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추미애가 종부세 없애고 만들겠다는 새로운 세금

국토보유세, 보유한 토지 만큼 세금 부과
토지 용도별 차등·감면 폐지가 지대개혁 출발
종부세 비해 과세 대상 확대·세수 증대...새로운 복지 실탄으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3일 1호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지대개혁으로 강고하게 뿌리내린 특권체제와 불로소득 경제 시스템을 걷어낼 수 있다”고 일갈했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국민소득 중 부동산 불로소득이 거의 1/4에 달하는 현재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생각한다. 역시 추다르크”라고 화답했다.

오래됐지만, 신선하고 혁신적인 담론이 주목받고 있다. 이재명, 추미애 두 후보가 주장하는 지대개혁의 핵심은 ‘국토보유세’로 요약된다. 기존 부동산 보유세를 개혁해 새로운 형태의 진짜 보유세를 만들자는 것이다. 아파트 가격이 1년에 2~3억원씩 폭등해도 ‘핀셋’만 들고나왔던 문재인 정부를 보며 들었던 퍽퍽함이 조금은 씻겨 내린다.

토지 용도별 차등·감면 배제가 핵심

국토보유세 개념은 이름만큼이나 간단하다. 개인이 소유한 국토(토지)에 보유세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50대 A씨가 서울 강남구에 아파트 한 채(80㎡)와 고향인 경상북도 칠곡에 빌라 한 채(100㎡), 경기도 포천의 주말농장 100평(330㎡), 대전에 공장 2개(1000, 3,000㎡)를 소유하고 있다면 그가 소유한 국토의 총합 4,430㎡에 대해 보유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개념과 방식이 간단해 보이지만, 결과는 간단치 않다. 현행 조세 체계를 혁신적으로 바꾸자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용도별 차등과세와 감면’을 배제한다는 점이다. 현행 과세 체계는 주택(지목_대지)과 주말농장(농지), 공장(공장용지) 등 지목에 따라 각각 세율이 다르다. 한국은 공장과 상가 건물보다 주택에 불평등한 세금을 물린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앞서 예로든 A씨의 현행 과세 체계를 살펴보자. A씨가 가진 주택은 위치에 따라 세율이 3%까지 적용될 수 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아파트는 가격에 따라 3% 이상 세율이 적용될 수 있고 경북 칠곡 빌라 세율은 그 절반인 0.15%가 될 가능성이 높다. 주말농장으로 쓰고 있는 농지 세율은 칠곡 빌라 세율 절반인 0.07%에 불과하다.

공장용지 두 곳은 실제 공장이 돌고 있는지 아닌지에 따라 세율이 달라지는데 공장이 돌고 있으면 세율이 낮고, 그렇지 않을 경우 세율이 올라간다. 원칙적으로 A씨가 가진 토지는 모두 합산해서 세금을 매겨야 하지만, 생산에 사용되는 공장 부지는 합산에서도 배제해 별도로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생산 시설은 세금을 적게 거둬 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를 가진 과세 정책이다.

이 때문에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했다. 10억원 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10억원의 공장용지를 가진 법인에 비해 세 부담이 컸다. 주택과 상업용 빌딩도 비슷한 구조다. 10억 주택을 가진 사람이 내는 세금은 100억원짜리 사옥을 가진 기업이 내는 세금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비율이었다.

이재명·추미애 두 후보가 향후 어떤 방식으로 국토보유세를 구체화할지 모르지만, 신설되는 국토보유세가 ‘용도별 차등과세와 감면’을 배제한다면 이런 불평등은 대폭 완화될 전망이다.

실제 가동되지 않은 공장을 슬쩍 ‘생산 시설’로 속이거나, 빌딩 부속 토지나 나대지 등록을 활용해 과도한 세금 감면을 받아왔던 기업에 공평 과세를 할 수 있게 된다.

불공평한 세금 체계 때문에 그간 기업이 소유한 토지는 꾸준히 증가했다. 남기업 토지+자유 연구소 소장 분석에 따르면 법인이 소유한 토지 면적은 2005년 전 국토의 5.2%에서 2018년 7.0%로 증가했다. 반면 개인이 소유한 토지 면적은 같은 기간 61.3%에서 59.3%로 줄었다. 남 소장은 “한국의 기업(금융기업 제외)이 토지 순구입에 투입하는 비용은 OECD의 10배에 달한다”며 “법인 토지소유비율 증가는 생산적 투자활동을 위한 부지 확보가 아니라 토지투기에 있다고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국처럼 주거용 부동산 세율이 높고, 상업·공업용지의 세율이 낮은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세율이 높은지 낮은지는 실효세율(부동산 가액대비 세금 납부 비율)로 가늠해 볼 수 있는데, 미국의 경우 상업용 건물이 주거용 건물보다 부동산 실효세율이 더 높은 주가 대부분이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자료사진)ⓒ김슬찬 기자

국토보유세, 종부세 비해 과세 대상 확대·세수 증대
새로운 복지 실탄으로

국토보유세를 처음 제안한 전강수 교수는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전제로 한다. 말 많고 탈 많은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하고 더욱 투명하고 공평한 국세인 국토보유세를 신설하자는 것이다.

종부세는 고액 부동산 보유자를 과세 대상으로 삼는 데 반해, 국토보유세는 모든 토지소유자가 과세 대상이다. 국토보유세가 신설되면 과세 대상은 고가 부동산 소유자에서 모든 토지 소유자로 대폭 늘어난다. 2019년 기준 토지 보유 세대는 1300만 가구가 넘지만, 종부세를 납부하고 있는 사람은 지난해 기준 59만2천명에 불과하다.

경기도연구원 등에서 실시한 시뮬레이션을 살펴보면 과세 대상이 늘어나면서 거둬들이는 세금이 최대 4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 2020년 기준 종부세는 4조2천억원이 걷혔는데, 국토보유세로 전환할 경우 세액은 최대 17조원으로 추산됐다. 부동산 보유에 더 많은 세금을 매겨 투기 수익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한국의 부동산 보유 실효세율은 0.16%로 통계적 비교가 가능한 미국(0.97%), 캐나다(0.87%), 프랑스(0.55%), 일본(0.52%) 등 13개국 평균 0.4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만큼 세 부담을 늘릴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전강수 교수 최근 ‘집값 잡는 국토보유세, 이재명·추미애가 옳다’라는 칼럼에서 “토지(국토)보유세는 부동산 보유비용을 높여서 투기를 억제하는 효과가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고 강조했다.

세금을 더 거둬 어디에 쓸지는 이·추 두 후보의 의견이 갈린다. 이재명 지사는 장기적으로 기본소득 재원에 쓰자는 입장이고 추 전 장관은 더욱 폭넓은 개념의 보편복지 정책에 쓰겠다는 구상이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을 사용 기간이 한정된 지역화폐로 나눠줘 상권 활성화도 꾀한다는 방침이다.

양쪽 모두, 추가로 거둬들인 세수를 국민들에게 돌려줘 조세 저항을 줄이겠다는 공통점도 있다. 기존 과세 체제로 혜택을 받던 기업과 거대 지주 저항을 국민 연대로 극복하자는 취지다. 이·추 두 후보는 “반발이 있겠지만, 강력한 의지로 돌파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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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철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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