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건보공단 상담사 집회 막기 위한 원주시 방침 “과도하다”

긴급구제 조치 권고는 하지 않기로...노조 “의견 표명 환영하나, 권고 없는 것은 유감”

이은영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수석부지부장은 23일부터 건보공단 콜센터 직영화 및 상담사 직고용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2021년 7월 23일.ⓒ공공운수노조 제공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 집회를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집회에만 4단계로 격상한 원주시 조치에 대해 “집회·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 것일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민주노총 산하 가맹조직 공공운수노조가 신청한 긴급구제 안건을 심사하고, 이 같은 의견을 표명하기로 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앞서 건보공단 상담사들은 지난 23일 강원도 원주시 건보공단 근처에서 고객센터 직영화 요구 집회를 개최했다. 당시 원주시는 일상적인 모임 등에 대해서는 거리두기 3단계를 유지하면서, 상담사 집회를 막기 위해 집회에 대해서만 전면 금지하는 거리두기 4단계를 적용했다. 원주시의 집회 전면금지 방침에 따라, 경찰이 집결 자체를 막으면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상담사노조 상급단체인 공공운수노조는 “중대한 헌법상 기본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다”라며 “적어도 상담사들이 3단계 기준에 따라 집회를 열 수 있도록 권고해 달라”고 인권위에 긴급구제 신청을 한 바 있다.

인권위는 지난 26일 오후 제25차 임시 상임위원회와 제14차 전원위원회를 개최하고 해당 긴급구제 신청 건을 심사했다.

그 결과, 인권위는 헌법재판소 판례와 유엔 인권 기준 등을 토대로 “집회·시위에만 4단계를 적용한 원주시 거리두기 방침은 과도한 기본권 제한일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

다만, 원주시의 집회 금지 조치로 건보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이 집회를 열 수 없게 된 것은 긴급구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긴급구제 조치 권고는 하지 않기로 했다.

인권위는 진정을 접수한 후 조사 대상에 대한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계속 진행되고 있고, 이를 방치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때는 해당 기관에 필요한 조치를 권고할 수 있다.

그런데 인권위는 이번 신청 사건이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긴급구제 조치는 생명권, 건강권, 물적 증거 인멸 등과 같은 ‘회복할 수 없는 피해’ 등을 기준으로 판단해 왔다는 게 인권위 설명이다.

인권위가 원주시에 집회·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말도록 의견 표현한 것에 대해, 공공운수노조는 “지극히 타당하고 환영할만한 결정”이라고 반겼다.

특히 “위원회는 공공의 안녕질서에도 불구하고 예외 없는 전면적 집회 금지는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상황에서 집회·시위에 대하여만 4단계 방침을 적용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일 수 있다고 밝힘으로써, 원주시 고시의 기본권 침해가 있음을 지적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원주시장에게 “인권위 의견 표명에 따라 기존 방역방침을 전면 재검토하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다만, 인권위가 긴급구제 조치 권고를 보류한 점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는 “위원회는 2013년 대한문 집회와 관련하여 긴급구제 조치를 발령한 바 있고, 위원회는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계속되고 있다는 상당한 개연성이 있으며, 이를 방치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인권침해나 차별행위의 중지를 명할 수 있다”라며 “그러한 인권 침해나 차별 행위는 비단 생명권과 건강권 문제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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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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