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한 ‘학내 간접고용’, 서울대 총장이 ‘청소노동자 사망’ 남 일 보듯 했던 이유

직고용했지만 단과대·기관별로 관리, 인건비 아닌 사업운영비에서 임금 지출

최근 숨진 서울대학교 청소 노동자 이 모(59) 씨는 용역회사가 아닌 서울대 직원이었다. 서울대는 2018년경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 일환에서 청소 노동자 등 시설관리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직고용했다.

달라진 건 고용안정뿐이었다. 학생 169명이 거주하는 기숙사를 혼자 청소하는 등 극심한 노동강도가 이 씨 사망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처럼 열악한 환경은 여전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서울대의 희한한 ‘학내 원하청 구조’가 노동환경 개선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다.

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서울대학교 청소 노동자 李모 조합원 사망 관련 서울대 오세정 총장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가운데 청소 노동자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2021.07.07.ⓒ뉴시스

22일 ‘더불어민주당 산재예방TF’ 주최로 열린 온라인 토론회 ‘청소노동자 사망사건,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이재현 비정규직없는서울대만들기 학생대표는 이 씨가 감당해야 했던 비인간적 노동강도가 법인직원과 자체직원 간 차별적 고용형태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교원이 아닌 서울대 직원은 크게 법인직원과 자체직원으로 나뉜다. 교육공무원들이 2012년 서울대 법인화 이후 법인에 정규직으로 채용되면서 법인직원이란 개념이 생겼다. 자체직원은 법인직원을 제외한 모든 무기계약직과 기간제 노동자를 뜻한다.

문제는 총장 발령 법인직원과 달리 자체직원은 각 기관 기관장 및 단과대 학장에게 발령 및 인사관리 권한이 있다는 점이다. 고인을 비롯한 관악학생생활관 청소 노동자들은 생활관 관장(서울대 교수)이 관리하는 자체직원이다.

이에 자체직원은 서울대 직원 정원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서울대가 교육부에 제출하는 정부 출연금 예산요구서 항목인 인건비에 자체직원의 인건비는 반영되지 않는다. 자체직원의 임금은 인건비가 아닌 기관 사업운영비에서 나온다.

본부와 기관이 인사관리의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고용구조다. 노조 측에서 노동강도 개선을 위해 인력 충원을 요구해도 본부에서 사업운영비를 할당받는 기관장에게는 예산을 증액할 권한이 없다. 인사관리 책임이 없는 본부는 노조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다. 고인이 속한 관악생활관은 독립채산제로 운영돼 이 같은 문제가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다.

유족과 노조는 이 씨가 과로사했다고 보고 있다. 박문순 전국민주일반노조 서울본부 법규정책국장은 “사망 당일인 지난 6월 26일 시험 기간과 기숙사 퇴소 기간이 겹쳤다. 퇴소 기간 중 1일 최대 18개의 100L 쓰레기 봉지가 나왔다는 증언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량화할 수 있는 쓰레기 처리는 청소 작업 중 극히 일부”라며 “샤워장·화장실·복도·주방·유리창·간이 주방·세탁기 등 청소가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오래된 건물이라 곰팡이 제거가 특히 힘들었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재현 대표는 “196명이 정원인 데다 엘리베이터가 부재한 기숙사를 한 사람이 청소해야 한다는 비인간적 노동강도는 차별적이고 무책임한 고용형태와 맞닿아 있다”라며 “기관장 발령이라는 분절적 고용구조로 인력증원을 위한 예산이 반영되고 있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 등 관계자들이 15일 오전 서울시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 회의실로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과 관련해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TF 단장 및 의원들과 간담회를 하기 위해 들어오고 있다. 2021.07.15.ⓒ뉴시스

서울대가 사실상 학내 ‘간접고용’을 용인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오세정 총장이 지난 13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청소 노동자 사망사건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라면서도 끝내 사과하지 않은 데에는 사실상 원청 책임자의 위치에 있었던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김선기 전국민주일반노조 교선실장은 “오 총장이 청소 노동자 사망 사건을 기숙사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남 일 대하듯 했던 이유가 따로 있었다”라고 꼬집었다.

직고용 이후 오히려 처우가 악화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용역 소속일 때는 70세였던 정년이 무기계약직 전환 이후 65세로 줄었다. 재계약을 통해 촉탁직으로 68세까지 연장될 수 있다. 무기계약직 전환 이후 신규 채용된 인원의 정년은 60세고 촉탁직으로 재계약하면 65세까지 일할 수 있다.

신규 채용 인원이었던 고인은 올해 59세로 다음 해 촉탁직 재계약 대상이어서 근무성적평정에 대한 압박감이 컸을 것이라고 이재현 대표는 말했다. 이 씨는 관리자들의 갑작스러운 청소검열 통보에 대청소에 나선 뒤 일주일도 안 돼 사망했다. 직고용 전환 이후 인사관리, 노동강도, 노동통제 문제가 강화됐다는 증언들도 나왔다.

이 대표는 “무늬만 직고용이어선 안 된다. 총장이 책임질 수 있는 고용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해 국감에서 지적됐는데 시정되지 않았다”라며 “여전히 무기계약직인 노동자들도 많다. 최근 지어진 민자 기숙사는 청소 등 업무를 용역에 외주화했다. 더는 한 사람의 노동자도 산재로 떠나보내지 않기 위해 대학본부가 인건비와 인사관리를 평등하게 책임지는 고용구조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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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영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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