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월호 기억공간, 서울시는 유가족과 대화로 해법 찾아야

오세훈 시장이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연일 압박하고 있다. 서울시가 공개한 철거예고시한인 26일에는 광장에 하루 종일 긴장감이 돌았다. 유족들과 시민들의 강력반발로 강제철거는 유보됐지만 서울시의 입장은 작은 변화도 없다. 현장엔 극우 유튜버들까지 출동해 유가족에게 참담한 언어폭력을 가했다. 시장 하나 바뀌었다고, 추모가 조롱으로 대체되고 존중이 멸시로 바뀌었으며 함께한 다짐은 값싼 동정과 시혜로 둔갑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세월호 기억공간은 참사 석 달 뒤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세웠던 세월호 천막이 4년8개월 동안 유지되다 철거된 공간에 지어진 것이다. 서울시는 천막을 철거하며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다른 각종 사회적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시민 안전의식을 함양하는 상징적 공간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4년 넘게 분향소가 있던 교보빌딩 쪽 공간이 세월호참사 5주기에 맞춰 시민에게 공개된 것이 2019년이다. 2년간 유가족과 자원봉사자가 운영해왔고 박원순 시장 시절 서울시는 “이후 계획은 유가족과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지난 과정을 톺아보면 오세훈 시장의 이번 철거압박은 어이가 없다.

유가족들이 광화문 광장을 새롭게 조성하는 공사에 협조하지 않겠다거나 반드시 지금의 공간을 고수하자는 것도 아니다. 서울시와 시작을 같이 했으니 이후에도 서울시와 협의를 통해 광화문이라는 상징적 공간에 기억공간이 유지되기를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오시장은 아랑곳 하지 않았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이런 경우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세월호를 조롱하고 세월호를 죽이고 세월호를 지우겠다는 생각들에서 비롯된 비열한 의도 말이다. 오시장이 철거하려는 것은 간이식 목재건물 하나지만 실제 없애길 바라는 것은 세월호에 대한 기억 자체인 것이다.

이 나라는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졌다. 세월호 이후 비로소 우리 국민들은 국민의 생명을 지켜줄 국가의 존재 이유를 알게 됐고 선량한 통치자를 세울 수 있는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인간의 고통 앞에 정치적 중립이란 없다”는 프란체스코 교황이 가르쳐준 깨달음도 얻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운영하던 최악의 후진국, 무능하고 야비한 정권으로부터 어렵게 탈출한 국민들을 향해 이제 세월호에 대한 생각 자체를 기억 속에서 지우라는 명령이 오 시장이 지금 벌이는 일들이다. 온 국민이 생중계로 지켜보며 발을 동동 구르던 그 초조한 시간동안 보이지도 않다 뒤늦게 부스스한 얼굴로 나타나 엉뚱한 소리를 해댄 대통령이 통치하던 나라를 흠집냈다고 보복하는 것, 그것으로 극단적 보수주의자들의 지지를 끌어들여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구축해보겠다는 야심이 지금 세월호 기억공간을 해하려는 오 시장의 숨겨진 의도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우리 모두는 세월호 기억공간을 역사적 의미에서 보존시키기 위해 투쟁해야한다.

가족들이 한걸음 양보해 서울시의회가 마련한 공간으로 공사기간 옮기기로 해 충돌은 일단 피하게 됐다. 이제 서울시는 세월호 참사의 기억을 지우겠다는 망상을 깨고 가족들과 진지하게 협의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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