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윤석열의 헛소리와 스트레스 호르몬의 상관관계

지난주는 유력 야권 대선 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다이내믹한 헛소리 두 개를 지켜보느라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월요일(19일)에는 “1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발언으로 나라를 뒤집어 놓더니, 화요일(20일)에는 “대구 봉쇄는 철없는 미친 소리다. 다른 지역이었으면 민란이 났을 것” 발언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보통 이 정도 규모의 헛소리는 한 주에 한 개 정도만 하는 게 도리 아닌가? 이런 비중 있는 헛소리를 한 주에 두 개나 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규칙 위반이다. 윤석열 전 총장님, 우리 헛소리는 제발 한 주에 하나만 합시다!

온라인에서는 야권 지지들 사이에서조차 “대선을 포기했냐?”, “메시지 관리가 전혀 안 된다”, “도대체 참모가 누구냐?” 등의 비판이 나온단다. 그런데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이건 메시지 관리가 안 된다거나, 참모가 무능하다는 종류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언론 보도를 종합해볼 때 윤 전 총장은 이런 발언들을 모두 스스로 결정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유력 대선 후보가 자기 머리로 생각해서 자기 입으로 저런 (헛)소리를 늘어놓는데 참모가 말린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이 말인즉슨, 이 정도면 참모의 문제가 아니라 후보 자체의 머리가 심각하게 안 돌아간다고 보는 게 훨씬 합리적인 추정이라는 뜻이다.

윤 전 총장 본인도 답답할 것이다. 자기는 깊이 생각해서 하는 말이고, 분명 맞는 말을 한 것 같은데, 입에서 나오는 말이 족족 헛소리니 얼마나 답답하겠나? 그래서 윤 전 총장에게 문제의 원인을 알려주려고 한다. 친절히 알려줄 테니 참고하시라. 물론 별로 참고할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머리가 안 돌아가는 데에는 원인이 있다

스트레스 호르몬이라는 게 있다. 아드레날린이나 코르티솔이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의 역할이 무엇이냐? 위기를 맞았을 때 순간적으로 엄청난 힘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초원에서 사자를 만나 도망을 칠 때 사람은 평소보다 훨씬 빨리 달릴 수 있다. ‘도망쳐야 살 수 있다’는 긴장감으로 뇌가 스트레스 호르몬을 대거 분비했기 때문이다. 이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면 인간은 일시적인 슈퍼맨 상태가 된다. 피로도 거의 느끼지 않는다.

멋있어 보이는가? 그런데 그게 그렇지가 않다는 게 문제다. 스트레스 호르몬에는 엄청난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고통이나 피로를 느끼지 못하는 인간은 매우 위험하다. 인간이 고통과 피로를 느끼는 이유는 우리의 뇌가 ‘더 이상 이 일을 하면 몸이 망가질 것 같으니 당장 그만 둬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즉 고통과 피로는 몸에 무리가 왔다는 신호라는 뜻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2일 서울시 구로구 서울 간호사 협회를 방문해 간호사들과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1.07.22ⓒ국회사진취재단

하지만 스트레스 호르몬은 몸이 이런 신호를 무시하게 만든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계속 분비된다면 인간은 다른 정상적인 기능을 모두 포기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사색을 하거나, 소화를 하거나, 심지어 배변을 하는 기본적인 기능조차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는 동안은 정지된다.

이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해법은 쉬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뇌가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했다면, 반드시 그에 준하는 휴식을 취해야 한다. 왜 휴식이 중요하냐면, 쉬는 동안 스트레스 호르몬이 점차 사라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것이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다. 멜라토닌은 해가 질 무렵인 오후 7시쯤 분비가 시작돼 수면을 취하는 밤 10시~새벽 3시 사이에 가장 많이 분비된다.

멜라토닌은 낮에 분비됐던 스트레스 호르몬을 제거하고 몸의 기능을 정상으로 돌려놓는다. 그제야 뇌의 기능도 정상적으로 돌아온다. 전문가들이 “밤에 잠을 잘 자야 뇌가 제대로 작동한다”고 조언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한 마디로 어두워지면 사람은 잠을 자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머리를 안 돌아가게 만든 것은?

“호르몬이 윤 전 총장의 헛소리와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 이게 매우 큰 상관이 있다. 왜냐하면 윤 전 총장은 “1주일에 120시간 바짝 일하고!” 방식의 삶에 매우 익숙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9수 끝에 붙었다는 사법고시도 그런 방식으로 합격하지 않았겠나?

이런 삶에 익숙한 사람은 휴식의 중요성을 아예 모른다. 평생을 스트레스 호르몬을 달고 다녔다는 뜻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면 달달 암기하는 것은 어떻게든 된다. 그거 하라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밤에 잠도 자지 않고 달달 뭘 외우다보면 멜라토닌 분비가 당연히 안 된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사라질 틈도 없다. 암기를 담당하는 능력 외에 다른 능력이 심각하게 저해된다.

이러니 제대로 된 판단 능력이 안 생기는 것이다. 어디서 “주 52시간 노동은 현 정부의 정책이고, 그걸 나쁜 거라고 주장해야 반문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게 암기는 된다.

문제는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지를 모른다는 거다. 표현을 정하는 것은 암기가 아니라 판단력과 창의성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은 결정적으로 이게 안 된다. 왜? 뇌가 평생 뭘 암기하느라 쉴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휴식을 하지 않아 사고력이 엉망진창이 된 대표적 정치인이 전직 대통령 이명박이다. 이명박은 스스로 “평생 하루 네 시간만 자고 일했다”고 엄청 자랑질을 하고 다녔다. 그 결과가 뭐냐?

2018년 초 검찰이 이명박의 소유(이후 청계재단에 기부함)였던 영포빌딩을 압수수색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압수수색에서 각종 범죄 증거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당시 수사팀조차 “여기서 이렇게 많은 증거가 나올 줄은 몰랐다”며 놀랐단다.

그런데 이거 잘 생각해보면 진짜 웃긴 일 아닌가? 아니, 범죄를 저질렀으면 증거를 최대한 은밀한 곳에 숨겨야지, 대놓고 영포빌딩에 숨기면 어쩌자는 거냐? 당시 언론에서는 “왜 이명박이 그 많은 증거를 영포빌딩에 그대로 놔뒀을까?”를 열심히 분석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명박이 왜 그런 멍청한 짓을 했는지 제대로 해석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결론은 뭘까? 가장 합리적인 추정은 이명박 머리가 그렇게밖에 안 돌아간다는 것이다. 왜? 평생 하루 네 시간만 자다보니 뇌가 제대로 작동을 안 하기 때문이다.

청년시절 스트레스 호르몬에 의지해 사법고시를 패스한 윤 전 총장의 암기 노력을 폄훼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후의 삶에서도 그 방식을 계속 유지하는 한 사람의 뇌라는 게 나빠질 수밖에 없는 거다.

게다가 지금도 “일주일에 바짝 120시간 일하고!” 운운하는 것을 보니 그는 뇌에게 휴식을 줄 생각이 없다. 그렇다면 이후에라도 그의 뇌가 제대로 된 판단력과 창의성을 가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내가 보기에 빵퍼센트에 가깝다.

그런 삶을 살건 말건 그건 그의 자유다. 하지만 그런 자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국가적 비극이다. 주 120시간 노동 운운하는 것을 보니 그는 온 국민을 멍청하게 만드는 게 목표인 듯하다. 이런 자가 대통령이 되는 비극은 이명박 하나로 끝나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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