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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국회에 귀 닫는 ‘공룡’ 기재부, 예산편성권 독점 개혁 방안은

한국, 코로나19 대응 재정 지출 ‘선진국 중 최하위’...“정치적 책임지는 집단으로 예산 권한 가져와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2021.06.25.ⓒ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줘야 한단 여당의 요구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결같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지속되는 코로나19 재난 상황에도 홍 부총리는 국민의 고통을 해소할 방안에 머리를 맞대기보단 보수적 재정 운용에서 시야를 넓히지 않는 모습이었다.

지난 24일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에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통과했지만, 기재부의 안하무인 태도에 결국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은 최종 무산됐다. 소상공인 지원 예산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여야가 3조 5,300억 원 증액에 합의했음에도 기재부의 난색에 1조 4,000억 원 증액하는 수준에 그쳤다. 홍 부총리는 2차 추경안 통과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전반적으로 정부가 제출한 추경의 큰 틀은 유지됐다”고 자평했다.

그동안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비롯해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 소급적용, 기본소득 도입, 공공기관 총액인건비 제도 개선 등 정치권에서 논의하는 공공정책에 대해 홍 부총리는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번번이 부정적 견해를 드러내 왔다. 정책의 효용성을 여러 차례 피력해도, 여야가 협의를 이룬다 해도 수용할 수 없단 ‘요지부동’ 홍 부총리에겐 곳간을 조이는 것이 제일 큰 현안인 듯했다.

이런 그를 답답해한 여권에선 오죽하면 “재정 독재”란 표현까지 등장했다. 홍 부총리 태도가 마치 나라 재산을 지키는 ‘곳간 지기’보단, 이를 쥐락펴락하겠다는 ‘주인’ 행세에 가깝단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기재부와 당·청의 마찰은 더욱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경제 정책 수립부터 예산·세제까지 총괄하는 기재부를 오늘날의 공룡 조직으로 개편한 건 이명박 정부 때지만, 보수 정부와 기재부가 ‘곳간’을 두고 입씨름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이후 개편 없이 이어진 경제 관료들의 예산편성권 독점화로 재정의 목적과 수단이 왜곡되는 가운데, ‘기재부 힘 빼기’는 여느 때보다 시급한 개혁 과제로 거론된다.

‘공룡 기재부’ 서막

기재부는 1948년 정부조직법으로 신설된 재무부와 기획처를 뿌리로 한다. 기획처는 1961년 경제기획원으로 확대됐다. 재무부는 세제·국고·금융·통화·외환 정책을, 경제기획원은 예산과 경제개발계획 수립을 각각 맡았다. 이 둘을 ‘재정경제원’이란 명칭으로 합친 건 1994년 김영삼 정부 때다. 효율적 재정 기능을 위해 세제·예산·금융 등 경제정책 통합 운영이 필요하단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정부의 재무적 기능과 예산 기획 기능을 한데 모아 몸집이 커진 재정경제원의 관치는 역효과를 낳았고, 1997년 닥친 외환위기 원인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이에 김대중 정부는 1998년 재정경제원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나눴고 노무현 정부도 이를 계승했다. 그러나 2008년 이명박 정부는 다시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통합한 ‘막강 파워’의 기획재정부로 재편했다. 경제정책의 기획과 집행을 한 곳으로 몰아 효율성을 높이겠단 취지였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비대해진 권한 탓에 기재부의 위치는 정부 부처 중에서도 마치 ‘갑’, ‘상왕’으로 변질됐다.

코로나19대응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등 소상공인 협회장 및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지난달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홍남기 부총리 면담 요구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자료사진) 2021.06.16.ⓒ김철수 기자

재정건전성 수치 집착, ‘무조건’ 아끼는 게 최선?

더 큰 문제는 외부의 견제를 받지 않고 예산편성권을 독식하는 기재부가 정부 정책 곳곳에 폐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부분이다. 무조건 ‘아껴야 한다’는 기재부의 입장이 대외적으론 긍정적으로 비칠 수 있지만, 지금 같은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선 오히려 국가 성장을 발목 잡을 수 있다.

