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80여개 단체·시민들,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반대...“기억을 금지하지 말라”

세월호 유가족 “대화 피한 건 오세훈, 공무원 앞세워 ‘어쩔 수 없다’고만”

유경근 집행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시청 앞에서 열린 4.16 시민동포가족공동행동 공동성명 발표 기자회견에서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 강제철거 계획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2021.7.23ⓒ김철수 기자

세월호 참사 피해자 유족들과 시민단체들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해 광화문광장 내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2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광화문 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을 그대로 두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국내·외 2683개 단체 및 개인이 서명한 성명서를 통해 "세월호 기억공간은 기억을 통해 그 무참한 참사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강력히 희망하는 공간"이라며 "기억공간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방적 철거를 강행한다면 (그것은) 촛불과 전쟁한다는 선포와도 같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오 시장을 향해 광화문 광장의 세월호 기억공간에 대한 철거통보 철회를 비롯해 "세월호 가족들 및 시민을 만나 목소리를 들으라"고 요구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서울시가 '유가족들이 광화문 광장 공사를 방해한다'는 식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 위원장은 "광화문광장 공사 계획을 통보받았을 때부터 공사기간 중 기억공간이 자리를 비켜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박 전 시장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박 전 시장과 약속했던 것은 '공사기간 중 기억공간 철거'가 아니라 '공사 후 기억공간을 어떠한 형태와 방식으로 설치해 운영할지 계속 논의하자는 것'이었다"면서 "박 전 시장이 돌아가신 후 서울시에 기억공간 논의를 하자고 요구했으나 서울시 총무과는 '새 시장이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만 반복했다"고 밝혔다.

이어 "가족협의회는 지난 4월 보궐선거 직후 오 시장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나, (오 시장이)면담에 응하지 않았다"면서 지난 17일에서야 유가족 소수만이 참석하는 비공개 면담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오 시장은 유가족과의 면담 자리에서도 "행정적 판단을 하는 것일 뿐"이라며 기존의 철거입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유 집행위원장은 전했다.

유 집행위원장은 "오 시장은 정무수석, 행정국장, 총무과장의 입을 빌어 기존의 입장을 반복하기만 했다"면서 "모든 판단과 책임을 직원들에게 돌리는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유 집행위원장은 서울시의 철거통보가 오기 전 기억공간을 인근의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는 의사를 유가족들이 밝혔음에도 서울시가 이를 거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 집행위원장에 따르면 광화문공사 초기, 기억공간이 원래 위치에서 방향과 위치를 약간 조정해 지금의 위치로 이동하게 되자 유가족들이 '어차피 또 이전하거나 철거해야 할 텐데 아예 공사와 관계없는 세종로 공원으로 옮기는 것이 더 낫겠다'는 의사를 서울시에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는 세종로공원도 정비 예정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에 대해 유 집행위원장은 "그때 세종로공원으로 기억공간을 이전했으면 오늘과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전을 거부한 진짜 이유는 만약 이전했다면 오늘처럼 강제로 철거할 명분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유 집행위원장은 서울시를 향해 "당신들 말대로 '세월호 지우기'가 아니라는 것이 사실이라면 지금 당장 협의에 나서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고 유가족을 '이기적인 방해꾼'으로 몰아간다면 절대로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유가족들과 시민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날 발표한 성명서를 서울시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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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겸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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