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환욱의 뚝딱뚝딱 학교] 학교에서 들리는 정겨운 재봉틀 소리

재봉틀 배우는 어른들ⓒ필자 제공

“10년쯤 전 홈패션에 관심이 생겨 덜컥 재봉틀부터 샀는데, 혼자 독학으로 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흥미가 금세 사라졌고 재봉틀 위에는 먼지만 쌓여갔었어요. 학교에서 운영해주신 재봉틀 수업에 참여하게 되니 잊고 있던 열정이 불타올랐습니다. 잊힐 뻔한 저의 취미를 되살려 주시고 먼지만 쌓여가던 재봉틀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수강생 한 명 한 명 친절하게 설명해주시고 웃으며 맞아주시는 강사님 덕분에 수업 시간이 기다려지고 즐거워요. 뒤늦은 취미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 새롭게 마련한 재봉틀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학부모의 소감입니다. 열심히 만든 공방이 여러모로 활용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작년에 있었던 짧은 재봉틀 수업에 참여했던 학부모들이 재봉틀을 좀 더 배우고 싶다는 의견을 주었습니다. 다행히 학부모 동아리를 지원하기 위한 예산을 책정해 두었기에 크게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왕이면 교사와 학부모가 같이 어울려 배우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총 19명이 참가신청을 해서 반을 세 개로 나누어 구성했습니다. 각 반은 다른 시간대에 주 1회 수업이 이뤄지죠. 작년과 달라진 점은 학교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되니 참가자가 늘었다는 것이고, 특이한 점은 모두 여성이라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재봉틀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나 호응도가 그런 것 같습니다.

아이가 만든 재봉틀 작품ⓒ필자 제공

식의주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업의 주제로도 말입니다. 삶에 가장 중요한 요소들이니 당연히 학교는 이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펼쳐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배움의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자격이 학생에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학교의 3주체라고 하는 학생, 학부모, 교사가 모두 학교를 통해 배움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교사 입장에서는 각종 연수나 학습 공동체가, 학부모입장에서는 학부모교육이나 동아리가 그 대표적인 수단일 것인데, 이런 것들이 잘 동작하지 않으면 학교는 오로지 학생들만 배우는 곳이 됩니다. 그러면 배우는 기쁨을 학생들만 누리는 것일 수도 있고, 학생들 입장에서는 ‘어른들은 배우지 않으면서 왜 우리만 배우라고 하지? 아이러니야’라는 생각을 품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어른들이 배움에 열정적인 모습을 솔선하여 보여준다면 결국 아이들의 배움 의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입니다. 몇 달 전 어른들이 도마를 만드는 것을 본 아이들은 “우리는 저거 언제 만들어요?”하고 묻더군요. 배움의 분위기가 흐르는 학교는 건강할 것 같습니다.

“덕분에 재봉틀 수업을 감사하게, 행복하게 잘 받고 있습니다. 수업을 신청하고도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두렵기도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첫 수업을 받았습니다. 재봉틀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첫 시간에 강사님이 준비해주신 종이에 박음질 연습을 해내는 제 자신이 대견했답니다. 두 번째 시간부터 작은 소품을 만들었는데 작품이 완성되는 순간 정말 행복했습니다.” “아직은 비뚤비뚤 어리숙한 작품이지만 수제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웃음이 난답니다.” “작은 것부터 하나씩 만들어가는 재미가 쏠쏠해서 매주 기다려지는 시간이에요.”

재봉틀 수업 도중의 깜짝 생일파티ⓒ필자 제공

이분들의 소감에서 확인을 할 수 있는 것은 미약하더라도 손의 재주를 찾기 전과 후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은 곧 성취와 기쁨이 되었고 두려움 대신 자신감이 자리합니다. ‘내가 이런 것을 할 수 있다니!’ 이 작은 경험이 앞으로를 기대하게 합니다. 몰입의 경험은 마치 명상을 하듯 잡념을 잊게 하고, 자연스럽게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미적체험은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실용적이기에 소비적인 생활에서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그게 무슨 대단한 과정이냐고 여길 수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겪어보지 못했다면 재봉틀이 아니라 손의 재주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기 시작했다는 것이 얼마나 귀중한 일인지 모를 것입니다. 제 입장에서는 아이들과 어른 사이에 재봉틀이라는 공통분모가 생겨서 무척 기쁩니다. 함께 뭔가를 작당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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