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세상읽기] 올림픽 종목에 그림 그리기가 있었다?

타는 듯한 더위와 함께 코로나19 사태가 위중해지면서 여러모로 힘든 시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피곤하고 짜증스러운 순간들을 올림픽에 참가한 우리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서 환성과 탄식을 내지르며 잊곤 합니다.

올림픽 종목에 예술 분야가 있었다는 사실, 혹시 알고 계신가요? 축구, 야구 등 스포츠 종목처럼 정식 종목이었고 참가한 작품에 대해 금, 은, 동메달을 수여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하계 올림픽 예술 종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붉은 말다래 가죽을 깐 기수 Rider in a Red Skirt Isaac Israels 1928 onc 80x75ⓒ개인소장

'말다래'는 말 탄 사람의 다리에 흙이 튀지 않도록 안장 밑에 늘어뜨리는 판을 말하는데, 나무, 가죽 등으로 된 것이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국민화가로 불리는 이삭 이스라엘스는 이 작품을 갑부로부터 의뢰를 받아 완성했으나, 말과 자신의 모습이 섬세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작품 의뢰인이 원래 약속했던데로 작품 가격을 지불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1928년 암스테르담 하계 올림픽에서 회화 부문 금메달을 수상한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근대 하계 올림픽을 처음 제안한 피에르 드 쿠베르탱은 몸과 마음 모두를 위한 경기를 생각했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 제안에 따라 건축, 문학, 음악, 회화, 조각의 다섯 분야를 올림픽 종목에 포함키로 하고, 작품 주제는 스포츠와 관련된 것으로 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준비 미흡과 이런저런 사정으로 1912년 스톡홀름 하계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이 됩니다.

권투선수들 Boxeurs by Laura Knight 1928 oil on canvasⓒ기타

이 작품을 그린 로라 나이트는 여성 화가로는 처음으로 영국 로열 아카데미의 정회원이 된, 남성 중심의 화단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한 대단한 경력의 소유자였습니다. 당시의 관점에서 보면 여성 화가의 주제로는 다소 과격한 내용의 작품이지만 가장 원초적인 남자들의 모습이 아주 잘 드러나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남자들인데, 1928년 암스테르담 하계 올림픽에서 회화 부문의 은메달을 수상했습니다.

예술 분야들이 종목으로 채택된 건 1948년 런던 올림픽 때가 마지막이었습니다. 당시 예술이 아마추어 분야인가 아니면 프로의 분야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결국 예술은 프로의 분야라고 결론이 났고, 아마추어들의 경기여야 하는 올림픽 정신과 맞지 않아 퇴출됩니다. 그러나 지금은 올림픽의 흥행을 위해 프로 선수들이 참여하기도 합니다.

런던 아마추어 챔피언 쉽 경기 Alfred Thomson 1948 oil on canvas 116.8cm x 88.9cmⓒ기타

알프레드 톰슨의 이 작품은 마지막으로 예술 종목이 채택된 1948년 런던 올림픽 회화 부문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1912년부터 1948년까지 예술 분야에서 각 나라별 메달 집계 수를 보면, 메달을 1개라도 획득한 나라는 총 23개국입니다. 그 중 압도적 1위는 독일이었습니다. 그 뒤를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차지했는데,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독일이 32개의 메달을 가져간 것이 결정적이었고 일본도 이 대회에서 2개의 동메달을 차지해 22위를 기록했습니다.

문득 ‘이 세상에는 예술의 순위를 정할 수 있는 기준이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정신세계가 각자 다른데, 그것을 계량화할 수 있을까요? 여러 분야 예술가들이 한 세대 넘는 시간 동안 올림픽에 출전한 것이 해프닝이었다고 규정한다면 너무 과한 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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