강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만큼 교육부도 이를 외면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교육부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 “총론 반영은 적절하지 않다. 다만 각계 의견을 수렴해서 반영을 검토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교육부는 22일 이뤄진 운동본부와의 간담회에서도 마찬가지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운동본부 관계자는 “교육부 담당자는 큰 틀에서는 2015년 개정 국가교육과정에 반영된 노동교육 부분보다는 더 나아가게 할 것이라고 했다”며 “다만 총론 반영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운동본부의 요구사항이 교과 안에서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이후 논의해 나가자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운동본부는 2022년 개정 국가교육과정 총론에 ‘노동’을 반영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운동본부 관계자는 “국어·사회 등 여러 교과에서 노동과 관련된 내용이 들어가도록 하더라도, 총론에서 추구하는 교육 가치에 ‘노동’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야 그것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8월 말, 9월 초에 총론 방향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여기에 ‘노동’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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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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