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촛불의 거리를 기억합니다. 촛불을 들었던 이유는 사람마다 조금씩 달랐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촛불 이후에 꿈꿨던 세상은 모두 비슷했다는 것입니다. “이게 나라냐?”는 집단적 질문을 통해 우리가 얻었던 답은 명확했습니다. 상식이 통하는 ‘공정한 나라’였습니다.
촛불로부터 5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우리가 꿈꿨던 세상은 과연 이루어졌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 또한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다만 긍정과 부정을 사이에 두고 나라가 격하게 분열되는 것을 보면 아직 가야 할 길은 멀게 느껴집니다.
지금 시점에서 상식과 공정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2013년 9월 구속돼 내란 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7년 10개월을 감옥에 살고 있는 이석기 전 국회의원입니다. 그를 감옥에 가둔 것은 촛불혁명으로 무너진 박근혜 정권이었습니다. 뭔가 아이러니합니다. 국정농단의 심판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후 감옥에 갔는데도 이석기 전 의원은 아직껏 풀려나지 못했습니다.

박근혜 정권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옵니다. 그 정권은 누리과정을 시·도교육청에 떠넘겨 지방교육 재정을 파탄 나게 했습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해 왜곡된 역사를 우리 아이들에게 주입시키려 했습니다. 그런 교육 침탈을 막기 위해 이리저리 뛰었던 저는 박근혜 정권으로부터 불법적인 사찰을 당해야만 했습니다. 군부독재 시절에나 있을 법한 일이 버젓이 일어났습니다.
돌아보면 박근혜 정권은 적폐 자체였습니다. 우리는 그 적폐를 막기 위해 촛불을 들었고, 평화롭게 싸워 이전보다 훨씬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반쪽일 뿐입니다. 이석기 전 의원을 7년 10개월 동안이나 감옥에 가둬두고, 우리 사회가 상식과 공정을 입에 올리는 것은 심한 자기모순입니다.
그를 감옥에 가둔 명분인 국가보안법은 가장 먼저 철폐되어야 할 악법입니다. 실행할 수도 없는 생각만으로 ‘내란선동’ 죄를 징역 9년씩이나 묻는 것 또한 너무 가혹한 형벌입니다. 누구에게나 생각의 자유는 있습니다. 그는 결코 사상범이 아니며, 굳이 분류하자면 양심수에 가깝습니다.
군사독재 시절에도 양심수를 7년10개월 동안이나 감옥에 가둬둔 예는 흔치 않았습니다. 하물며 오직 국민의 힘으로 촛불혁명을 성공시킨 나라입니다. 최소한 우리의 민주주의 발전 과정을 모델로 삼고 있는 세계 여러 나라 민중에게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석기 전 의원에 대한 사면 복권은 단지 한 사람의 인권에 관한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그토록 애타게 외쳤던 ‘상식과 공정’의 척도이며,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국격’에 관한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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