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희종 교수 “이석기 사면, 다음 정권으로 넘기는 건 무책임”

“총선 이후 개혁 완수할 시간 놓쳐...촛불시민 원하는 게 뭔지 알아야”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가 21일 서울 서울대 수의과에서 민중의소리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7.21ⓒ김철수 기자

촛불혁명으로 만들어진 문재인 정부가 '적폐 청산'을 일성으로 내세우면서 과거 보수정권의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임기 1년을 남긴 지금까지 아직 남은 과제는 많다. 이제야 국회에 발의된 국가보안법 철폐와 아직도 수감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도 문재인 정부의 남은 과제 중 하나다.

'촛불정국'에서 교수 시국선언을 이끌어내고, 지난 21대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해 지금의 180석의 여당을 만드는 데 역할을 한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국가보안법 철폐 문제와 이 전 의원 사면 문제를 차기 정부에 넘기는 건 무책임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박근혜·이재용 사면설은 역사의 역행"
"반대 있더라도 문 대통령 임기 안에 이석기 사면 결단해야"

박근혜 정권 시절인 지난 2013년 '내란음모 사건'으로 구속돼 결국 징역 9년 8개월이 확정된 이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한번도 사면 대상에 오른 적이 없다. 이대로 만약 만기 출소하게 된다면 정권이 한 번 더 바뀐 2023년에야 사회로 나오게 된다.

우 교수는 '내란음모 사건'을 빌미로 이 전 의원의 구속은 물론 통합진보당 해산까지 이어진 데 대해 "박근혜 정권의 우스꽝스러운 광기"라고 평가했다.

우 교수는 "이 전 의원 등이 구속되고 정당 하나가 해산되는 게 이 자체가 박근혜 정권 유지를 위한 쇼였다"면서 "이것이 적폐정부의 민낯이었다면 촛불정부인 문재인 정부에서는 바뀔 줄 알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빨갱이 몰이'라는 70년된 적폐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이 전 의원이 아직 감옥에 갇혀있는 게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이 전 의원의 사면에 대해 보수 야당 등의 반대가 당연히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 자신도 후보 시절,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있었던 이 전 의원의 사면을 꼬투리 잡은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공세를 받아야 했다.

우 교수는 '개혁'이라는 단 한마디로 반대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혁에는 당연히 반대가 있다. 기득권은 반대하겠지만, 그건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한마디로 접고 나가야 한다"면서 "오히려 다음 정부에게 반대의 빌미를 줄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 말기에 국보법 폐지와 이 전 의원의 사면을 결단해서 우리 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는 바탕을 던져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8.15 사면 대상에서도 이 전 의원은 빠졌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국정농단'에 연루된 이재용 삼선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설은 연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우 교수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사면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은 촛불시민의 개혁의지에 대한 결과인데 정치적인 이유로 사면한다는 것은 적폐를 청산하고자 하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이 전 부회장도 사면된다면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논리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공정을 외치는 지금 사회 분위기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이번 8.15 특사는 남북평화의 상징으로서 국보법 폐지와도 관련해 이 전 의원을 사면하는 것이 훨씬 더 의미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가 21일 서울 서울대 수의과에서 민중의소리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7.21ⓒ김철수 기자

"이석기 사면·국보법 철폐 해결 못 하면 차기 정부 말할 자격 없어"

과거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상임공동의장을 맡으며 지식인으로서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온 우 교수는 이 전 의원의 사면과 함께 국보법 철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교수는 '더불어시민당' 대표 시절, '국보법이 없는 세상을 꿈꾼다'고 언급해 보수 야당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우 교수는 오래전부터 문제를 지적받아온 국보법인만큼 "언제라도 국보법 폐지의 적기"라면서 국민들의 개혁의지로 만들어진 '촛불정부'가 국보법 철폐의 좋은 기회를 가졌다고 강조했다.

최근 '김일성 회고록'의 판매금지 가처분이 법원에 받아들여지지 않고, 이른바 '종북콘서트' 사건도 대법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사법부가 관대한 모습을 보인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김일성 회고록'에 대한 공안당국의 수사가 진행되는 등 탄압도 이뤄지는 이중적 상황이다.