재난지원금, 소상공인 손실보상 의제 외에도 사례는 속출한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이 기재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9·2020·2021년 기재부 예산심의 과정에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증액률은 13.08%인 반면,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2%대 증액에 머물렀다. 특히 2020년 기재부는 각 부처가 요구한 것보다 SOC 예산을 23.2% 늘리면서도,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0.06% 깎았다. 2021년 예산안에서도 각종 돌봄 정책과 관련한 예산은 줄줄이 삭감됐다.

시민사회는 기재부의 ‘반민생’ 행보를 질타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4월 홍 부총리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가진 경제단체장과의 간담회 중 ‘세액 공제 대상에 메모리 반도체 설계·제조기술을 포함하겠다’, ‘복수의결권 입법화에 속도를 내겠다’고 공언한 데 대해 “삼성과 SK를 위한 맞춤 세제 완화”라며 “대놓고 재벌 특혜”라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재벌에겐) 세금을 덜 내게 하겠다고 하면서 코로나19 영업 제한 조치로 손실을 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손실 보상엔 ‘재정 적자’ 운운하며 반대하는 시대착오적 발상”라며 “현 정부의 기조였던 공정경제에서 완전히 선회해 친재벌, 불공정경제로 가겠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지난해엔 기재부가 코로나19 추경 재원을 마련한다며 질병관리본부와 지방국립병원 등 일부 기관의 연가 보상비를 몽땅 삭감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기재부는 자의적 판단에 따라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겠다’는 목표로 특정 공직자의 인건비를 절감해 재원을 마련했다. 당시 문제를 최초로 제기한 나라살림연구소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격무에 시달리는 질본 직원의 연가 보상비조차 주지 않는 것은 노동권을 위배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민생에 인색한 기재부, 잠긴 곳간과 ‘소득 불평등’
한국, 코로나19 대응 재정 지출 ‘선진국 중 최하위’

재난 상황에도 재정건전성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재부는 내내 지출에 소극적이었다. 정부가 곳간 문을 걸어 잠그는 것으로 위기에 대응하는 사이 사회안전망에서 외면된 시민들의 소득 불평등, 자산 불평등은 심화했다.

홍 부총리는 2차 추경 논의 단계에서도 소상공인 지원에 편성한 3조 원대 예산의 증액은 가로막으면서, 국채 상환용 예산 2조 원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참여연대는 20일 논평을 내 “홍 부총리는 국가신용등급 등을 감안해 2조 원의 국채 상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대비 최고 수준(2019년 일반정부 부채(D2)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 OECD 평균 110.0%, 한국 42.1%)”이라며 “긴급한 방역 조치만큼이나 생존의 위기에 처한 시민들에게 긴급한 재정 조치가 필요함을 국회와 정부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IMF가 발표한 G20 경제선진국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10개국의 GDP 대비 코로나19 대응 지출 규모. (자료사진)ⓒ나라살림연구소 제공

지난해 말 기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국가별 지출 현황을 분석한 국제통화기금(IMF)의 ‘COVID-19 대유행 국가 재정 조치의 재정 모니터 데이터베이스’에서 나라살림연구소가 G20 국가 중 경제선진국 10개 국가(호주·캐나다·프랑스·독일·이탈리아·일본·한국·스페인·영국·미국 등)의 지출을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지출 규모는 13.6%로 ‘10개국 중 10위’였다. 특히 예산 사업, 현금 지원 등 시민들에게 즉각적이고 직접적으로 재정을 투입하는 ‘추가 지출’ 조치 비중이 3.4%로 매우 낮았다.

GDP 대비 코로나19 대응 지출이 가장 높은 국가는 일본(44.0%)이었다. 이탈리아(42.3%), 독일(38.9%), 영국(32.4%), 프랑스(23.5%), 미국(19.2%)이 그 뒤를 이었다. 일본·독일·영국·미국 등은 추가 지출 규모만 10% 이상이었다. 이 중에서도 영국과 미국은 추가 지출 비율이 16%를 웃돌았다. 더불어 한국은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 예산 규모도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은 확장적 재정 정책을 펼칠 여력이 충분함에도, 쓸 곳에 제대로 쓰지 않고 경제 규모에 비해 긴축적으로만 운용해 얻은 불안한 수치에 불과한 것으로 귀결된다.

