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달린 물음표 커질 때 등장한 인텔, 파장은?

TSMC와 격차 벌어지는 삼성전자…인텔 ‘공격적’ 로드맵에 우려 나오지만, 파급력은 미지수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의 인텔사 본사 모습.ⓒ제공 : 뉴시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인텔이라는 거대 경쟁자가 등장했다. 시장에서는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진출이 삼성전자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9일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파운드리 부문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평택 공장에서 고성능 반도체 칩 출하가 본격화하는 등 공급 능력이 확대하면서 매출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파운드리 실적은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 올해 2분기 반도체 영업이익 6조 9,300억원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가 6조 6천억원을 차지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비메모리 영업이익은 3천억원 수준이다. 비메모리는 파운드리뿐 아니라 삼성전자가 직접 칩을 설계하는 시스템 반도체 사업도 포함한다.

삼성전자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 2위다. 선두를 달리는 대만 TSMC와 기술개발과 설비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으나, 격차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굴지의 반도체 기업 인텔이 파운드리 진출을 선언했다. 삼성전자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인텔이 제시한 목표는 순항 여부가 불투명해, 섣불리 파급력을 판단할 상황은 아니라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인텔 제시한 ‘공격적’ 로드맵은?

최근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 강화 의지를 밝히고 나섰다. 지난 27일 온라인 기술전략 설명회에서 발표한 파운드리 사업 확장 로드맵을 통해, 공격적인 기술개발 목표를 제시했다. 올해 7nm(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을 시작으로 2024년에서는 2nm 공정 생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나노미터는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선폭 단위를 이른다. 선폭이 좁을수록 반도체를 더 작고, 고성능으로 만들 수 있다. 현재 TSMC와 삼성전자가 5nm 공정으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으며, 3nm 기술개발이 진행 중이다. 양사의 3nm 공정 양산 목표는 2022년이다. 인텔도 내년 하반기 3nm 공정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인텔이 선단 공정을 제시하며 기술개발 경쟁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앞서 인텔은 지난 3월 파운드리 진출을 골자로 한 ‘IDM 2.0’ 비전을 발표했다. 당시 인텔은 200억달러(약 22조 9천억원)를 투입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두 개의 신규 공장을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파운드리 역량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2025년까지 파운드리 시장이 1천억달러(114조 6천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반도체 제조를 위한 전 세계적인 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미국과 유럽 기반의 주요 파운드리 제공 기업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반도체 칩 설계와 생산을 모두 수행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이다. 인텔의 생산 설비는 자체 설계한 CPU를 만들기 위한 목적이었다. 파운드리는 다른 기업이 생산한 반도체를 생산하는 사업이다. 인텔은 앞으로 자사 CPU뿐 아니라 다른 기업이 만든 여러 반도체도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인텔은 주력 사업인 CPU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점차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노트북·데스크톱·서버용 CPU 모두 80~90%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AMD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인텔이 7nm 공정 지연을 겪는 사이, TSMC에 생산을 맡기는 AMD는 제품 성능을 개선했다. ADM은 칩을 설계만 하는 팹리스다.

그간 인텔의 노트북용 CPU를 사용하던 애플이 칩을 자체 설계해 TSMC에 위탁생산하기 시작한 점도 인텔의 점유율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인텔은 자체 생산 능력을 강화하고 파운드리 사업으로 확장하면서, CPU 시장 위상이 흔들리는 상황을 타개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의 산업 전략도 인텔의 파운드리 진출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조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내 공급망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반도체를 첨단 산업 핵심 인프라로 인식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공급망 확보에 대한 대규모 지원책을 마련했다.

팻 겔싱어 인텔 CEO가 지난 27일 온라인 기술전략 설명회에서 인텔의 향후 공정과 패키징 기술 로드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인텔

인텔 파운드리가 불러올 파장은?

