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재용 가석방’ 길 터주는 여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2021.01.18.ⓒ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8·15 광복절 가석방’ 여론이 급물살을 탔다. 군불을 땐 여권의 책임이 크다.

여당은 그동안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이 부회장 사면 논의에 모호한 태도를 보였으나, 가석방 가능성에는 적극적으로 힘을 싣고 있다. 지난 4월만 해도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검토한 적 없다며 선을 긋던 정부 또한 이제는 ‘이 부회장이 가석방 조건을 충족했다’는 태도다. 모두 긍정적인 기류로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지난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부회장 가석방 가능성을 먼저 언급했다. 송 대표는 지난 20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 방문했을 땐 ‘이 부회장이 8월이면 형기의 60%를 채운다’며 가석방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 ‘이 부회장의 반성 태도’, ‘국민 정서’ 등을 거론하며 이 부회장 가석방을 위한 명분까지 쌓아주고 있다. 이에 질세라 경기 화성을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사면이 싫다면 가석방이라도 해야 한다”는 호소문을 올렸다.

정부도 동조 중이다. 법무부는 21일 이 부회장의 가석방 예비심사 대상 포함 여부에 대해 “개인정보에 해당해서 확인해줄 수 없다”는 핑계를 대며 함구했다. 같은 날 청와대는 “가석방은 법무부에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라며 긍정도, 부정도 않는 사실상 ‘방기’의 태도로 가석방론에 보조를 맞췄다.

정치권의 비호로 진전 중인 이 부회장 가석방 논의는 명백한 특혜로 비춰진다.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시점은 올해 1월이다. 이 부회장 사면과 가석방을 위한 분위기는 사실상 1월부터 지금까지 정치인의 ‘입’을 통해 꾸준히 조성됐다.

이 부회장 가석방을 위한 분위기를 다 조성해놓고 이제 와 “절차와 시스템의 문제”라고 한다면 ‘풀어주자’는 말과 무엇이 다를까.

정치권이 의제를 쏘아 올린 뒤 언론도 이 부회장 가석방론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이 부회장 가석방 근거를 뒷받침할 여론조사를 일부 언론사들이 앞 다퉈 진행하고 있는 것도 그 단면이다. 대다수의 수형자는 꿈꾸지도 못할, 분명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이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출소할 시 그의 부정·부패 혐의를 문재인 대통령이 봐줬단 역사적 평가는 피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을 심판한 촛불 시민의 손에서 탄생했다. 이 부회장은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된 박 전 대통령의 공범으로 ‘국정농단 핵심 인물’이다. 이 부회장이 가석방 특혜를 받는다면 박 전 대통령은 물론 모든 국정농단 주범들에 대한 평가도 다시 이뤄지게 될 것이다.

이 부회장에겐 아직 받아야 할 재판이 남아있다. 국정농단 사건과 연결된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재판은 물론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 재판은 아직 1심 판결도 안 나왔다. 이 부회장이 내달 가석방 된다면, 남은 재판에 줄줄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또한 사면은 대통령의 결정으로 남은 형을 면제해주고 선고 효력까지 잃게 하지만, 가석방은 구금상태에서 풀려나기 때문에 취업과 해외 출국 등에 제한이 있다. 그러나 정부가 ‘반도체 산업’, ‘국민 정서’ 등을 명분 삼아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허락한다면 그의 경영 일선 복귀는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예측된다. 이는 즉, 이 부회장을 기다리고 있는 특혜는 ‘가석방’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재벌개혁을 천명한 문재인 정부가 이제 와 법적, 절차적 정당성을 운운하며 이 부회장 봐주기에 들어간 건 대선을 앞두고 중도층의 표심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등 전국 1,056개 노동·인권·시민사회단체는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이 부회장의 사면과 가석방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진보·개혁 성향의 지식인 781명도 이 부회장 사면·가석방에 반대한단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문 대통령에게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세운다는 촛불 정부의 약속”을 지킬 것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6일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등 1,056개 노동·인권·시민사회단체 주최로 서울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가석방 반대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2021.07.06.ⓒ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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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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