미국 재무부도 ‘한국은 코로나19 재정 지원의 충분한 여력이 있다’며 지출을 독려했다. 재무부는 지난 4월 발간한 ‘주요 교역 상대국의 거시 경제와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재정 적자 예상치를 GDP 대비 4.5%로 전망, “한국으로선 역사적으로 큰 규모지만 이들 재정 패키지는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작다”며 돈을 더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OECD는 지난 5월 발표한 경제 전망에서 한국에 대해 “피해계층 지원 중심으로 마련된 추경의 경제적 효과가 클 것”이라며 “경제가 견고한 성장경로로 복귀할 때까지 피해계층에 집중된 정책지원 등 확장적 재정정책을 지속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자료를 확인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2021.07.16.ⓒ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예삿일 된 모피아의 ‘재정 항명’
국정 기조 어긋나도 방치하는 청와대

복지 지출 확장성마저 ‘묻지 마’로 제약하는 기재부의 관료적인 재정 운용은 문재인 정부 국정 방향인 ‘포용적 복지국가’ 모습과도 어긋난다. 청와대의 지시에도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대놓고 반기를 든 홍 부총리의 ‘재정 항명’은 이제 예삿일이 됐다.

‘모피아’(옛 재무부의 영어 약자 ‘MOF’와 마피아를 합친 말)로 불리는 경제 관료들의 조직 장악력, 기재부의 카르텔은 정권이 바뀌어도 제자리다. 그러나 정책의 효용성을 따지지 않고 국가 재정을 시종일관 경직되게 사용하는 기재부의 모습, ‘국회가 정부안에 따라야 한다’는 홍 부총리의 태도를 막지 못하는 건 헌법 조항에 규정된 국회와 기재부의 관계 때문이다.

헌법 제54조 1항은 ‘국회는 국가의 예산안을 심의·확정한다’고 적시하지만, 제57조는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한다. 결국 국회의 예산심의권은 행정부의 예산을 감액하는 선으로 한정된다. 기재부의 허락 없인 단 한 푼의 예산도 늘릴 수 없는 처지다. 여야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위한 예산 증액에 합의를 이룬다 해도, 홍 부총리가 동의하지 않는 한 해당 예산안의 통과는 난망하다.

정부가 나서서 기재부의 조직을 개편하지 않는다면 보수적인 재정 운용의 악순환은 반복될 것이다. ‘지속 가능한 복지’, ‘사회 불평등 완화’라는 당면 과제에 적재적소의 재정 투입을 가로막는다면 재정은 약자에게 계속해서 인색하고, 불공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회도 예산편성권 분담의 필요성을 피력한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통화에서 “제헌헌법 초기에 보면 국회의원이 너무 과도하게, 정치적인 이해에 의해 재산을 증액할 수 있어서 그걸 견제하기 위해 (57조를) 두었지만 오늘날에 의회의 예산심의권을 너무 제약한단 의견도 많다”며 “과거와 달리 국회에도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많아졌다. 조직 역량이 확대하고 강화해 이제 충분히 예산을 컨트롤할 수 있는 상황이 됐는데 여전히 기재부가 너무 많은 권한을 갖고 있다”고 토로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인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통화에서 “기재부가 해야 할 일이 있지만 지금은 전쟁과 같은 재난적인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선 국민이 나락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게 국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며 “적극적인 예산 행정을 펼쳐야 하고 정치적으로 판단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홍 부총리는 그런 것들을 너무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태를 제어하지 못하는 청와대의 책임론도 피할 수 없다. 복지 확대의 의지가 있다면 더 적극적으로 개입했어야 했다. 기재부를 통제하지 못하며 사태가 악화하다 보니 사실상 ‘당·청의 갈등’이란 해석도 나왔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홍 부총리가 고집 피우고 있는 것도 문제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선 청와대가 그걸 승인해주고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교통정리를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통화에서 “청와대가 무능해서 유능한 기재부를 꺾지 못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나 교수는 “정치적으로 책임지지 않는 기재부가 재정에 관해 결정권을 갖고 청와대의 의사결정도 비토(거부)할 수 있는 현재 상황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나 교수는 “재난지원금 같은 정치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안들에 대해 홍 부총리가 ‘정치적인 결정에 따라서 재정 집행을 할 수 없다’고 하는 건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다. 민주주의 근본원칙에 대해서 기재부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며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정권이 교체·유지되는 거고 거기에 대해 집권 세력이 정치적으로 책임지는 거다. 재정은 그런 권력 의지를 집행하고 표현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책임은 문재인 정부에 묻지 기재부에 묻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만큼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재정을 자기 의사대로 제어할 수 있는 나라가 많지 않다”며 “(기재부는) 자신들의 논리로 커지고 있다. 정치적 책임을 지는 집단으로 예산 권한을 가져와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1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바라보며 발언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2021.05.27.ⓒ뉴시스