시장은 인텔의 파운드리 진출은 선두 대열의 TSMC와 삼성전자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텔이 ‘IDM 2.0’ 비전을 발표한 직후 TSMC와 삼성전자 주가는 각각 3.9%, 1.3% 하락했다.

인텔은 ‘IDM 2.0’ 비전 발표와 함께, 퀄컴을 고객사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2024년 2nm 공정으로, 퀄컴이 설계한 칩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퀄컴은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려, 파운드리 업계에서 큰손으로 통한다. 기존에는 TSMC와 삼성전자에 생산을 위탁해왔다. 퀄컴 물량이 인텔로 향하면 삼성전자로서는 고객사 물량을 빼앗기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 파운드리 시장 1위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선두인 TSMC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가 55%, 삼성전자가 17%로 지난해 말(TSMC 54%, 삼성전자 18%)보다 격차가 벌어졌다. 여기에 인텔까지 치고 올라오면 점유율 확보가 더욱 힘들어진다.

격차를 좁히려면 설비투자 규모를 늘려야 하는데, TSMC 투자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TSMC는 올해 250억~280억달러(약 27조~31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172억달러보다 대폭 증가한 규모다. 설비투자 대부분은 7nm 이하 선단 공정에 투입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170억달러(약 19조 5천억원) 규모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사업 구조도 지속적인 파운드리 확대 제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삼성전자는 AP를 비롯해 통신칩과 이미지센서 등 다양한 시스템 반도체를 자체 설계한다. 파운드리는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를 고객사로 하는데, 삼성전자는 여러 분야에서 팹리스와 경쟁하는 구조다. 반면, TSMC는 반도체를 설계하지 않는다. 파운드리 사업만 한다. “고객사와 경쟁하지 않는다”는 모토를 내걸고 있다. 팹리스 입장에서는 삼성전자에 반도체 생산을 위탁하면 경쟁사에 돈을 벌어다 주는 형국이 된다. 파운드리 전문 기업인 TSMC가 구조적으로 유리한 셈이다.

인텔도 CPU를 자체 설계하는 만큼 고객사 확보에 일부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나, 삼성전자보다는 양호한 수준이다. 인텔은 CPU 한 가지 품목에서 경쟁사와 영역이 겹친다.

장비 확보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반도체 선단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장비는 네덜란드 ASML이 독점하고 있다. 인텔뿐 아니라 TSMC와 삼성전자 등 반도체 생산 기업은 ASML 장비가 없으면 고성능 반도체를 만들지 못한다. 장비 1대가 2천억~3천억원에 달하는 고가이지만, 물량이 부족해 못 구하는 상황이다. 올해 ASML 생산량은 40대 정도로 관측된다. 향후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 수요도 늘면서 수급난이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인텔은 그간에도 CPU 자체 생산을 위해 ASML 장비를 사용해왔다는 점에서, 파운드리 진출에 따른 추가 주문 물량 규모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장비 수급난은 여러 반도체 기업의 EUV 장비 도입에 따른 것이지, 인텔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얘기다.

인텔 선단 공정 양단이 계획대로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장비를 구해도 경제력 확보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 ASLM 장비는 3·5·7nm 등 선폭별로 지정돼있지 않고, 반도체 제조사가 비슷한 사양의 장비로 미세 공정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또한, 반도체 선폭이 좁아지면 불량률이 높아진다. 일정 수준으로 수율을 높이지 못하면 경제성이 없다. 인텔이 7nm 공정 생산에 늦어진 이유도 수율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업계에서는 선단 공정 수율 확보에 1~2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본다. 인텔의 선단 공정 지연이 2~3nm에서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TSMC와 삼성전자 기술력을 따라잡을 기업은 세계에서 인텔이 유일하다”면서도 “10nm 이하 공정에서도 생산 차질을 겪은 인텔이 5nm 나아가 2nm 선단 공정을 로드맵대로 실현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항공 사진.ⓒ제공 :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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