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선배급이 되어있는 제 포지션에 모호함을 느끼고 있던 찰나에 많은 응원을 받은 작품이에요. 머릿속에 있는 많은 물음표가 해결됐죠. 좋은 선배들과 감독님 덕이에요.”
배우 조인성은 지난 28일 개봉한 ‘모가디슈’ 촬영 현장을 두고 “오랜만에 배울 수 있는 시간”이라고 회상했다.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으로 인해 고립된 사람들의 생사를 건 탈출 이야기다. 당시 UN 가입을 위해 소말리아에 파견된 한국 대사관 직원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조인성은 소말리아에 파견된 참사관 ‘강대진’을연기했다.
“내전이 일어나기 전과 후로 영화가 나뉠 수 있는 것 같아요. 전과 후의 상황이 완전 달라지니까요. 그 때 그 때 사람들을 만나며 느끼는 날 것을 표현하려고 애썼죠. 현장이 아무리 안전해도 총이 겨눠지면 공포심이 일더라고요. 오금이 저릴 정도였죠. 그런 실제적인 감정을 투영해서 연기했어요.”
영화로는 ‘안시성’(2018) 이후 3년 만의 복귀작이다. 복귀작으로 ‘모가디슈’를 고른 이유에 대해 조인성은 류승완 감독과 김윤석, 허준호 배우 등 함께 작업하는 선배 영화인들의 존재가 가장 큰 선택의 이유였다고 밝혔다.
“류승완, 김윤석, 허준호라는 이름에 주저하지 않았죠. 시나리오는 스케줄표에 불과했어요. 좋은 감독과 좋은 배우가 만나면 시나리오는 스케줄표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지만 ‘와, 어떻게 찍으려고 하지?’라는 의문은 있었어요. 하지만 류승완 감독이기 때문에 가능한 로케이션이라는 믿음이 있었죠. 어떻게든 찍어낼 거라는 믿음요.”
촬영은 2019년 10월부터 2020년 2월까지 모로코의 항구 도시 에사우이라에서 100% 올 로케이션으로 진행했다. 감독과 스태프, 배우진들 모두가 숙소에서 옹기종기 모여 살았다. 타지여서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연기에 집중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현장이 숙소에서 멀면 5분, 가까우면 1분이었거든요. 집중하기엔 굉장히 좋았죠. 그리고 촬영이 끝나도 한 곳에 모여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했어요. 서울에 있으면 흩어지는데, 그러지 않았어요.”
‘모가디슈’ 촬영 배우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자유로운 생활’에 조인성도 크게 공감했다.
“그렇게까지 자유로운 환경에 놓여져 있던 건 참 오랜만이었어요. 고등학생 조인성으로 돌아간 느낌이었죠. 궁금하면 들어가서 보고, 먹어보고 싶은 게 있으면 먹어보고… 서울에선 제가 하고 싶은 걸 다 하면 옆에서 저와 함께하는 스태프들이 힘들 수가 있잖아요. 하지만 여기는 그런 눈치에서 벗어날수 있으니 좋았죠.”
‘더킹, ‘안시성’ 등 주로 ‘원톱’ 주연 영화에 많이 출연한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앙상블의 참맛을 알았다. 특히 김윤석, 허준호 두 선배 배우는 존재만으로도 조인성에게 든든함을 안겼다.
“저는 두 거목이 있었기 때문에 리액션만 하면 됐고, 제 몫에만 집중하면 됐어요. 두 분이 서 있는 것만 봐도 힘을 느꼈죠. 두 분에게선 여유가 느껴져요. 덕분에 저는 두 분을 믿고 저를 좀 더 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죠. 오랜만에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당시 40대에 접어든 남자 배우로서 모호함과 혼란함을 떠안고 있던 그에게 이번 영화 작업은 안팎으로 많은 배움을 얻어갈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특히 김윤석 배우의 담백한 응원이 그에게 큰 도움이 됐다.
“활동하다보니 저도 선배급이 되어 있고 그랬는데, 이번 현장은 저보다 영화 경험이 훨씬 풍부한 사람들을 만나서 든든했죠. 그동안 활동하며 배우로서 방향성에 모호함이 있었거든요. ‘잘 하고 있나? 놓치고 있진 않나?’ 등의 고민이 많았고, 40대가 되며 행동에 대한 책임감도 커지니 조금 움츠리게 되는 것도 같았죠. 숙소 생활 중 그런 것들을 김윤석 선배에게 하나하나 꺼내서 얘기했어요. 다 듣고 난 후 선배가 ‘응원할게’ 한 마디 하시더라고요. 그게 저의 행간을 자신있게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용기가 됐어요. 정말 ‘모가디슈’는 그냥 응원 많이 받은 작품이에요.””
마지막으로 그는 비록 코로나19 시국 탓에 적극적으로 홍보할 순 없지만, 한국 영화의 명맥을 잇기 위해 용기를 냈다며 관람을 당부했다.
“상황이 좀 안 좋지만은, 그렇다고 해서 한국 영화가 가만히 있을 순 없는 거니까요. 콘텐츠 소비를 하려는 분들에게 조심스럽게 인사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소박한 마음으로 홍보 중입니다.”
‘모가디슈’는 지난 28일 개봉했다.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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