우 교수는 이러한 이중적 상황을 "과도기"라고 평가하면서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나갈 지향점을 분명히 정리하지 않으면 이러한 이중적인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과도기에 지향점을 제시해야 할 정치적인 중심체가 정부와 여당인데 아쉽게도 좋은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보법 중 가장 문제가 되는 '찬양·고무죄'를 명시한 제7조에 대한 폐지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국보법 폐지를 위한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제출된 지 단 9일만에 10만명 동의가 달성된 결과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이에 대한 본격적인 입법 논의가 아직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여당 지도부도 국보법 폐지안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우 교수는 "현 정부나 여당의 입장은 아무리 봐도 과거 정치계의 흐름이나 문화를 벗어나지 못하고 반대 측의 이야기를 듣고 정하겠다는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개혁이라고 하는 것은 70년 동안 내려온 적폐 구조를 바꾼다는 것인데, 적폐들이 만든 기준을 지키지 않고 깨면서 새로운 제도를 던져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 교수는 "국보법 철폐에 대해 여당 안에서도 '이미 죽은 법인데 시끄럽게 철폐를 개정을 이야기하느냐'는 안이한 생각도 나온다"면서 "마치 흉기가 있는데 안 쓰고 그냥 있으니 내버려 두라고 하는 것인데, 국보법이라는 흉기가 존재하는 한 언제라도 적용될 수 있는 위험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현재 냉각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서라도 국보법이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북통일의 국민적 합의를 방해하고, 남측의 진보적 인사의 인권을 말살하는 '빨갱이론'을 확산해서 남북 통일을 간접적으로 더 어렵게 만드는 데 국보법이 기여하고 있다"면서 "남북 관계에 큰 장애물인 국보법의 철폐가 시급하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지금 이대로 현 정부가 남북관계에 연관된 국보법을 방치하고 임기를 마무리하면 역사상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라며 "촛불 정부의 상징인 문 대통령이 평양시민에 약속한 것인데 여전히 구체적인 행동 없이 미국의 견제를 핑계삼는 것은 북측에서 말하듯이 핑계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이번 정부에서 이 전 의원의 사면과 국보법 철폐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보법 철폐나 이 전 의원 사면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할 개혁의 큰 맥락인데, (그동안 반대를 받으면서) 이 문제들의 무게를 느꼈다면 더더욱 이번 정권에서 대선 전에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정치적 능력도 없이 현 상황을 그대로 다음 정부에 물려주겠다는 생각이라면 민주당은 다음 정부를 민주당 정부로 만들겠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상임공동선대위원장 지난 2020년 4월 2일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21대총선 중앙선대위 합동 출정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4.02ⓒ정의철 기자

"총선 이후 개혁완수할 시간 놓쳐...촛불시민 원하는 게 뭔지 알아야"

우 교수는 21대 총선 과정에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를 맡아 180석의 거대 여당이라는 결과를 만들고 더불어민주당과 합당으로 총선에서의 역할을 마쳤다.

우 교수는 "총선 전에 생각했던 것과는 생각이 바뀌었다"며 "아직 국내 정치 문화는 정말 많이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여당에 대한 실망감을 비추기도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기득권에 의해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민주적 절차에 따른다며 1년 정도를 그냥 보내면서 다뤄야 할 문제들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었다"면서 "여당이 다수당이 아니라 개혁의 동력이 제한적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행동으로 나선 것"이라고 '더불어시민당' 창당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럼 총선 이후에는 제대로 개혁과제를 해야 하는데 사법개혁 문제로 지금까지 끌면서 정부·여당이 힘을 가지지 못했다"면서 "지금 적폐가 쌓은 노동문제는 대통령 임기 내에 모든 걸 해결할 순 없겠지만, 다만 분명한 것은 노동문제를 비롯해 많은 힘을 기울여야 바꿀 수 있는 적폐 문제를 해결할 시간을 놓쳤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여당이 다수당임에도 해결하지 못한 많은 문제는 기득권 구조에 너무 타협하는 게 아닌가. 개혁과 개선을 구분 못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하면서 "개혁은 기존 원칙을 깨는 것이다. '의견을 조율한다', '수렴한다'면서 계속 개선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정부를 향해서도 "정부는 촛불 시민들이 원하는 게 뭔지 파악하고 최소한 구체적인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면서 "그중 하나는 남북간의 평화 통일이다. 평양 방문했을 당시 문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높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태생이 촛불 정부인데 주류 기득권자의 말보다 촛불시민의 저변이 뭔지 인식하고 개혁을 과감히 해야 한다. 그러면 민주당에 실망한 분들이 모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교수는 최근 구성한 지식인 단체인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를 구성해 진보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대선과 관련해서는 수의학과 교수인 자신의 입장에서 '동물권'을 위한 정책 요구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아직 부족한 게 동물권이다. 동물에 대한 배려라는 건 기득권 사회에서 약자를 배려하는 것과 같다"면서 "대선 후보에게 헌법에 동물생존권을 넣는 것을 비롯해 모든 생명이 불필요한 고통 없이 살 수 있는 데 대선 후보들이 기여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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