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의 직격] 국회의원이 매월 받는 주유비 110만 원, 적정한가?

총선을 이틀 앞둔 13일 국회 사무처에서 21대 국회의원 뱃지를 공개하고 있다. 2020.04.13ⓒ민중의소리

21대 국회의원들의 임기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난 시점이므로, 그동안 국회의원들이 쓴 예산을 틈나는 대로 하나하나 뜯어보고자 한다.

국회의원들이 받는 급여도 연간 1억 5천만 원이 넘는 수준이지만, 급여 외에도 국민세금으로 지원받는 돈들이 많다. 그 내역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자료가 하나 있는데, 바로 국회사무처에서 매년 발간하는 ‘의정활동 지원 안내서’라는 책자이다.

아마도 국회의원과 보좌진에게 배포할 용도로 만든 책자인 것같은데, 이 책자를 보면, 국회의원들에게 각종 명목으로 지원되는 국민세금들을 볼 수 있다.

매달 받는 주유비·차량유지비가 145만8천 원

국회의원들이 지원받는 돈 중에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그 중 오늘은 모든 국회의원들이 매월 꼬박꼬박 받는 ‘차량 유류비’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필자는 이 돈은 사실상 급여 성격으로 봐야 하고, 여기에 대해서는 소득세를 과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하겠다.

우선 국회사무처는 매월 110만 원씩을 ‘차량유류비’ 명목으로 모든 국회의원들의 통장에 넣어준다. 국회의원이 타는 차량은 국회의원이 스스로 마련한 차량인데, 여기에 대해 차량유류비를 지원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도대체 얼마나 차를 많이 타길래 기름값으로 매월 110만원 씩을 넣어주는지 모를 일이다.

게다가 모든 국회의원들은 매월 35만8천 원씩의 차량유지비를 별도로 지원받는다. 유류비와 차량유지비를 합치면 1인당 매월 145만8천 원에 달한다.

그리고 상임위원장의 경우 차량유지비가 더 많아서 월 100만 원이다. 그러니까 상임위원장의 경우 ‘차량유류비’와 ‘차량유지비’를 합치면 월 210만 원이나 된다. 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월급에 해당하는 돈이다.

국회 본청 앞에 주차된 국회의원들의 차량ⓒ정의철 기자

이렇게 지원되는 ‘차량유류비’와 ‘차량유지비’를 모두 합치면 1년에 54억 4백만 원에 달한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 돈들이 영수증을 붙여서 실비정산을 할 의무가 없는 돈이라는 것이다. 영수증도 없이 그냥 매달 꼬박꼬박 정액으로 지급되는 돈인 것이다. 따라서 최소한 매월 110만원의 ‘차량유류비’는 급여성으로 보는 것이 맞다.

국회의원 차량유류비와 차량유지비(‘2021 의정활동 지원 안내서’에서 캡처한 것임)

지역구 출장비는 별도 지원ⓒ기타

이런 얘기를 하면, 국회의원들이 유권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얘기를 두 가지 정도 할 수 있다.

첫째는, 지역구가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왔다갔다 하느라 주유비가 많이 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은 ‘의원 공무출장비 지원’이라는 항목으로 따로 지역구를 왕복하는 교통비 지원을 받는다. 가령 경북지역의 경우에는 1년에 1,191만 원이 배정된다. 이 돈으로 철도를 이용해도 되고 주유비로 써도 된다. 서울이 지역구인 국회의원들도 ‘의원 공무출장비 지원’ 명목으로 244만 원을 별도 지원받는다.

그러니 지역구를 왔다갔다하는 것과 매월 지급되는 110만 원의 주유비는 전혀 상관이 없다. 게다가 지역구와의 거리에 관계없이 모두 똑같이 110만 원씩 주유비를 받는 것이다. 그러니 이 돈은 사실상 급여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지역구 관리하는데 별도 차량을 운영하므로 주유비가 많이 든다는 변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구 관리하는데 들어가는 돈은 정치자금에서 사용하는 것이 맞다. 실제로 많은 국회의원들은 선관위에 신고하는 정치자금 계정에서 지역구에서 사용하는 주유비를 지출하고 있다.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2021.06.29ⓒ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사실 지역구에 별도 차량이 있다고 한들, 그 주유비까지 국민세금으로 지원할 이유는 없다. 그런 비용은 정치자금에서 써야 한다. 그리고 국민세금으로 지원되는 돈은 당연히 의정활동에 써야 한다. 그런데 의정활동을 하는데 월 110만 원씩이나 주유비가 필요하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세금은 제대로 내고 있을까?

게다가 매월 꼬박꼬박 정액으로 지급되는 돈은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으로 봐야 하는데, 국회의원들이 과연 ‘차량유류비에 대해 소득세는 내고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국회의원들의 급여명세서를 봐도, ‘차량유류비’ 항목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소득세를 내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소득세법상 ‘실비변상적 급여’로 비과세대상으로 인정되는 것은 ‘월 20만 원 이내의 자기차량 운전보조금’이다. 즉 일반기업이라면 월 20만원 이내에서만 비과세 대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따라서 국회의원들이 월 110만 원의 ‘차량유류비’에 대해 소득세도 내고 있지 않다면, 또 하나의 특혜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필자는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에 필요한 필수경비가 있다면, 지원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 명목과 금액 수준이 국민들의 눈으로 봤을 때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 국회를 보면, 전혀 그렇지 못하다. 국회의원들이 특혜와 편법으로 가득찬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것을 깨는 것이 정치개혁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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