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도씨 넘는 택배터미널서 노동자들 쓰러진 뒤에야 선풍기 다는 택배사

23일, 26일, 27일, 28일 잇따라 택배노동자 무더위에 쓰러져

28일 오전 9시 20분 롯데택배 사상터미널 명지대리점에서 물건을 차량에 싣던 택배노동자 남 모(57) 씨가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쓰러졌다.ⓒ전국택배노동조합 제공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36~39℃가 넘는 찜통 택배터미널에서 물품을 차량에 싣던 택배노동자들이 잇따라 쓰러지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그 이전부터 혹서기 대책 마련을 요구해 왔으나, 택배사와 택배터미널은 이를 방치하다가 노동자가 쓰러진 뒤에서야 별 효과 없는 선풍기만 설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전 9시 20분경 부산 롯데택배 사상터미널 명지대리점에서 물품을 차량에 싣던 택배노동자 남 모(57) 씨가 어지러움을 호소하면서 쓰러졌다. 곧바로 옆에 있던 동료 노동자가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남 씨가 일하던 택배터미널 실내 온도는 39.4℃였지만, 선풍기 하나 설치돼 있지 않았다.

지난 23일 오전 7시에도 무더위 속에서 연일 과로노동을 하던 서울복합물류센터 내 롯데택배 이매대리점 소속 택배노동자 표 모(50) 씨가 출근 후 차량에서 탈진해 쓰러졌다. 2시간 30분 뒤에서야 동료들이 그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표 씨가 일하던 현장의 실내온도도 35~36℃로 높았다. 이곳 또한 선풍기조차 없었다.

지난 27일과 26일에도 CJ대한통운 성남터미널 소속 택배노동자 권 모(51) 씨와 조 모(34) 씨가 배송 업무를 하던 중 쓰러졌다. 동료들이 이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하여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28일 택배노동자 남 씨가 일하다 쓰러진 롯데택배 사상터미널 명지대리점에서 현장기온을 측정한 결과, 39.4도씨가 나왔다고 택배노조는 전했다.ⓒ전국택배노동조합 제공

이번에 쓰러진 노동자들은 대부분 평소 건강상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불볕더위 속에서 수많은 물품을 반복적으로 내리고 싣기를 반복하면서 몸이 견디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이들은 모두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택배노조 관계자는 “워낙 고강도로 더운 날씨에 일하다 피로가 쌓이고 탈진증세까지 겹쳐서 쓰러진 듯하다”라며 “건설노동자 중에는 돌아가신 분도 있다고 했는데, 다행히 아직까진 쓰러진 택배노동자 중에서는 의식을 못 찾는 사례는 없다”라고 말했다.

택배노동자들이 쓰러진 터미널은 공통적으로 선풍기조차 설치돼 있지 않아, 무더위에 무방비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택배사와 터미널 측은 노동자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진 뒤에야 선풍기를 설치하고 있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지난 23일 사례도 그렇고, 28일 사례도 노동자가 쓰러진 뒤에서야 선풍기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선풍기는 사실 의미가 별로 없다. 아주 조금 나은 정도”라며 환풍시설, 냉온수시설, 제빙기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창문 설치나, 대여가 가능한 이동식 에어컨, 제빙기 등을 들여놓는 곳은 거의 없다고 그는 전했다.

택배노조 부산지부는 이날 남 씨가 쓰러진 사상터미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9℃의 위험스러운 현장에 선풍기 하나 설치되지 않았고, 고열을 밖으로 뺄 수 있는 환풍시설조차 없는 현장이었다”라며 “100명이 넘게 일하는 현장에 냉온수기 하나 없어, 이 현장의 노동자들은 물을 자신의 집에서 직접 떠오거나, 직접 사 먹는다”고 지적했다.

또 “더위를 식힐 휴게소 하나 없다”고 강조했다.

부산지부는 “롯데택배에 그동안 수없이 선풍기 설치와 환풍시설, 냉온수기, 제방기 등 혹서기 대책을 요구했지만, 롯데택배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왔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특히, 사람이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어도 해당 대리점장은 얼굴 한번 보이지 않았고 전화 한번 없었다”라며, 이런 이유로 롯데택배 서부산지점에 항의방문을 갔다고 밝혔다.

롯데택배 서부산지점은 택배노동자들이 항의방문을 온 뒤에서야 “선풍기를 바로 설치하겠고, 환풍기와 냉온수시설은 검토하여 월요일까지 답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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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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