조직개편 통한 기재부 권력 분산 불가피
선출직 공직자 예산권 부여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필요

기재부 권력 분산을 위해 장기적으론 개헌이 언급되지만, 당장엔 과거 정부 사례처럼 정부조직법 개정을 검토할 수 있다. 과도하게 편중된 기재부의 예산편성권을 국회 혹은 청와대로 옮기는 방안이 그에 속한다. 만약 청와대로 예산편성권이 이관된다면 국가 재산에 대한 책임은 대통령이 직접 지게 된다. 이때 견제 장치의 역할은 국회가 할 수 있다.

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지난달 ‘국가 예산 개혁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어 “기재부의 정책기획, 예산편성, 성과평가 기능을 분리해 청와대, 국민행복부 등으로 분산시켜야 한다”고 제시했다. 토론에 참석한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해관계자 간 기득권 체계가 짜여있는 만큼 재정개혁을 정치적 과정으로 설정하고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재정개혁을 통해 확보된 재원의 활용 목적 및 범위에 대해 충분한 정치적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통화에서 “국회가 예산편성권을 안 갖고 있는 나라는 별로 없다.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의회가 예산 증액권도 없고 특정 부서, 관료가 차지하고 있다”며 “예산편성권을 의회가 가져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례로 미국은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이 예산편성 지침을 마련하고, 예산편성·확정권은 의회가 갖는다. 그밖에 독일·영국·스웨덴 등 선진국은 예산편성 과정에 의회의 개입을 의무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정 소장은 “기재부가 지금 예산을 볼 때 ‘절약자’ 기능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기재부의 기획기능을 살려야 한다. 기재부의 예산실이 통폐합됐을 때와 안 됐을 때 차이는 크다”고도 했다.

그는 “지금 여당, 야당, ‘관료당’(기재부)이 따로 있는 건데, 관료당이 말을 전혀 듣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는다. 기획하거나 새로운 일을 벌이지 않는다”며 “나라가 불안하고 후진국일 땐 안정된 관료체계가 필요하지만, 선진국이 되고 나면 혁신해야 하는데 혁신을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소장은 한국과 비교적 유사한 것으로 거론되는 일본의 예산심의 과정을 언급하며 “일본 의회는 불필요한 예산을 감액한 만큼 증액할 수 있게 하지만 우리는 아무리 감액을 많이 해도 증액할 수 없다. 때문에 실제론 감액도 잘 하지 않는다”며 “국회에서 엄청 요란스럽게 말하지만 실제 감액률은 0.2~0.3%밖에 안 된다”고 전했다.

다만 정치적 책임을 명분으로 기재부의 권한을 선출직 공직자에게 옮기는 것이 국민적 공감대를 갖추려면, 예산편성 과정의 정치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단체·전문가·국회예산정책처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 구성을 포함, 예산편성 과정의 개방성 및 투명성 제고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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